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인물탐구] 두산 임태훈 “지는건 싫다!”…오늘도 V 땀방울

입력 2011-02-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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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임태훈. 사진제공 | 두산베어스

강한 승부근성…훈련 또 훈련
“난, 타고난 선수 아닌 노력파
올핸 팀 중심으로 우뚝 설게요”
데뷔하자마자 신인왕(2007)을 거머쥐었다. 이후 팀의 핵심불펜으로 거침없이 볼을 뿌렸다. 지난 시즌에는 선발진에 구멍이 나 갑작스럽게 수혈됐음에도 9승을 기록했고, 포스트시즌에서도 극심한 허리통증을 참고 마운드에 오르는 투혼으로 많은 야구팬들을 감동시켰다.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한국대표팀이 금메달을 목에 거는 데 일조했다. 그러나 두산 임태훈(23)은 “난 타고난 선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저 “지기 싫어하는 성격 때문에 훈련을 게을리 할 수 없었을 뿐”이라고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잘 때도 공을 쥐고 자던 아이

임태훈은 역삼초등학교 시절 야구공을 손에서 놓아본 적이 없다. 심지어 잘 때도 직구 그립이면 직구 그립, 변화구 그립이면 변화구 그립을 쥔 채 잠이 들었다. 자다가 볼이 손에서 빠질 것 같으면 공을 바닥에 놓은 뒤 그 위에 손을 얹고 다시 잠들곤 했다. 자고 일어나도 공이 손에 그대로 있을 정도였다.

밸런스 훈련도 마찬가지였다. 방바닥에 투구 발위치를 청테이프로 붙여놓고 일정한 폼으로 피칭할 수 있도록 발을 맞추는 훈련을 수백 번, 수천 번 반복했다. 지금도 밸런스가 좋지 않을 때 바닥에 밴드를 붙여놓고 거기에 엄지발가락을 맞추는 연습을 한다.

“초등학교 때도 훈련이 끝나면 학교에 남아서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운동장을 20바퀴씩 돌았어요. 스윙도 300∼500개씩 하고. 전 다른 선수들에 비해 월등히 실력을 타고난 선수가 아니잖아요. 타고난 거라고는 아픈 허리?(웃음) 그런데 또 지기는 죽기보다 싫어해요. 결국 훈련량으로 승부를 건 거죠.”


○묻는데 주저하지 않는 선수

임태훈은 자문을 구하는데도 거리낌이 없다. 그가 메이저리거 박찬호의 수제자를 자청한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잘 던진다는 투수, 새 용병들을 만나면 스스럼없이 다가가 질문공세를 퍼붓는다. 실제 지난해에는 히메네스에게 싱커그립을 배워 실전에서 유용하게 사용했고, 슬라이더도 WBC 때 국가대표팀에서 KIA 윤석민에게 그립을 배워 연마한 구종이다.

더 중요한 건 물어보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배운 그립을 ‘임태훈화’하는데 또 충분한 시간을 들인다. 실제 윤석민의 슬라이더 그립은 손가락이 긴 그에게는 맞지 않아 훈련에 훈련을 거듭해 자기화했다.

“습관 같아요. 새 용병이 오면 어떻게 던지는지 그립을 보여 달라고 해요. 뭐든 물어봐야 얻는 게 있잖아요. 올해 캠프에서는 커브와 슬라이더의 구속을 늘리고 또 한 번 그립에 변형을 준 히메네스 싱커를 몸에 익히고 있어요. 저 나름대로 계속 연구하려고 해요. 한국타자들이 워낙 잘 치니까. 매년 스타일이 같으면 안 되잖아요.”


○걷지 못할 정도의 통증 참고 연습

임태훈은 지난 시즌 역대 스프링캠프 중 페이스가 가장 좋았다. 스스로도 기대가 컸다. 그런데 훈련 도중 잠깐의 방심으로 운동기구에 허리신경이 눌려버리고 말았다. 걷지 못할 정도의 극심한 통증. 결국 훈련에서 배제돼 5일간 꼼짝없이 방에 갇혀있어야 했다.

억울했다. 1초 때문에 1년이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결국 누워만 있어도 모자랄 상황에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3일을 꼬박, 2루주자 견제훈련을 했다. 아픔을 참고 구슬땀을 흘린 결과는 시즌 중에 나타났다. 그는 지난해 2루 견제를 무려 7번이나 성공했다.

“그때 누워있어도 아픈 건 마찬가지니까 훈련이나 하자 싶었어요. 2군에서는 1군에 오기 위해, 1군에 와서는 보직을 차지하기 위해, 주전이 되면 제 역할을 하기 위해 훈련을 하잖아요. 어차피 볼은 계속 던질 건데 이왕이면 팀의 중심이 되고 싶더라고요.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훈련밖에 없어요. 아직은 부족하지만 그런 선수가 되도록 열심히 뛰겠습니다. 지켜봐주세요.”

사진제공 | 두산베어스

사이토(일본 미야자키현)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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