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추천 슈퍼스타 K] 김성준 “한국의 사비 꿈꾸며 축구와 열애”

입력 2011-04-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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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대전 왕선재감독이 꼽은 1위 돌풍 주역

만점 공수조율에 자기 관리도 철저
여친? 데이트 할 시간 있으면 훈련!
‘만년 꼴찌’ 꼬리표를 떼어내고 K리그 초반 깜짝 선두(3승1무)에 오른 대전 시티즌의 돌풍이 매섭다. 대전 왕선재 감독은 “우리 팀의 가장 큰 장점은 ‘모두’에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콕 짚는 한 명이 있다. 바로 중원의 핵심 김성준(23)이다. 프로 3년 차 미드필더 김성준이 대전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10년여 만에 경험하는 K리그 단독 1위. 시간이 갈수록 열풍이 식을 것이라고 예견하는 전문가도 있지만 대전은 걱정하지 않는다. 현재의 페이스가 좋고, 그 중심에 김성준이 있기 때문이다.

● 내 자신은 속일 수 없다!

그라운드에 들어설 때마다 김성준은 눈을 감고 마음을 가다듬는다. 항상 되뇌이는 좌우명. ‘내 스스로를 속이지 말자.’

“팬들을 속일 수는 있어요. 다만 제 자신에게 떳떳하고 싶어요. 축구화를 신은 이후 줄곧 생각해요. 모든 열정을 쏟아 붓고 내게 만족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하자고.”

그는 나름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축구에 입문한 김성준은 축구 명문 중동중과 언남고를 졸업했다. 이후 홍익대에 입학해 2학년을 마친 뒤 신인 드래프트 2순위로 대전 유니폼을 입었다.

시작은 미약했다. 2009시즌 15경기에 나서 1골-1도움을 올렸다. 작년은 26경기에서 역시 1골-1도움을 챙겼다. 팀의 주전으로 뛰었음에도 초라한 성적표에 남몰래 가슴을 쳤다.

“계속 최하위권을 맴돌았잖아요. 제 잘못인 것 같았죠. 경기력 면에서 우리가 부족했던 것도 아닌데 번번이 나쁜 성적을 올렸으니. 참담하다는 게 뭔지를 실감했어요.”

김성준은 올 시즌 목표를 두 자릿수 공격포인트와 내년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포지션은 득점과 가깝지 않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공수조율을 하는 게 1차 임무란 걸 잘 안다.

“주장 (박)성호 형과 용병 박은호가 전방에서 제 몫을 하고 있잖아요. 전 뒤를 받쳐줘야 해요. 한 발 더 뛰고, 한 치라도 더 움직여 상대를 저지해야죠.”

다행히 올 시즌 김성준의 페이스는 좋은 편이다. 4경기에서 1골을 기록했다.


● 스타 아닌 ‘준비된 선수’로 기억됐으면

아직 김성준은 스타라는 수식이 어색하다. ‘깜짝 스타’가 아니냐는 말에도 한사코 손사래를 친다. 대신 꼭 듣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준비된 선수’란 표현.

태도도 모범적이다. 대전 홍보팀 이지훈 씨는 “공식 훈련이 끝난 뒤에도 끝까지 남아 공을 찬다. 자기 관리가 투철하다”고 했다. 이 얘기를 전해들은 김성준이 배시시 웃으며 한 마디 보탰다.

“제가 잔부상이 많아요. 중학교 때는 성장기라 곳곳이 아팠는데, 고교 때부터 발목이 좋지 않아요. 꾸준히 관리하지 않으면 안돼요. 재활이 얼마나 힘겨운지. 경험 못한 사람은 전혀 실감할 수 없죠.”

그는 시즌 개막 전 남해 동계전지훈련에서 휴식 시간을 쪼개 꾸준히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묵묵히 노력하는 만큼 사생활도 검소한 편이다. 부모, 세 살 터울의 형에게 부끄럽지 않은 가족 구성원이 되려 한다. 매달 25일 월급이 들어오면 곧장 진주에서 식당 운영을 하는 부모님께 부친다.

아직 여자 친구가 없어 큰 돈을 쓸 일이 없다나? 흔한 자가용도 없이 숙소 생활을 한다. 서포터스로부터 ‘국곡리(대전 숙소 위치) 3인방’으로 불리는 88년생 동기 이현웅, 황진산과 가볍게 식사하고,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게 유일한 취미이다.

하지만 축구 욕심은 남다르다. 김성준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살아있는 레전드’로 통하는 폴 스콜스를 가장 존경했다. 지금은 FC바르셀로나의 사비, 이니에스타를 롤 모델로 삼고 있다. ‘애인 만들기’에 시간을 쏟기 보다는 스스로에 투자한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비교 할 수는 없죠. 한데, 흉내라도 낼 수 있을 때 진짜 인정받지 않을까요? ‘같은 인간이지만 다른 인간이 되자’고 생각해요. 평범하고 싶지 않다는 욕심. 다른 팀들이 절 항상 데려가고 싶도록 만들어야죠.”

적어도 이 목표는 이뤘다. 김성준은 K리그 강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 몇몇 구단의 오퍼도 받았다. 이에 대전도 올해 초 계약 연장을 해 2012년까지 소유권을 갖게 됐다. 뚜렷한 스타가 없어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는 대전. 그래도 요즘 김성준이 있으니 든든하다.


● 김성준?


생년월일: 1988년 4월 8일

신체조건: 174cm 68kg

학력: 영희초-중동중-언남고-홍익대(2년 중퇴)

프로경력: 2009시즌 대전 입단(15경기, 1골-1도움), 2010시즌 26경기 출장(1골-1도움), 2011시즌 4경기 출장(1골-2도움)

남장현 기자 (트위터 @yoshike3)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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