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육상] 악! 개최국 노메달…태극기는 울고 싶어라

입력 2011-08-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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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대구스타디움은 오전과 오후로 나눠 풍경이 사뭇 바뀐다. 주로 예선경기들이 펼쳐지는 오전에는 일반 관중 동원이 어려워 대구지역 초·중·고생들이 현장학습 명목으로 단체관람을 온다.

반면 각 종목 결승이 대거 열리는 저녁 시간대에는 가족 단위의 관람객과 더불어 일부 외국관광객들도 볼 수 있다. 외국관광객의 상당수는 지리적 특성상 이웃나라 일본과 중국에서 온 사람들인데 육안으로는 언뜻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남자 110m 허들과 여자 100m 등 인기 단거리 종목 결승이 잇달아 벌어진 29일 저녁이다. 남자 110m 허들 준결승 1조 경기가 막 진행되려던 오후 7시 무렵, 갑자기 본부석 양편 관중석에서 일대장관이 펼쳐졌다.

2004아테네올림픽에서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트랙 종목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던 류샹이 출발대기선에 모습을 드러내자 중국관광객들이 일제히 오성홍기를 꺼내들고 환호성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이같은 퍼포먼스는 류샹이 결승 경기를 마칠 때까지 이어졌다.

아쉽게 3위(1위 다이론 로블레스의 실격으로 2위 승격)로 골인한 류샹이 그런 자국 팬들을 향해 오성홍기를 등에 걸고 인사를 하자 분위기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이리도 많은 중국인들이 단체관람을 하고 있으리라고는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다가 깜짝 놀랐으면서도 한편으론 부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이날 대구스타디움에는 중국인 못지않은 규모의 일본인 관광객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필드종목인 남자 해머던지기에 출전한 무로후시 고지 때문이었다. 1차시기부터 1위로 이름을 올린 무로후시의 기록이 중간중간 전광판에 비쳐질 때마다 대구스타디움 이곳저곳에선 역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2004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무로후시는 결국 자신의 첫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따냈고, 이어진 시상식에선 일장기가 오르고 일본국가가 연주됐다.

과연 한국인들은 언제쯤 낯선 이국의 육상경기장에서 자랑스럽게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민국’을 외칠 수 있을까. 아쉽게도 대회 4일째인 30일까지 개최국 한국은 메달리스트는 고사하고 단 한 명의 결승 진출자도 배출하지 못했다.

대구 |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jace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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