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배의 열린스포츠] 야구가 파괴력 키워야 하는 이유

입력 2009-12-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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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스포츠동아 DB]

김연아. [스포츠동아 DB]

가끔 학생들이 질문한다. “훌륭한 경기력을 가진 선수들이 많은데 김연아와 박태환은 왜 언론의 관심을 더 받는가?”라고. 김연아와 박태환 외에도 우리나라에는 세계정상급의 선수가 많다. 사격의 진종오, 양궁과 쇼트트랙의 수많은 선수들, 배드민턴의 이용대, 태권도 세계챔피언 등등. 그럼에도 역시 ‘파괴력’은 김연아와 박태환이 개인 종목에서는 으뜸이다. 이유는 서양 중심의 세계관과 관계가 있다. 서양에서도 수영과 피겨스케이팅이 인기종목이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하계올림픽에서 서양인들이 저녁을 먹으면서 보고 싶은 대표적인 경기가 육상, 수영, 체조이며 동계올림픽에서는 피겨스케이팅이다. 역사적으로 이들 종목은 서양의 전유물이었다. 물론 체조는 중국이 석권하고 있고 피겨스케이팅도 동양권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잔영은 남아있다. 다시 말해 자본을 가진 서양이 관심을 갖고 있는 종목에서 박태환과 김연아가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언론이 집중적으로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하다.

서양언론, 즉 미국언론의 관점에서 2000년대 아시아선수로서 최고의 선수는 필리핀 복서 파퀴아오라고 간주하고 있다. 그는 2009년 타임지 11월 표지모델로 등장했다. 세계적인 시사 주간지인 타임에 2000년대 이후 스포츠선수가 등장한 것은 마이클 조던, 타이거 우즈, 마이클 펠프스 정도이고, 아시아선수로는 사상 처음이다. 파퀴아오는 주니어플라이급부터 선수생활을 시작해서 1999년 플라이급에서 세계타이틀을 획득한 이래, 올해까지 6체급을 석권했다. 복싱영웅 슈가레이 레너드나 토마스 헌즈도 과거에 4∼5체급을 석권했고, 미국의 복싱영웅 오스카 델라 호야도 이미 6체급을 석권했기에 파퀴아오의 6체급 석권이 갖는 의미는 크지 않을 수도 있다. 단지 다체급 석권선수들의 특징이 중량급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비해 파퀴아오는 최경량급부터 시작하여 중량급까지 정복한 ‘전대미문’의 복서라 할 수 있다. 복싱에서 경량급은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역사적으로도 세계복싱시장은 역시 중량급이 주도했다. 이렇듯 같은 경기력을 갖고 있어도 시장에서의 파괴력과 영향력은 극과극이다. 언론 역시 경기력만큼이나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중시한다. 이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자연의 법칙’에 가깝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 프로야구선수들은 축복을 받았다. 경기력만 담보되면 고액연봉에 언론에서 관심을 가져주고, 보다 큰 무대인 일본 그리고 세계최고 무대인 MLB에서 활동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2009시즌 최고 경기력을 보여준 김상현, 김현수, 박용택과 투수 부문별 1위를 차지한 류현진, 김광현, 조정훈 등은 여기서 안주하면 안 된다. 한국프로야구가 30년 가까이 되어 경기력은 엄청나게 발전했지만, 아직 한국 선수가 MLB에서 파괴력을 가진 경우는 거의 없다. 가까운 장래에 박찬호와 추신수를 뛰어 넘는 한국프로야구 출신의 MLB정상급 선수의 출현이 필요한 이유는 그것이 한국야구의 위상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국내 정상급 선수들은 보다 큰 ‘꿈’을 통해 세계시장에서 한국야구의 ‘파괴력’을 보여 줄 당위성이 있다.

동명대학교 체육학과 교수

요기 베라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경구를 좋아한다.
스포츠에 대한 로망을 간직하고 있다
현실과 로망은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로망과 스포츠의 '진정성'을 이야기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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