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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메네스가 피칭을 할 때마다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던 윤 코치는 뒤에서 이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정재훈을 향해 “예전의 정재훈 볼을 보는 것 같다”며 농담을 했다. 정재훈이 분발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건넨 짓궂은 장난. 가만히 있을 정재훈이 아니었다. 그는 “아니 왜 예전이냐. 지금도 잘 던질 수 있다”고 발끈하고는 유난히 신경을 쓰며 피칭에 몰두했다.
이처럼 주전 경쟁이 치열하기로 유명한 두산 캠프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이는 투수뿐 아니라 야수쪽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야구 외적으로는 유독 선후배 사이가 돈독한 게 두산의 또 다른 장점. 왈론드와 히메네스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금세 동화돼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일례로 이날 훈련이 끝나고 두산 선수단은 투수조와 야수조로 나뉘어 저녁값 내기 가위바위보를 했다. 2000엔씩 갹출해 한 곳에 몰아주는 방식이었다. 승리는 투수조였다. 히메네스는 신이 난 듯 “기브 미 마이 머니(Give me my money)”를 외치며 야수조를 놀렸고 장난 끼 넘치는 용병의 모습에 다시 한 번 웃음꽃이 피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