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넘버 7’이 날 채찍질 한다

입력 2011-10-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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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진은 대표팀에서 은퇴한 박지성의 등번호 7번을 달고 A매치에 데뷔해 그라운드를 누볐다. 2경기에서 3도움의 만점 활약을 보이며 조광래 감독에게 합격점을 받았다. 상암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 조광래호 우측 FW 뉴에이스 급부상…루키 서정진 인터뷰


첫 태극마크에 백넘버 7 ‘꿈이야 생시야’
박주영 형에 3AS…지금부터가 더 중요
꽃등심 값 하려고 UAE전서 죽어라 뛰어
후배 기 살려준 동국 형의 배려 항상 감사


10월 초, 한국축구의 깜짝 스타는 서정진(22·전북 현대)이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의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2-1 승리에도 불구하고 조광래호에 비판이 쏟아지지만 그래도 서정진의 수확에 대한 이견은 없다. ‘서정진 신드롬’까지 일으킬 정도. 스포츠동아는 UAE전 직후 일약 스타로 떠오른 서정진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 영광스러운 백넘버 7번

첫 발탁이었다. 생애 처음으로 성인 대표팀에 뽑혔다. 이미 발표된 소집 명단을 보고 또 보며 각오를 다졌다. “무리한 욕심 내지 말고 내 할 수 있는 장기만 제대로 펼쳐내자.”

서정진은 태극전사들의 요람인 파주NFC에 들어온 뒤 깜짝 놀랐다. 자신의 유니폼 뒷면에 새겨진 등번호(7번) 때문이었다. 1월 카타르 아시안컵을 끝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한 ‘영웅’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달고 다녔던 바로 그 번호였다.

어쩌면 큰 의미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냥 그 번호가 비어있어 새내기 서정진에게 배정됐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 것도 아닐 법한 등번호 배부가 엄청난 힘을 가져다주는 원동력과 동기부여가 된 건 틀림없었다.

“너무 영광스러웠다. (박)지성 선배께서 입던 그 번호를 그대로 물려받았으니 정말 감회가 새로웠다. 솔직히 부담스러웠다. 내가 과연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불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대 만족이었다. 2%의 부족함도 없었다.

‘캡틴’ 박주영(아스널)에게 3개의 어시스트를 배달했다.

UAE전 결승골(자책골)을 뺀 나머지 3득점 전부가 서정진의 킬 패스에서 비롯됐으니 영양 만점의 활약이었다. 물론 폴란드전(2-2 무승부)이 7장의 교체카드가 활용된 바람에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A매치로 공인받진 못했지만 조광래 감독이 UAE전에 서정진을 선발로 세울 이유는 충분했다.

“그냥 열심히 한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몸을 불살라야겠다는 생각?(웃음)”

폴란드전 직후, 박주영에게서 또래 동료들과 함께 70만 원 어치의 쇠고기 꽃등심을 얻어먹은 서정진은 “고깃값을 하기 위해 정말 죽어라 뛰었다. UAE전에서는 주영이 형이 고개를 끄떡해주셨다. 격려가 담긴 무언의 메시지가 아니었을까”라고 말했다.

청용 공백 이상 무!…힘의 원천 동국 형!

완벽에 가까웠다. 물론 시작은 미약했다. 폴란드전 선발은 남태희(발랑시엔)였다. 하지만 답답한 흐름이 계속되자 조 감독은 서정진을 투입했다. 그리고 맡은 조커 역할을 확실하게 했다. 분위기가 금세 반전됐고, 기가 막힌 킬 패스로 모두를 사로잡았다. 박주영의 2골을 모두 도왔다.

정강이 골절상을 입어 빨라야 내년 1월에 복귀할 것으로 보이는 이청용(볼턴)의 부재로 팬들의 불안감이 큰 상태였지만, 이는 기우였다. 오른쪽 측면 포워드 자리를 확실히 꿰찼다. 영양 만점이었다. 2경기 3도움.

“(이청용 대체자라는) 표현도 참 부담스럽다. 어색하고 맞지 않는 옷 같고…. 이번에 잘했다고 그 자리를 완전히 메웠다고는 할 수 없다. 지금부터가 더 중요할 것 같다.”

폴란드전 기록이 7명 교체로 A매치로 인증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아쉬워 잠을 이루지 못했다면 UAE전이 끝난 11일 밤은 행복감에 늦은 시각까지 잠을 잘 수 없었다.

그리고 서정진이 꼭 하고픈 말이 있다. 대선배 이동국(전북)에 대한 고마움이다.

이동국은 자신의 룸메이트 서정진이 처음 대표팀의 부름을 받은 날, 자신의 트위터에 ‘방졸 정진이가 속으로는 좋아 죽을 것 같은데, 제대로 웃지도 못하네요. 많은 격려를 해주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이동국이 뒤늦게 대표팀에 합류하며 파주에서도 함께 훈련하게 됐지만 절친한 선배의 주옥같은 조언은 새내기에게 많은 도움이 됐다.

“동국이 형이 축구 얘기는 많이 안 하셨다. 어떻게 생활해야할지, 어떤 모습을 보여야할지 축구 외적인 내용들을 주로 많이 해주셨다. 트위터 글도 장난처럼 보이지만 후배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선배의 배려라는 걸 잘 안다. 늘 고맙고 자랑스런 선배다. 이젠 전북의 정상 등극을 향해 달려가겠다.”

박주영의 표현처럼 서정진은 ‘조광래호의 황태자’로 급부상했다. 실력뿐 아니라 마음까지 착한 그의 또 다른 퍼포먼스는 K리그에서 고스란히 재연될 예정이다.


서정진은?

소속 팀: 전북 현대
포지션: 미드필더
생년월일: 1989년 9월 6일(대구)
신체조건: 175cm 65kg
학력사항: 대구 화원초-보인중-보인고
대표경력: 2009년 U-20월드컵,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K리그 경력: 2008시즌 입단∼현재(61경기 출전, 4골 5도움)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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