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현기자의 캠프 리포트] 히메네스 강속구에 ‘독 오른’ 정재훈

입력 2010-02-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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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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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두산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일본 미야자키 사이토구장. 불펜이 술렁거렸다. 새 용병 왈론드와 히메네스가 팀에 합류한지 20여 일만에 첫 피칭을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용병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두산 입장에서는 긴장되는 순간. 그러나 히메네스의 볼이 포수 미트에 ‘팡’ 소리를 내며 시원하게 꽂히자 굳어있던 윤석환 투수코치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윤 코치는 “볼이 빠르면서 무겁다. 무엇보다 스스로 ‘아직 80%%밖에 던지지 않았으니 다음에 더 잘 던지겠다’며 욕심 부리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왈론드의 볼은 히메네스만큼 위력적이지는 않았지만 스트라이크존을 꽉 차게 들어가는 변화구가 후한 점수를 받았다.

히메네스가 피칭을 할 때마다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던 윤 코치는 뒤에서 이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정재훈을 향해 “예전의 정재훈 볼을 보는 것 같다”며 농담을 했다. 정재훈이 분발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건넨 짓궂은 장난. 가만히 있을 정재훈이 아니었다. 그는 “아니 왜 예전이냐. 지금도 잘 던질 수 있다”고 발끈하고는 유난히 신경을 쓰며 피칭에 몰두했다.

이처럼 주전 경쟁이 치열하기로 유명한 두산 캠프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이는 투수뿐 아니라 야수쪽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야구 외적으로는 유독 선후배 사이가 돈독한 게 두산의 또 다른 장점. 왈론드와 히메네스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금세 동화돼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일례로 이날 훈련이 끝나고 두산 선수단은 투수조와 야수조로 나뉘어 저녁값 내기 가위바위보를 했다. 2000엔씩 갹출해 한 곳에 몰아주는 방식이었다. 승리는 투수조였다. 히메네스는 신이 난 듯 “기브 미 마이 머니(Give me my money)”를 외치며 야수조를 놀렸고 장난 끼 넘치는 용병의 모습에 다시 한 번 웃음꽃이 피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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