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구. [스포츠동아DB]
“감독님 배려 감사”
롯데 외야수 이인구(29·사진)는 최근 구단의 전화를 받았다. ‘포스트시즌 배당금이 나왔으니 받아가라’는 요지였다. 정말로 600만원 가량의 돈이 입금됐다. 웬 횡재냐고 기뻐하기에 앞서서 궁금증이 들었다. ‘왜 나에게 배당금이 돌아왔지?’ 이인구는 준플레이오프에서 뛰지 못했다.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외야 가용전력이 포화상태여서 부득이하게 피해를 봤다. 못 나갔으니 자기 몫은 ‘당연히’ 없을 줄 알았는데 기분 좋은 오산이었다.
사정을 들어보니 롯데 제리 로이스터 감독의 특별 지시가 숨어 있었다. 로이스터는 ‘포스트시즌을 뛰느냐 그 자체보다 뛰기까지 공헌한 전 선수들에게 두루 혜택이 돌아가도록’ 주문했다는 전언이다. 정규시즌 95경기에 출장한 이인구의 기여도를 잊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포스트시즌에 출장한 선수들과 똑같은 금액으로 보상했다. 이에 대해선 선수단 전체에 이의가 없는 듯하다. “우리 감독님은 상금을 분배할 때면 언제나 그런 원칙을 갖고 있다. ‘여기에 오기까지 백업선수나 훈련 보조요원이 더 고생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롯데의 핵심선수는 증언한다.
실제 로이스터 감독은 보너스 분배 때마다 이 원칙을 관철했다. 로이스터를 둘러싸고 ‘문화충격’이 발생하고, 개중엔 납득할 수 없는 상황도 있지만 역으로 한국에 감화를 주는 사례도 있다. 이번이 그렇다. 롯데 선수들 대다수가 로이스터를 따르는 단초이기도 하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