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레나 오초아(왼쪽) 신지애. 스포츠동아DB
올해의 선수상이 걸린 운명의 승부는 17번홀(파3)에서 갈렸다.
17번홀은 2라운드까지 평균 타수가 3.33타에 이를 정도로 어려운 홀이다. 최종일에는 거리가 160야드로 세팅됐지만, 그린의 폭이 좁고 바로 왼쪽에 벙커가 있어 여전히 위협적이었다.
24일(한국시간) 대회 최종 3라운드 16번 홀까지 11언더파로 단독 2위에 올라 있던 오초아가 17번 홀에서 먼저 티 샷을 날렸지만 볼은 벙커에 빠졌다. 두 번째 샷이 또 다른 벙커에 들어가 오초아는 보기도 힘든 상황이 됐다. 더블보기를 기록한다면 4위 이하로 추락.
세 번째 샷을 간신히 그린에 올렸지만 홀까지의 거리가 3m가 넘어 더블보기 가능성이 컸다.
보기로 막지 못하면 신지애는 성적과 관계없이 올해의 선수상을 차지할 수 있었다. 신지애는 17번홀 티잉그라운드에서 이런 상황을 지켜보며 웃음 짓고 있었다. 하지만 오초아는 이 보기 퍼트를 기어이 성공시키며 공동 2위 자리를 지켜냈다.
이제 승부의 열쇠는 신지애에게 넘어갔다.
16번홀까지 이븐파로 공동 5위 자리를 지키던 신지애는 이 성적만 유지해도 올해의 선수상을 차지할 수 있었다. 파로 막아 최소한 7위권을 유지해야 올해의 선수상을 공동으로 차지할 수 있었다.
부담을 느낀 것일까? 잘 맞은 듯 보였던 신지애의 티 샷은 조금 짧아 그린 왼쪽 벙커로 빠졌다. 설상가상으로 볼 위치도 좋지 않았다. 오른발만 벙커야 놓은 채 샷을 해야 했다. 핀을 곧바로 겨냥할 수도 없었고, 조금만 길어도 반대편 워터 해저드로 볼이 들어갈 수 있는 위험한 자리였다.
벙커 샷은 벙커 턱을 겨우 넘기며 러프 지역에 떨어졌다. 결국 신지애는 통한의 보기를 기록했다. 반면 최대의 위기 상황을 넘긴 오초아는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먼저 웃었다.
신지애에게도 마지막 기회는 남아있었다. 18번 홀의 두 번째 샷아 짧아 그린을 놓친 신지애는 핀까지 10야드 거리에서 회심의 칩인 버디를 노렸다. 이 샷을 성공시키면 올해의 선수상 수상이 가능했다.
하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가볍게 친 볼은 핀 중앙을 향해 굴러갔지만 마지막 순간 오른쪽으로 휘며 홀을 외면했다.
결국 올해의 선수상은 4년 연속 오초아에게 돌아갔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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