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스토브리그에서 경기시간 스피드업이 화두다. 1993년 2시간 47분이 소요되던 게임당 경기시간이 2009년 3시간 22분에까지 이르고 있다. 이제 프로야구는 ‘시간과의 전쟁’을 좌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죽했으면 KBO가 ‘경기스피드업’ 세미나까지 개최했겠는가. 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경기시간은 큰 문제가 안될 수도 있지만, 새로운 팬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해결해야할 숙제다. MLB와 비교할 때 게임당 평균 30분 정도 차이가 난다. 유독 한국프로야구가 경기시간이 긴 원인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문제는 늘어지는 경기시간이 팬들의 흥미를 떨어뜨리고, 공중파방송이 중계를 기피하는 원인이 되며, 야구가 지루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는데 있다.
현대인들은 지루한 걸 견디기 힘들어 한다. 재미있는 영화도 2시간이면 끝나는데, 3시간 30분이나 걸리는 야구를 집중력을 가지고 관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경기시간을 줄이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다음과 같다. 첫째, 투수들의 빠른 투구간격이다. 야구는 투수가 공을 던지지 않으면, 타자가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심판이 타자를 아무리 채근해도 투수가 준비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12초룰의 엄격한 적용이 필수다.
둘째는 투수교체 시, 빠른 전환이다. 2009시즌 한 경기에 나오는 평균투수 수는 MLB가 7.63명, 일본은 7.31명인데 비해 한국은 8.25명에 이른다. 투수 교체가 근본적으로 많기 때문에, 구원투수는 교체지시에 맞추어 마운드에 ‘날아올’ 필요가 있다. 사직, 목동, 문학은 외야에서 나오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리는 편이다. 경기후반 원포인트 릴리프까지 동원되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투수들이여 일단 뛰자.’
셋째는 타자 로고송을 조금만 더 일찍 틀 필요가 있다. 타자들은 자기의 로고송이 울려 퍼져야 배트박스로 걸어 나오는 경향이 있다. 단 몇 초라도 로고송을 일찍 틀면, 경기전체로 보면 시간절약이 적지 않다. 넷째는 클리닝타임의 폐지다. MLB는 클리닝타임이 없다. 일본도 3분 미만이다. 한국만 5분인데 실제는 5분 이상이다. 대신에 3회와 6회 이후에 1∼2분 정도의 경기장 정리시간으로 대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섯째는 경기초반에는 선수에게 맡겨 놓자는 것이다. 한국프로야구 팀 중에서 경기시간이 가장 긴 팀은 LG다. 이유는 단순하다. 벤치에서 종종 포수에게 사인을 내기 때문이다. SK는 투수교체가 후반에 많아서 LG와 더불어 시간이 많이 걸리긴 하지만 적어도 박경완이 마스크를 쓰면 사인은 포수에게 맡긴다. 두산처럼 선수를 믿고 템포를 빠르게 할 필요가 있다.
여섯째는 엔트리 조정이다. MLB처럼 25명으로 1군 등록 선수를 제한하는 방안이다. 가용자원의 제한은 경기시간 스피드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1명 줄이는 게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시즌 전체로 보면 무시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는 경기수를 줄이는 것이다. 물론 이 방법은 극단적인 조치이기는 하지만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국프로야구의 긴 경기시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볼넷이다. MLB와 일본에 비해 볼넷이 많은데 이러한 원인은 역시 투수들의 수준차 때문이다. 국내투수들의 얇은 선수층은 133게임을 소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1군 투수끼리의 실력차도 크다. 원투펀치를 제외하면 공격적인 피칭을 할 만한 능력이 안 된다. 당연히 볼넷이 많아지고, 주자가 나가면 견제가 많고 던질 곳이 없다보니 시간을 끌 수밖에 없다. 국내 투수진의 선수층을 생각하면 주 5일 경기가 적당할 수도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프로야구가 스피디한 현대사회에서 생존하려면 시대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 과거에 비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경기시간은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 야구의 미래를 위해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동명대학교 체육학과 교수
요기 베라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경구를 좋아한다. 스포츠에 대한 로망을 간직하고 있다
현실과 로망은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로망과
스포츠의 '진정성'을 이야기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