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청용. 스포츠동아DB
오언 코일 감독은 볼턴 원더러스에 부임한 지 한달이 채 되지 않아 친정팀 번리와 맞붙었다. 예상대로 코일 감독에게 엄청난 야유를 퍼부어 댄 번리 팬들과 이에 지지 않으려는 볼턴 팬들로 적대심이 가득했다.
강등권과 강등 사정권에 포진해 있던 볼턴과 번리는 서로를 잡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처지. 게다가 코일 감독은 볼턴에 부임한 후 리그 경기에서는 승리를 기록하지 못했고, 번리의 브라이언 로우 감독 역시 부임 이후 1승도 없었기에 승리가 절실했던 상황이었다.
경기장 분위기는 살벌 그 자체였다.
번리 팬들은 배신자를 뜻하는 ‘유다(Judas)’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코일 감독이 사이드라인 근처에 나오기만 해도 “유다”라고 소리치며 엄청난 야유를 보냈다. 볼턴 팬들은 ‘우리는 오언 코일의 슈퍼화이트 군대(Owen Coyle’s superwhite army)’란 플래카드와 구호로 번리 팬들과 대적했다.
살벌한 분위기 속에 전반 35분 이청용의 골이 터졌다.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는 공격수로의 자질을 맘껏 뽐 낸 순간이었다. 이청용의 골에 볼턴 팬들은 모두 일어나 환희를 감추지 못했고 기자석 근처에 있던 팬들은 한국 취재진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올려보였다.
이청용이 볼턴의 영웅이 되었음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볼턴은 결국 이 골을 끝까지 지켜내 귀중한 승리를 따냈다. 이날 최고의 영웅이었던 이청용이 후반 인저리 타임에 바이스와 교체돼 벤치로 나오자 볼턴 팬들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 번리 팬들은 가장 미운 선수일 수밖에 없는 이청용에게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이청용의 골로 부임 후 리그 첫 승과 강등권 탈출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코일 감독은 경기 후 한국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 골은 환상적이었다. 매우 좋은 선수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축구 선수로서 좋은 기술을 타고났고 축구를 즐길 줄 안다. 나는 그가 앞으로 더 훌륭한 선수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앞으로 더욱 독려할 것이다”며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리그에서 우승을 한 것도, 맨유나 첼시 같은 빅 클럽을 이긴 것도 아니었지만 오늘 승리로 볼턴 선수들은 모처럼만에 양 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기뻐했다. 이청용이 볼턴과 코일 감독에게 의미 있는 1승을 안겼다.
볼턴(영국) | 전지혜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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