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 광주구장 ‘희망의 삽질’

입력 2012-05-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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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프로야구 최악의 구장이었던 광주구장. 그러나 2년 뒤면 최신 시설에 관중편의를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한 새 야구장으로 거듭난다. 기존 광주구장 바로 옆 종합경기장의 중앙 성화대를 제외한 철거공사가 끝나고 새 야구장 건설을 위한 터파기가 한창이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광주·대구 구장 신축 어떻게 돼가나?

대구의 삼성과 광주의 KIA. 한국프로야구 30년을 대표하는 최고의 명문 구단들이다. 그러나 대구와 광주의 야구장은 부끄러웠다. 1980년대 아버지 손을 잡고 대구와 광주에서 응원했던 베이스볼 키드가 이제 30대 후반이 돼 다시 아들과 딸을 안고 야구장을 찾을 정도로 많은 시간이 흘렀건만 대구와 광주구장은 시간이 멈춘 듯 그대로다. 낙후된 시설로 선수들은 부상을 당하고 관중은 좁은 좌석과 불편한 화장실을 오직 야구에 대한 사랑으로 감수해왔다. 2010년 말과 지난해 광주와 대구에선 신축구장 건설 추진이라는 기쁜 소식이 잇달았다. 그리고 2012년 봄, 광주에선 육중한 건설장비가 바삐 움직이며 2014년 개장을 목표로 공사에 한창이다. 반면 2015년이면 3만석 규모의 최신 구장을 기대했던 대구는 여전히 아무런 기약이 없다.


일사천리 광주구장 신축

설계·철거 동시 돌입…터파기 한창
2014년 개막전 새구장서 플레이볼


여자 화장실에는 50m 이상 줄이 서있다. 야구장 안에 버스주차공간이 없어 원정팀 선수들도 길가에 차를 대고 라커룸까지 걸어야 한다. 전국 최악의 구장으로 꼽히는 광주. 올 시즌 광주구장은 바로 옆에 신축 구장 건설이 시작되면서 주차장은 더 좁아지고, 경기가 있는 날이면 인근 교통이 마비된다.

그러나 최근 관중의 얼굴에는 불편함과 아쉬움보다는 큰 기대감이 더 엿보인다. 야구장 바로 옆의 건설현장 가림막에 걸린 신축구장 조감도를 유심히 살피는 관중도 있다. 선수들도 “2년만 기다리면 된다”는 마음으로 3루쪽 관중석 넘어 공사현장을 바라본다. 얼마 뒤면 전국 최고의 구장을 갖게 된다는 바람은 현실이 됐고, 눈앞에서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광주구장 신축은 순풍에 돛을 단 배처럼 순항 중이다. 설계시작과 동시에 기존 종합경기장의 성화대를 제외한 철거공사에 돌입했다. 최대한 시간을 효율적이고 여유롭게 사용해 2014시즌 개막전을 치르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도록 세심한 노력까지 더하고 있다.

광주시 건설본부 박금화 계장은 3일 “설계시작과 함께 철거공사를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에 설계, 철거가 모두 끝났고 이제 터파기를 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다양한 구장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신축 광주구장의 가장 큰 특징은 철저히 관중을 우선시해 설계했다는 점이다. 현재 잠실 등 대부분의 야구장은 남향으로 지어져 있어 평일 오후 6시30분 경기가 시작되면 관중은 햇볕에 눈이 부셔 제대로 그라운드를 바라보기도 힘들다. 그러나 신축 광주구장은 메이저리그와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최근 권장대로 동북동향으로 설계해 관중친화형이다.

전광판은 가로 33.3m, 세로 13.2m로 문학구장(14.7m×8.3m)의 2배가 넘고 잠실구장(28m×8.5m)보다도 크다. 관중이 기존 광주구장을 이용할 때 가장 불편한 점이었던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지하에 1155대 규모의 주차장을 만든다. 총 2만2102석 중 스카이박스가 568석, 시민들의 아이디어가 반영된 각종 이벤트석도 3700석이다. 외야 관중석은 모두 잔디밭으로 조성된다. 내야석은 그라운드와 최대한 가깝게 설계됐다.

광주도 그동안 신축 구장 문제로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돔구장에 집착한 전임 시장도 있었고 종합경기장 철거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야구를 사랑하는 시민들을 위해 쾌적한 야구장 신축이 시급하다는 가장 중요한 원칙 하에 한 발씩 양보했고, 2014년 3월 개장을 함께 기다리고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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