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호 쾅!…“KIA 3번타자 신고합니다”

 기아 이범호. 사진제공ㅣ기아 타이거즈

삼성전 7회말 결승 솔로포 작렬
개막전 5타수 무안타 부진 훌훌
올시즌 KIA 화력 신활력소 기대

이범호(사진)의 영입은 11번째 우승을 위한 KIA의 과감한 결정이었다. 오랜 약점이었던 3번타자를 해결하기 위해 김상현과 포지션이 겹치는 점까지 감안하고 이범호를 품에 안았다. 이범호는 단 한 명의 타자지만 이미 입단과 동시에 새 팀 KIA에 큰 영향을 줬다. 간판타자 김상현은 입단동기 이범호를 위해 3루를 떠나 외야수로 변신해야 했다. 가뜩이나 비좁았던 외야는 연쇄적인 내부 경쟁이 일어났고 야수진 전체에 긴장감이 돌았다. 그만큼 이범호에 대한 기대는 코칭스태프, 구단, 동료들까지 모두 컸다. 그러나 이범호는 2일 개막전에서 5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최희섭이 3타수 2안타, 김상현이 4타수 1안타로 제 몫을 다했지만 이범호가 중심에서 계속 침묵하며 KIA는 잔루를 11개나 기록하고는 역전패했다.

3일 광주 삼성전을 앞두고 KIA 조범현 감독은 타격연습 중인 이범호를 바라보며 혼잣말로 “5타수 무안타라. 그래도 자기 실력이 어디 가겠어?”라고 말하며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보였다. 조 감독은 시즌을 구상하며 이범호에게 홈런보다는 더 높은 정확도를 첫 번째로 지시했다. 최희섭, 김상현 앞에서 이용규와 신종길 테이블세터를 득점권에 올려놓는 역할을 위해서였다.

이범호의 한국프로야구 통산 타율은 0.264다. 2004년 0.308의 타율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정확도보다는 홈런 능력이 있는 중장거리 타자였다. 이범호도 지난 캠프에서 감독의 의도대로 타율을 높이는데 목표를 두고 훈련을 해왔다.

3일 경기에서 이범호는 1회와 2회 연속 안타를 쳤다. 2회 안타는 2타점 적시타였고, 김상현의 만루홈런으로 이어졌다. 8-8 동점이었던 7회말에는 결승 홈런까지 쳤다. KIA가 그토록 간절히 원한 3번타자의 모습이었다.

이범호는 경기 후 “전날 5타수 무안타를 쳤는데 3번으로 다시 내보내준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볼넷이 없다. 뒤에 최희섭, 김상현 든든한 타자들이 있어 투수들이 적극적으로 승부하는 것 같다. 나가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타격을 했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트위터 @rushlkh)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