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전 선제골 도움 이어 환상의 결승골
친정 찾은 황선홍 감독에 시즌 첫패 안겨
추가시간 6분이 흐른 뒤 길게 울린 종료 휘슬. 순간 스탠드는 ‘부산’을 외치는 함성으로 가득 찼다. 친정 찾은 황선홍 감독에 시즌 첫패 안겨
8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2011 K리그 9라운드. 작년까지 부산을 이끌다 포항으로 옮긴 황선홍 감독의 첫 친정 방문으로 뜨거운 관심을 끌었던 부산-포항의 대결은 결국 홈 팀의 2-1 승리로 끝났다.
부산 승리의 일등공신은 한상운(25)이었다. 황 감독이 아꼈던 애제자인 그는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스승에게 이번 시즌 정규리그 첫 패배의 아픔을 안겼다.
○옛 스승을 넘고 싶었다.
프로 3년차 한상운은 지난해까지 자신의 플레이에 만족하지 못했다. 2009년 3골 5도움을 올린 그는 지난해 7골 5도움을 올렸다. 나쁜 기록은 아니었지만 기대에 못 미쳤다. 포항전 이전까지 올 시즌 4골 1도움을 기록하며 한층 더 발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그는 이번 경기를 준비하며 남다른 각오를 보였다. 황 감독이 “부산 시절, 선수들 전술 이해도가 낮아 원한 축구를 할 수 없었다”고 인터뷰를 했다는 루머는 훌륭한 자극제가 됐다. 황 감독이 지켜보는 앞에서 멋진 골 세리머니를 하고 싶었다.
한상운은 최전방 스리톱의 한 축을 맡으면서 포항 진영을 휘저었고, 전반 31분 날카로운 패스로 팀 동료 김창수의 중거리 포를 도왔다. 한상운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전반 44분 상대 문전에서 수비수 2명을 벗겨내는 멋진 개인기에 이은 왼발 킥으로 골 망을 갈랐다. 안익수 감독이 “평소 훈련 때 보지 못한 아주 창의적인 플레이”라고 극찬했다.
○시련이 만든 활약
포항 황 감독은 경기 후 “(한)상운이의 왼발을 많이 경계했는데, 내가 맡았을 때보다 실력이 향상됐다. 흐뭇하다”며 ‘쿨’하게 제자를 칭찬했다. MOM(맨 오브 더 매치)에 뽑힌 한상운의 얼굴도 벌겋게 상기돼 있었다. 필승 의지가 승리로 이어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수비 가담도 적고, 덜 뛰는 내가 동료들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건 득점 밖에 없었다. 1위 포항이라서 꼭 넘고 싶었다.”
한상운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이날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본 국가대표팀 조광래 감독도 좋은 평가를 내렸다. 취재진에 “기술이 좋다”고 호평했다. 짧은 한 마디였지만 축구를 위해 고향 강원도 태백에서 강릉으로 건너가는 등 어렵게 프로선수가 된 한상운에게는 큰 힘이 될 말이었다.
“다른 동료들보다 운이 좋아 골을 넣게 됐다”고 말한 한상운은 “지난 2년간의 아픔과 시련이 없었다면 올해의 활약도 없었을 것”이라며 올 시즌 목표를 당초 10골에서 15골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부산 | 남장현 기자(트위터 @yoshike3)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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