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end Interview]프로골퍼 최혜용, 강해지기…독해지기…‘나약한 선수’ 꼬리표 굿바이!

입력 2012-01-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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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KLPGA 투어 신인왕 최혜용이 2012년 그린 평정을 예고했다. 최혜용이 26일 성남시 분당의 한 헬스클럽에서 근력 강화 운동을 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스물 둘 그녀의 2012년 용꿈

2008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는 보기 드문 신인왕 경쟁이 펼쳐졌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동갑내기 최혜용(22·LIG)과 유소연(22·한화)의 경쟁이 흥미진진했다. 생애 단 한 번뿐인 트로피의 주인공은 최혜용이 됐다. 이때부터 둘 사이엔 ‘라이벌’이라는 단어가 항상 따라 다녔다.

동갑내기 라이벌 유소연·최혜용.

사람들은 유소연의
US오픈 우승을 기억한다.

하지만,
2008년 KLPGA 신인왕
최혜용을 기억하는가?
내 나이 이제 겨우 스물 둘.
난, 다시 일어서련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더 강해지기…더 독해지기…
2012년 나의 꿈이 익는다.



○초등학교부터 이어져온 라이벌

최혜용과 유소연에게 ‘라이벌’이란 수식어가 따라 붙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때부터다. 누가 더 잘한다고 딱 잘라 말하기 힘들 정도로 실력이 비슷했다.

프로무대도 함께 데뷔했다(2008년). 그러나 최혜용이 신인왕을 차지하면서 한발 앞서 나갔다.

2009년 곧바로 유소연의 반격이 이어졌다. 5월 열린 두산 매치플레이에서 유소연이 웃었다. 최혜용과 유소연이 연장에서 맞붙었다.

승부는 쉽게 끝나지 않았다. 최혜용이 앞서 나가는가 싶으면 유소연이 따라붙었고, 유소연이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하면 최혜용이 뒤쫓았다. 그렇게 8홀이 흘렀다. 명승부 중의 명승부였다. 승부는 9번째 홀까지 이어졌다. KLPGA 역대 최다홀 연장 타이기록이다.

우승 경쟁을 펼치는 선수는 물론이고 보는 이들도 가슴을 졸였다. 그 홀에서 우승자가 가려졌다. 트로피의 주인공은 유소연이었다.

3년 전 얘기를 꺼내자 최혜용은 긴 한숨부터 내 쉬었다.

그는 “그 경기만 생각하면 아쉽다. 주변에서 그 때 우승하지 못한 게 슬럼프의 시초가 아니냐는 말을 많이 했다. 그게 아닌데 그렇게 말하니까 짐이 됐다”면서 또 한번 한숨을 몰아쉬었다.

이후 최혜용은 유소연과의 경쟁에서 조금씩 밀렸다. 한 달 뒤 제주에서 열린 에쓰오일 챔피언스 대회에서 또 한번 유소연의 벽에 가로막혔다.

“3라운드 시작 전까지 (유)소연이에게 8타를 앞서 있었다. 그런데 그 경기가 뒤집혔다. 소연이가 역전시켰다. 경기 뒤 ‘너 왜 그렇게 잘 치냐’고 했다. 소연이가 ‘고맙다’며 그냥 웃었다. (경기 할 때) 소연이는 참 독한 것 같다(웃음). 진짜 독하다.”

 2008년 KLPGA 투어 신인왕 최혜용이 2012년 그린 평정을 예고했다. 최혜용이 26일 성남시 분당의 한 헬스클럽에서 근력 강화 운동을 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유소연 US오픈 우승 보면서 새 각오

2번의 패배 뒤 최혜용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0년, 2011년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반면 유소연은 펄펄 날았다.

작년 7월엔 미 LPGA 투어 US여자오픈에서 우승까지 하면서 글로벌 스타가 됐다. 그걸 바라보고 있는 최혜용의 마음도 편하진 않았다.

“그 당시 가장 성적이 좋지 못한 시기였다. 소연이의 우승 장면을 보면서 ‘나는 여기서 왜 이러고 있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또래 선수들) US여자오픈에서도 우승할 수 있을 만큼 많이 성장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서)희경 언니와 연장전 경기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겠구나’라는 희망을 가졌다.”

부진한 시기를 보내면서도 다행히 웃음을 잃지 않았다. 라이벌이 있다는 것은 좋은 보약이 됐다.

“소연이와는 친구이면서 선의의 경쟁자다. 초등학교 5,6학년 때부터 라이벌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어렸을 때는 그런 경쟁심 때문에 사이가 좋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국가대표와 아시안게임을 함께 치르면서 합숙하다보니 서로 잘 알게 됐고, 서로 마음 터놓고 지내는 사이가 됐다. 좋은 친구다.”

최혜용은 유소연처럼 독하게 플레이하고 싶다고 했다. 독하다는 건 힘 있는 플레이다. 그는 “솔직히 같은 선수 입장에서 봐도 부러운 스윙을 한다. 파워 있는 스윙이 나와 다르다”라며 엄지를 내밀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근육을 만들고 힘을 키우는 이유도 다 여기에 있다.

“이전에는 말로만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지 지금 생각하면 숨쉬기 운동 수준이었다. 올해 새로운 방식의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많이 좋아졌다. 작년과 비교하면 훈련 량은 비슷하지만 효율적인 면에서 크게 달라졌다. 나에게 맞는 운동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많이 강해지고 있다.”


○작년에 하지 못한 우승까지 올해 2승 목표

2011년을 일본에서 시작했다. 기대가 컸지만 마음만 앞섰지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일본과 국내를 오가며 대회에 나섰지만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주변에서도 우려가 흘러나왔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아무 것도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다른 선수들은 다 잘하고 있는데 나만 안 되니 더 답답했다.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그런 생각을 갖게 된 게 처음이었다. 골프를 시작하고 나서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프로에 와서 처음 경험했다. 너무 골프가 안 되다보니 자신감이 떨어졌고 스스로 복잡했다.”

2011년 상반기 성적은 최악이었다. 슬럼프라는 것을 처음 경험하다보니 혼란스러웠다. 상반기 마지막 3개 대회에서의 연속 컷 탈락은 얼마나 깊은 슬럼프에 빠졌는지 단적으로 보여줬다.

다행히 돌파구를 찾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한달 여 쉬고 이어진 하반기에서 다시 예전으로 돌아왔다. 우승은 없었지만 준우승 1회과 ‘톱5’ 3회를 기록하면서 빠르게 제자리를 찾았다. 상금랭킹은 8위까지 올려놨다.

“어렸을 때는 우승을 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경기했다. 그러다 보니 우승을 해도 어떤 과정을 통해 우승했는지 잘 몰랐다. 퍼트를 하면서도 다음 홀 티샷 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을 만큼 복잡했고 결과에만 집중했다. 하반기부터 조금씩 달라졌다. 어떻게 풀어 가면 우승하게 되는지 알게 됐다. 그러면서 마음도 편해졌다.”

2012년 새해를 맞은 최혜용은 강해지고 싶다고 했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나약한 선수’라는 꼬리표를 떼버리겠다고 했다.

“올해는 작년에 하지 못한 우승까지 몰아서 해야 할 것 같다. 최소 2승이 목표다.”

성남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
최혜용은?

○1990년 10월 17일, 경남 창원 출생
○소속 : LIG골프단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여자 단체 금메달, 개인 동메달
○2006년 한국여자프로골프 올해의 아마추어상
○2008년 KLPGA 신인왕
○2008년 롯데마트 여자오픈 우승
○2008년 오리엔트차이나 레이디스오픈 우승
○2011년 한화금융클래식 준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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