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직원-김진국 전 전무 ‘기소’ 쉽지 않을 듯

입력 2012-02-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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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협 향후 검찰수사 세가지 법률적 쟁점
1. 합의서 법적 효력 발생할까
범죄행위 목적으로 썼다면 합의서 무효

2. 김 전 전무 고소 가능할까
고의성 없어 배임혐의 적용하기 힘들 듯

3. 퇴직위로금 돌려받을 수 있나
‘불법원인 급여’땐 반환 청구할 권리 없어
대한축구협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직원 횡령 사건은 이제 법률적으로 판단해야할 사안이다.

협회가 대한체육회 지시대로 A씨를 고소하면 공은 검찰이나 경찰 쪽으로 넘어간다. 협회는 현재 A씨에 대한 고소 절차 등을 고문변호사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중연 회장이 올림픽대표팀 최종예선 경기 참관 차 사우디아라비아로 출국한 상황이어서 김주성 사무총장 주도로 일을 진행하고 있다. 향후 법률적으로 쟁점이 될 몇 가지 사안을 짚어본다.


○합의서 법적 효력은


조중연 회장은 3일 기자회견에서 “A씨를 고소하고 위로금 1억5000만원은 환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협회가 공개한 합의서에 따르면 협회는 A씨와 ‘A씨의 재직 중 모든 행위에 대해 향후 민형사상 고소를 하지 않겠다’고 합의했다.

A씨를 고소하면 협회가 합의서 내용을 어기는 것이다.

이 합의서는 법적 효력을 지니는 것일까. B변호사(협회 이사)는 “합의서가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 작성됐고 대표성을 지니는지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C변호사(협회 이사)는 “범죄행위를 고발하지 않는 조건으로 거래를 했거나 합의 내용이 불법이라면 합의서를 무효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합의서에 아무 문제가 없다면 협회가 A씨를 고소하더라도 각하(고소 등에 대해 형식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부적합한 것으로 하여 내용에 대한 판단 없이 소송을 종료하는 일)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고소와 처벌까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전무 고소 가능한가


협회가 김진국 전 전무를 고소할지 여부도 관심이다.

체육회는 김 전 전무가 비리 직원에게 퇴직위로금을 준 것이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고 보고 역시 고소하라고 협회에 지시했다.

조 회장은 직원 A씨에 대한 고소는 받아들이면서도 “김 전무는 제 부하직원이라 고소하는 것이 도리에 맞지 않다고 생각해 체육회와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비리 직원 A씨는 괜찮고 김 전 전무는 안 된다는 말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측근 감싸기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러나 이런 비판과 별개로 김 전 전무에 대해서는 배임 혐의를 적용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게 법률가들의 중론이다.

배임은 공무원이나 회사원이 자기 이익을 위해 임무를 수행하지 않거나 국가나 회사에 재산상의 손해를 주는 경우를 말한다.

B변호사는 “김 전무는 고의적으로 협회에 해를 끼칠 목적이라기보다 규정이나 절차를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합의서를 작성하고 위로금을 준 것으로 보인다. 협회가 배임으로 고소해도 각하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C변호사 역시 “배임 혐의 적용은 어려워 보인다”고 동의했다. 물론 두 변호사는 언론 등을 통해 표면적으로 알려진 자료만 갖고 판단하는 것을 전제로 했다.


○퇴직위로금 돌려받을 수 있나

협회는 직원 A씨에게 퇴직위로금으로 지급한 1억5000만원은 돌려받을 수 있을까.

이 역시도 공방이 예상된다.

불법에 해당하는 원인으로 발생한 재산이나 노동의 제공을 불법원인 급여라고 한다. 불법원인 급여를 한 사람은 이를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도박에 쓸 것임을 알고 돈을 빌려준 경우 이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이다.

협회가 A씨에게 준 퇴직위로금을 불법원인 급여라 봐야하는지가 쟁점이다. B와 C변호사는 “(1억5000만원이 불법원인 급여에 해당하는 지 여부는) 당장 판단할 수 없다. 모든 자료를 종합 검토해야 한다. 만약 여기에 해당하면 돌려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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