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은의 가을이야기] “난, 준PO 엔트리”…2년차 홍재호의 가을선물

입력 2011-10-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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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전화번호를 누릅니다. 이윽고 반가운 목소리가 들립니다. 아들이 외칩니다. “엄마! 나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 포함됐어!”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가 끝나자마자, KIA 홍재호(24·사진)는 포스트시즌을 준비하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KIA가 제출한 준PO 출전 선수 26명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겁니다. 좀처럼 출장 기회를 잡지 못했던 2년차 내야수에게는 꿈만 같은 일.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고향 부산에 있는 가족, 그 중에서도 어머니였습니다. 환희에 찬 아들의 전화에 어머니도 화답합니다. “내 그럴 줄 알았다. 장하다, 우리 아들.” 전화를 끊으면서 입가에 배시시 웃음이 번집니다.

홍재호는 “세상에서 단 하나 고마운 사람을 꼽으라면 그건 가족”이라고 말합니다. 광주구장 전광판에 태극기가 뜨고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마다, 가족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는답니다.

많은 야구팬들에게 아직은 낯선 이름, 홍재호. 알고 보면 그는 사학 명문 고려대 야구부 주장 출신입니다. 하지만 프로 생활은 녹록치 않았습니다. 2년간 출전했던 55경기가 그에게 주어졌던 기회의 전부입니다.

야심만만하게 준비했고 자신감이 넘쳤던 올해, 2군에서 개막을 맞고 1군에 못 올라오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좌절도 그만큼 커졌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열심히 버텨낸 결과는 ‘가을 잔치’라는 선물입니다.

홍재호는 목소리를 높입니다. “우리 팀이 꼭 플레이오프에 올라가야 한다”고요. 그리고 “플레이오프 엔트리에도 꼭 포함되고 싶다”고 강조합니다. 부산 사직구장. 그 곳에 가면 사랑하는 가족이 자신을 보러 올 수 있으니까요. “무조건 프로 무대에서 오래오래 살아남고 싶다”는 홍재호의 꿈. 그 시작이 바로 이번 가을입니다.

광주|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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