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곡은 있었어도 김연아의 2009시즌은 시작도 끝도 좋았다. 이제 2010년 밴쿠버올림픽 금메달만이 피겨 여왕 앞에 남은 유일한 미등정고지다. [스포츠동아 DB]
1차대회서 사상 첫 210점 돌파 새역사…석연찮은 판정·실수에도 ‘불변의 우승’
김연아(19·고려대)는 말했다. “정말 여러 가지 일이 벌어졌던 것 같다”고. 피겨 여자 싱글 역대 최고점∼시니어 데뷔 후 두 번째로 낮은 프리스케이팅 점수∼석연찮은 점프 다운그레이드 판정. 그래프는 등락이 급격했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게 있다. 언제나 ‘1등’이었다는 사실. 명실상부한 ‘피겨퀸’ 김연아의 파란만장했던 2009∼2010 시즌을 돌아봤다.○1차대회 - 210점의 역사
여왕이 돌아왔다. 3월 2009세계선수권에서 여자 싱글 최초로 200점을 넘어선 김연아. 그녀가 공개할 올림픽 프로그램에 피겨계의 시선이 쏠린 건 당연했다. 10월 그랑프리 1차 대회 ‘트로피 에릭 봉파르’ 때 얘기다.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 ‘제임스 본드 메들리’로 한결 성숙한 면모를 뽐냈고, 프리스케이팅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조지 거쉰 작곡)’에 맞춰 다채로운 매력을 뿜어냈다. 결과는 사상 최초의 210점 돌파. 프리 역대 최고점도 다시 썼다. 2010밴쿠버올림픽 금메달의 주인공은 이미 정해진 듯한 분위기였다.
○5차대회 - 아! 트리플 플립
11월 미국 레이크플래시드에서 열린 5차 대회 ‘스케이트 아메리카’. 관심사는 ‘우승자’가 아니라 ‘김연아의 점수’였다. 210점의 벽까지 부순 그녀가 이번엔 얼마나 높은 점수를 얻어낼지 모두가 궁금해 했다. 출발부터 대단했다. 네 번째 쇼트 역대 최고점 경신. 프리에 대한 기대가 더 커진 건 당연하다. 하지만 지나친 기대와 욕심은 독이 됐다.
김연아는 트리플 플립 착지 실패를 비롯해 잇단 실수를 범하면서 1차 대회 프리보다 20점 이상 낮은 점수를 받았다. 세 대회 연속 200점 돌파도 무산됐다. 김연아와 브라이언 오서 코치는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됐다”고 자평했다.
○파이널 - 여왕은 무너지지 않는다
일본 도쿄에서 끝난 그랑프리 파이널은 마지막 ‘모의고사’였다. 5차 대회의 아쉬움을 털어내기 위해서라도 “잘 하고 싶다”던 대회였다. 4일 쇼트. 실수가 있었지만 나쁘진 않았다. 헌데 느닷없이 트리플 토루프의 회전이 부족했다는 판정이 나왔다. 전문가들조차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였다. 그래도 김연아는 흔들리지 않았다. 프리에서 실수를 하고도 안도 미키(일본)에 역전 우승했다. 그녀의 세 번째 파이널 왕관이었다. 김연아는 이제 다시 출발선에 섰다.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서, 외롭게 자신과의 싸움을 계속해야 한다. 필생의 꿈이었던 올림픽 금메달이 제 주인을 찾을 수 있을까. 결과는 두 달 후에 드러난다.
도쿄(일본)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