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 “연예인 자살 많아져… 요즘 안재욱 관리중”

입력 2010-07-12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1994년, 신인 사이클링히트 기록을 작성하며 LG를 우승으로 이끌었던 서용빈(오른쪽) 코치는 두 살 많은 ‘현역 선수’ 양준혁과의 릴레이 인터뷰에서 지도자로서의 책임감과 부담감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스포츠동아DB

선수·코치로 줄곧 LG맨…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은퇴식…그런데 하고나면 개고생이야”
▲ 에피타이저

삼성 양준혁(41)은 LG 서용빈(39) 코치를 인터뷰 대상자로 선정해 정성스럽게 질문을 작성했다. 이들은 2000∼2001년 LG에서 함께 선수생활을 했다. 양준혁은 1993년 삼성에서 데뷔한 뒤 99년 해태로, 그리고 다시 2000년 LG로 이적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러면서 양준혁은 당시 낯선 LG 유니폼을 입었을 때 자신의 적응을 도와준 서 코치의 고마움을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한편 서 코치는 다음 릴레이인터뷰 대상자로 SK 김재현을 지목했다.


○양준혁이 서용빈 코치에게


수많은 동기와 선·후배들이 있지만 서용빈 코치처럼 의리 있고 카리스마 넘치는 친구는 아직 못봤다. 선배에게는 깍듯하고, 후배에게는 다정하고. 선수 시절부터 LG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는데 지도자로도 성공한 모습을 보고 싶다. 나도 그렇고, 서 코치도 술을 잘 못해 자주 대화를 나눌 수는 없지만 야구란 공통점을 놓고 늘 고민하는 처지는 비슷하지 않을까? 만나면 늘 야구 얘기만 해서 싱겁기도 하지만 변치 말자. 비록 짧지만 LG에 2년간 몸 담아서 그런지 진짜 LG가 잘 되기를 빌어. 그러기 위해선 서 코치도 더 고민하고 부지런해져야 하겠지?(3일 대구구장)

○ 서용빈 코치가 양준혁에게


준혁이형, LG에서 같이 지내면서 좋은 추억도 너무 많았죠? 형이 지금까지 현역선수로 뛰면서 기록들도 많이 갖고 있지만 무엇보다 언제나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형은 쉰살까지 야구한다고 해도 그럴 것 같아. 만족하지 않고 계속 변화하려고 노력하고. 그래서 지금의 대스타 양준혁이 돼 있지 않나 싶어요. 선수생활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지금의 모습을 유지했으면 좋겠어요. 삼성뿐 아니라 다른 팀 모든 선수에게 존경을 받고 귀감이 되는 선수로 남아주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좋은 이미지로 은퇴하고, 지도자의 꿈이 있으면 준비 착실히 해서 명지도자가 됐으면 좋겠어요.(9일 잠실구장)


Q1. 코치생활 하면서 가장 힘든 부분은?
A1. 모든 선수가 자식…엄마의 마음이죠

Q2. 안재욱이랑 지금도 친하게 지내?
A2. 요즘은 제가 관리할 정도죠 ㅎㅎ




-선수로, 코치로 줄곧 LG에서만 뛰어서 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걸로 알고 있어.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과 가장 아쉬웠던 때는 언제였나?

“세 가지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첫째는 1994년 신인 때 우승한 순간이죠. 그리고 두 번째는 역시 신인 첫해 사이클링히트(1994년 4월 16일 사직 롯데전)를 기록했을 때. 개막 후 잘 치고 있었는데 그 순간부터 더 치고 나갔던 것 같아요. 세 번째로는 2006년 은퇴식이 생각나네요. 사람들이 흔히 말하잖아요. 10여년간의 선수생활이 필름처럼 지나가더라고요. 앞으로 내가 LG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할지도 고민스러웠고. 아무튼 은퇴하는 순간 고생 시작이야. 하하. 형은 기록도 더 많이 세우고 더 오래 선수생활을 했으면 좋겠어요.”



-코치가 된 뒤 고충도 많을 텐데,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든가?

“선수 때는 나만 생각하고, 나만 잘 챙기면 되잖아요. 타격코치를 하다보니 1군 엔트리에 있는 14명의 선수 모두를 신경 써야해요. 또 2군 선수도 계속 관심있게 봐야하죠. 부진했던 선수가 컨디션을 찾으면 기쁘지만, 다른 부진한 선수 때문에 좋아할 여유도 없어요.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밤늦게 잘 때까지 항상 고민할 수밖에 없어요. 엄마의 마음이랄까. 특히 어린 선수들에게는 뭐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고, 사 주고 싶죠. 잘 하는 애보다 못하는 애한테 더 신경 쓰이고요.”

-신인 오지환에 대한 애정이 각별해 보여. 서 코치가 오지환을 잘 키우기를 바래. 오지환에게 가장 당부하고 싶은 점은 무엇인지.

“난 그저 도와줄 뿐이죠. 키운다기보다 선수 스스로 잘 크도록 도와주는 게 코치의 임무인 것 같아요. 오지환은 프로에 입단하기 전부터 쭉 봐왔던 선수이기 때문에 애정이 있는 건 사실이에요. 그렇지만 다른 선수도 똑 같아요.”



-박병호에게도 신경을 많이 쓰던데, 평소 어떤 얘기를 주로 해주나? 선구안만 좀더 가다듬으면 아주 훌륭한 타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병호 역시 마찬가지에요. 성실하게 열심히 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죠. 병호는 누가 봐도 자질이 있는 선수고 열정이 있어요. ‘멘털 부분에서 더 강해져라’고 자주 얘기해요. 아직 메카닉이 정립돼 있지 않은 것 같은데 믿음을 갖고 노력하면 무서운 선수가 될 것 같아요. 선구안은 타고나야 한다고 하지만 기본적인 메카닉이 돼야 볼을 잘 보고 잘 치는 거잖아요. 선구안보다 그런 걸 만드는 게 우선인 것 같아요.”


-좀 민감하긴 한데 LG는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 준우승한 뒤 계속 부진을 면치 못했어. 서 코치는 그 원인을 뭐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해. 또 올해는 새로운 희망의 싹도 많이 보여주고 있는데 선수단도 의욕이 넘칠 것 같아.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LG에 관련된 모든 선수, 지도자, 프런트가 잘못한 부분이 있지 않나 생각해요. 누구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반성해야할 부분이죠. 선수들은 좀 더 주인의식을 가지고 책임의식을 갖춰야할 것 같아요. LG에 대한 프라이드도 부족한 것 같고. 그리고 다들 희생이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어요. 그게 제일 중요한 거죠. 조금씩 근성과 적극적인 모습이 생기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 같고요.”

-류택현, 최동수랑은 동기인데 둘은 여전히 선수로 뛰고 있어 세 사람이 만나면 어떤 얘기를 주로 하는지 궁금해.

“친구들이니까 주로 사적인 얘기를 많이 하죠. 야구로는 동기지만 걔들은 선수고, 나는 코치잖아요. 사회생활은 제가 선배죠. 하하. 인생에 대해 조언을 많이 하죠. 물론 야구 얘기도 해요. 특히 동수는 타자니까 기술적인 얘기도 많이 나누고요. 자기가 자기를 잘 못 보잖아요. 그래서 많이 도와달라고 부탁하기도 해요. 동수는 그런 노력 때문에 지금까지 현역으로 뛰고 있는 것 같아요.”



-이제 사적인 질문을 좀 하겠다. 옛날에 보니 안재욱이랑 참 친하게 지내던데, 요즘도 그런가. 또 아직도 술을 마실 때면 잠을 자는지 궁금해. ㅋㅋ.


“자주 통화하죠. 안재욱이라는 친구는 야구도 좋아하고 직접 야구도 하잖아요. 이 녀석이 어떨 땐 자기 나름대로 분석도 해서 나에게 지시도 해요. 물론 장난이지만. 하하. 그런데 가만히 들어보면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캐치하기도 해요. 요즘은 제가 재욱이 관리하고 있어요. 하도 연예인 자살 사건도 많아 이상한 생각할까봐. 요즘 뮤지컬 한다고 살도 많이 빠졌더라고요. 전 지금도 술은 잘 못 마시죠. 소주 3분의 2병이면 만취. 코치 되니까 더 약해진 것 같아요.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들어서 그런가? 예전엔 자면서도 끝까지 술자리 지켰는데 이젠 조금만 마시면 그냥 집에 가요. 형도 술을 잘 마시지는 않지만 안 먹어서 그렇지 나보다는 더 세잖아요.”

정리|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