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혁(왼쪽)과 어머니 이인숙 씨, 동생 이규현. 이규현. 스포츠동아DB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스타 이규혁(32·서울시청)의 ‘올림픽 4전5기’는 결국 결실을 맺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이규혁은 18일(한국시간)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에서 1분09초92로 결승전을 통과해 9위에 머물렀다. 그는 허탈함에 그 자리에서 누워버렸다.
그런 아들의 모습을 본 어머니 이인숙(55) 씨도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너는 올림픽 운만 없었을 뿐 세계 최고의 빙상 선수다. 마음 쓸 것 없다. 즐기다 오너라”며 씩씩하게 말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한 아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이 씨는 한국 피겨계의 ‘대모’로 불린다. 선수 출신이기 때문에 큰 무대에서의 긴장감, 실패했을 때의 허탈함을 누구보다 잘 안다. 이 씨는 “규혁이가 500m에서는 긴장을 많이 한 모습이었지만 1000m에서는 죽기 살기로 뛰더라. 최선을 다 했다는 얘기다. 너무 마음 아파하지 않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오히려 “게다가 규혁이는 세계랭킹 2위 선수 아닌가. 20년 동안 한국 빙상계를 이끌어왔다. 같은 동계스포츠인으로서 자랑스럽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씨는 아들이 귀국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식구들이 모두 모여 식사도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싶기” 때문. 이 씨는 “앞으로 규혁이와 많은 시간을 가지면서 사회생활 문제라든지 장래에 대해 논의하고 싶다. 장가도 가야하지 않겠나. 나에게는 아들 장가보내는 일만 남은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