‘지존’ 신지애. 스포츠동아DB
내일 LPGA 인비테이셔널 티샷
신인 같지 않은 신인 신지애(21·미래에셋)가 ‘골프여제’의 안방에서 지존 등극을 노린다. 신지애는 12일(한국시간)부터 멕시코 과달라하라 골프장(파72·6644야드)에서 열리는 미 LPGA 투어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00만 달러)에 출전해 세계랭킹 1위 로레나 오초아(멕시코)를 상대로 3관왕에 도전한다. LPGA 투어 신인왕을 확정지은 신지애는 현재 상금랭킹과 올해의 선수 부문 1위다. 이대로 시즌이 끝날 경우 1978년 낸시 로페즈(미국) 이후 31년 만에 신인이 상금과 올해의 선수를 석권하는 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신지애와 오초아는 올해의 선수 부문에서 치열한 경합을 펼치고 있다. 신지애가 147점, 오초아는 143점으로 4점 차 밖에 나지 않는다. 오초아가 지난 주 일본에서 끝난 미즈노클래식에서 공동 2위에 올라 간격이 좁아졌다.
신지애가 아슬아슬한 선두를 지키고 있지만 오초아도 올해의 선수상에 눈독을 들이면서 여간 신경 쓰는 게 아니다. 올 시즌 20개 대회 밖에 출전하지 않은 오초아는 시즌 막판 4개 대회에 연속해서 출전하는 스케줄을 잡았다. 앉아서 2인자로 내몰릴 위기를 맞자 직접 팔을 걷었다.
올해의 선수상에 대한 집착은 대회 현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30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에서 열린 하나은행-코오롱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오초아는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기자회견도 거부한 채 연습에 몰두했다. 결과는 공동 44위로 부진했다.
오초아에게 올해의 선수상은 자존심이다. 2006년부터 3년 연속 상금, 올해의 선수상, 최저타수상(베어트로피)을 차지하면서 세계랭킹도 1위 자리를 지켜왔다. ‘골프여제’라는 명예도 함께 얻었다.
그러나 올 시즌 신지애의 등장으로 여제의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세계랭킹 1위 자리는 여유가 있지만 올해의 선수상 획득은 장담할 수 없다. 그 상을 빼앗길 경우 ‘골프여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반면, 신지애가 신인상에 이어 올해의 선수상까지 거머쥘 경우 확실한 차세대 골프여제를 예약할 수 있다. 한국 선수로는 아직까지 그 누구도 달성하지 못한 대기록 추가다. 느긋한 쪽은 신지애다. 이미 신인왕을 확정지어 마음이 편하다. 다른 타이틀이 없어도 이미 기대이상의 성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기회가 왔을 때 잡지 않으면 언제 또 다시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할지 기약할 수 없다. 문제는 대회가 오초아의 안방인 멕시코에서 열린다는 점이다. 오초아는 올 시즌 멕시코에서 열린 2개 대회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한 차례씩 기록했다. 역전을 자신하는 이유다.
신지애는 아직까지 멕시코가 낯설다. 지난 3월 마스터카드 클래식에 출전했지만 공동 32위로 부진했다.
올해의 선수상 포인트는 우승 30점, 2위 12점, 3위 9점이고 4~10위까지는 7~1점씩 포인트가 주어진다. 오초아가 2~3위 이상의 성적을 올린다고 가정할 때, 신지애도 5위권 이내의 성적을 올려야 선두를 지킬 수 있다.
마지막까지 혼전을 거듭하자 신지애의 부친 신재섭 씨도 힘을 실어주기 위해 원정응원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 9월부터 국내에 머물고 있는 신 씨는 시즌 마지막 대회인 LPGA 투어챔피언십이 열리는 미국 텍사스 휴스턴으로 날아갈 예정이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