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 이숭용이 최향남에게 묻다

입력 2011-02-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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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저녁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08프로야구 롯데와 두산의 경기에서 롯데가 2대 1로 승리를 거뒀다. 롯데 마무리 최향남이 9회초 1사 2루때 마운드에 올라 투구하고 있다.

3일 저녁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08프로야구 롯데와 두산의 경기에서 롯데가 2대 1로 승리를 거뒀다. 롯데 마무리 최향남이 9회초 1사 2루때 마운드에 올라 투구하고 있다.

Q1 좋은 조건 뿌리치고 ML 갔지만 마이너 전전했는데…
A1 “꿈을 향한 도전 후회한 적 없어”

Q2 98년 한국시리즈때 빈볼 시비 기억나?
A2 서용빈 주선으로 서로 알게돼 화해했지

Q3 우리도 어느덧 불혹…넌 어떤 선배니?
A3 나이 자체가 위압감…후배가 무서워해

◎ 에피타이저

1971년생 동갑, 만 나이로 불혹.

넥센 이숭용은 당초 릴레이인터뷰 대상자로 지목했던 SK 김경기 코치가 개인사정으로 완곡히 거절하자 다음 주자로 동기생인 최향남을 선택했다. 프로 입단 후에도 몇 년간 ‘서로 동기인 줄도 모르고’지냈던 이숭용과 최향남은 옛 추억을 더듬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한편 최향남은 다음 인터뷰 대상자로 해태에 몸담았던 프로 초년병 시절, 함께 뛰었던 후배 이대진(KIA·37)을 지목했다.


○이숭용이 최향남에게



향남아, 나 숭용이야. 축하한다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한국 프로야구 복귀를 뒤늦게나마 축하한다. 우리 동기들은 이제 거의 다 은퇴했잖아.

네 덕에 나도 이제 외롭지 않게 됐다. 하하. 1998년 한국시리즈였던 것 같은데, 기억하니? 네가 날 맞혔을 때…. 한국시리즈에서는 왜 그런 공에 더 예민하잖아. 나도 한 성질 하니까 그 때 기분이 안 좋아서 잠깐 실랑이가 있었지.

LG 포수였던 (김)동수(현 넥센 코치) 형이 말렸던 기억이 난다. 이런 말해서 미안한데 난 네가 동기인줄 몰랐어. 그리고 그 다음날인가. (서)용빈(현 LG코치)이한테 전화가 와서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굴어? 향남이 괜찮은 애야”라고 하더라고. 그 때 용빈이로부터 우리가 동기인 것을 처음 알았어.


○최향남이 이숭용에게

네가 먼저 할 얘기 다 했구나, 하하. 우린 네 말대로 고등학교 때부터 잘 아는 사이가 아니었지. 한국시리즈 사건(?), 기억하냐고? 물론 당연히 기억하지. 나도 네가 내 동기인 줄 모르고 있다가 용빈이한테 얘기 듣고서야 알았어.

그렇게 보면 그 때 일이 없었더라면 우린 동기인지도 모른 채 서로 모르고 그냥 지나쳤을 수도 있겠다. 내가 프로 초기에 우리 동기로 알고 있었던 친구는 용빈이가 유일한 것 같다. 나중에 최동수(SK)도 알게 됐고, 류택현(전 LG)도 있고.

내 기억에 넌 처음부터 ‘젠틀’하고 잘 생긴 친구로 남아있다. 한국시리즈 일 이전부터 말이야. 난 사실 예전부터 잘 생긴 네 얼굴이 부러웠다. 야구도 잘했잖아. 너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하면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언제 한번 보자, 꼭.


-1998년 한국시리즈 끝나고 야구장 밖에서 처음 본 너의 이미지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달랐어. 착하고 순박한 느낌이랄까? 하지만 그라운드에서만큼은 파이터였잖아. 이제 물어보는데 그 때 나 일부러 맞힌 거야, 하하?

“내 기억으로는 네가 (공에)맞지는 않았던 것 같다. 당시 네 눈빛을 보니 화가 많이 났었던 걸로 기억해. 우리가 처음부터 알았던 사이라면 위협구 하나에 그렇게 네가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용빈이가 자리 만들어 만나고, 네 얘길 들었을 때 내가 잘못 던진 것도 있고 해서 미안하단 생각이 들었었다. 그 때 웃으며 얘기해줘서 고마웠다. 파이터냐고? 그라운드에서 승부할 땐 승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LG 시절인가, 네가 머리염색을 하고 헤어스타일도 좀 특이했던 기억이 있어. 그 때 개성강한 모습 때문에 주변과도 마찰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무슨 의미로 그랬던 것이니?

“1998년도 즈음인 것 같다. 난 잘 생기지도 못했잖아. 염색을 하고 헤어스타일을 바꾼 건 야구 잘 해보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어. 그렇게 하고 야구 잘 하면 더 부각될 수도 있을 테니까. 팬들에게도 더 어필할 수 있고. 마찰? 많았지. 코치님들이 깎으라고 말씀하셨지만, 난 순수한 마음에서 한 것이기에 그냥 뒀어. 자신감을 나타내는 내 마음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게 안타까웠고. 그리고 그 당시가 한창 머리 염색이 유행할 때였거든, 하하.”


-어쩌면 너를 릴레이인터뷰 대상자로 선택한 가장 큰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2008시즌이 끝난 뒤였던 것 같구나. 나는 그 때 사실 야구를 그만두려고 했는데, 우연히 너에 관한 기사를 봤어. 메이저리그에 다시 도전한다고…. 나는 은퇴를 고려하는 시점에서 같은 나이인 네가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선언하니 큰 자극을 받을 수밖에 없었지. 과연 네 인생에서 야구란 무엇이니?

“심한 질문을 하고 그러네, 하하. 글쎄 내 인생에서 야구는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고, 가장 좋아하는 것이고 또 기쁨도 즐거움도 얻을 수 있는 것이지. 몸이 안 돼서 야구를 그만두게 되면 그렇게 한계를 받아들이겠지만, 꾸준히 몸관리를 한 상태였기에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고. 그래서 방출되고도 야구를 그만두기가 아쉬웠지. 난 원래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는 목표가 있었거든.”


-미국 야구를 오랜 기간 체험했잖아. 미국 타자들은 한국 타자들과 어떻게 다른 것 같아? 그리고 미국야구와 한국야구는 또 어떻게 다르니?

“난 메이저리그에서는 못 뛰고 마이너리그에서만 뛰어서, 글쎄 미국야구라. 아무래도 정신자세에 차이가 있는 것 같아. 거기서도 실력이 있고 없고는 있지. 그런데 모든 선수들이 항상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열정과 꿈을 갖고 있었던 것 같아. 한국 선수들과 마이너리그 선수들 실력은 비슷하잖아. 얼마만큼 인내하느냐가 문제인데, 그런 선수들은 언젠가 메이저리그에 꼭 가더라고. 마이너리그에서 꿈이 없는 선수는 그냥 있는 것이고.”


-멋진 도전이었지만, 결국 메이저리그에는 올라가지 못했잖아. 그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는 없어? 당시 롯데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했는데 미국에 진출한 것으로 알고 있거든….

“거기에 대해서 후회는 전혀 없어. 잠깐 고민을 하기도 했었는데, 여기에서 좋은 조건에 야구를 끝낸다면 해보고 싶은 것에 도전하겠다던 내 자신을 배신하는 게 되잖아. 그렇게 하기 싫었어. 처음에 가졌던 마음이 뭐였는지, 진지하게 내 자신에게 물어 답을 얻었지.”


-이제 너나 나나 팀내 최고참이다. 넌 후배들에게 어떤 선배야?

“우리 팀에 김명성이란 신인 투수가 있는데 그 친구가 제일 어려운 선배가 나라고 얘기했다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어, 사실. 나는 그런 거 없이 후배들하고 같이 잘 어울리겠다는 마인드를 갖고 있는데 말이야. ‘나이 자체가 위압감을 주는구나’라고 가끔 생각할 때가 있어.”


-우리도 이제 마흔이구나. 남들이 내게 항상 물어. ‘건강관리 어떻게 하냐?’고. 나는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첫 번째야. 넌 어떤 노하우가 있어?

“네 말처럼 잘 먹고 잘 자는 게 제일 중요하고, 기본이지. 두 번째는 내가 내 자신을 이길 수 없는 곳에 가지 않는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있어. 누구든 유혹에 넘어갈 수 있으니까, 그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절제하려고 하지. ”


-난 네가 선수생활을 정말 오래오래 하길 바란다. 넌 얼마나 더 오래 선수 유니폼을 입고 있을 것 같니? 그리고 은퇴 후 계획은 어떻게 잡고 있어?

“아, (한참을 생각하더니) 미국 갔을 때부터 오래 해야겠다는 욕심이랄까 그런 건 없었어. 그 시간 자체가 나한테 오기 힘든 시간이었으니까. 그 때부터 하늘에 맡기고 간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았던 것 같다. 앞으로 1년을 더 할 수도 있고, 2년을 더 할 수도 있겠지만 만약 은퇴한다면 후회 없이 하고 싶어. 그런 다음에 내가 야구 말고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볼 거야. 거기에 한 20년 매진하면 인생 막바지에 뭔가 알게 되겠지.”


롯데 최향남은?

▲생년월일=1971년3월28일 ▲학교=목포산정초∼영흥중∼영흥고 ▲키·몸무게=187cm·91kg(우투우타) ▲프로 데뷔=1990년 해태 고졸신인 ▲통산성적=51승65패15세이브 방어율 4.04 ▲2011년 연봉=70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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