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호의 무패행진이 세르비아 ‘통곡의 벽’ 앞에서 멈춰 섰다. 프랑스를 제치고 유럽예선 1위를 차지한 세르비아는 역시 녹록치 않은 상대였다.
한국은 18일 오후 11시 30분(한국시간) 영국 런던 크레이븐 코티지에서 벌어진 세르비아와의 평가전에서 0-1로 무릎을 꿇었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작년 2월 투르크메니스탄 전(4-1 승)부터 이어진 무패행진을 27경기(14승13무)에서 마감했다. 비기기만 해도 1979~80년에 한국이 세운 28경기 무패행진과 타이를 이룰 수 있었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유럽 전훈의 당초 목적은 기록 달성이 아닌 유럽 팀을 상대로 한 경험 쌓기였다. 그런 측면에서 세르비아 전 패배는 본선을 대비한 좋은 ‘약’이었다.
허정무 감독은 덴마크 전과 달리 박지성을 공격형 미드필드에 배치하는 4-2-3-1 전술을 들고 나왔다. 수비는 왼쪽부터 이영표-이정수-조용형-오범석이 나섰고 조원희와 김남일이 더블 볼란치를 형성했다. 좌우 측면에는 염기훈과 이청용이 최전방에는 설기현이 섰다. 세르비아는 2m가 넘는 장신공격수 지기치를 최전방에 투입하고 노련한 스탄코비치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경기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다.
한국은 이른 시간 선제골을 허용하며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다. 전반 6분 왼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지기치가 오른발로 감각적으로 갖다대 그물을 흔들었다. 이정수가 끝까지 경합을 벌였지만 몸싸움에서 밀린 게 뼈아팠다.
이후 한국은 이청용과 박지성을 중심으로 부지런히 상대 골문을 공략했지만 패스의 속도가 느리고 타이밍이 맞지 않아 이렇다할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전반 11분 김남일의 오른발 중거리 슛과 전반 42분 왼쪽에서 올라온 이영표의 크로스를 받아 이청용이 오른발 슛을 날린 것을 상대 골키퍼가 쳐낸 게 그나마 아쉬운 장면이었다.
몸이 무거운 조원희를 전반 이른 시간 김두현으로 바꾼 허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오범석과 염기훈을 빼고 차두리와 이근호를 투입해 변화를 줬다. 그 동안 주로 투 톱 요원으로 나섰던 이근호는 오랜 만에 측면에 섰다. 후반 15분에는 설기현 대신 이동국이 투입됐다.
한국은 후반 18분 이청용이 상대 그물을 흔들었지만 오프사이드가 선언됐고 1분 뒤에는 역시 이청용이 페널티 정면에서 이대일 패스를 받아 왼발 슛을 날렸지만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후반 32분 이영표가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문전 중앙에서 이동국이 가슴으로 트래핑한 뒤 기회를 엿봤지만 상대 수비에 막혀 슛까지 연결하지 못했다. 후반 39분 이청용이 결정적인 찬스를 맞았다. 후방에서 길게 올라온 볼을 이동국이 머리로 떨어뜨려줬지만 일대일 상황에서 이청용의 슛은 골키퍼 손끝에 걸렸다. 허 감독은 후반 중반 이후 강민수, 김형일을 연달아 투입하며 모든 선수를 고루 테스트하는 데 의미를 뒀고 경기는 그대로 0-1로 마무리됐다.
런던(영국)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