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 20억 쓰고 100억 챙겨…서울시, 야구장 재테크

입력 2012-05-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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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야구의 메카’로 불리는 잠실구장. 서울시가 올해 잠실구장을 통해 벌어들인 수입은 1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서울시가 잠실구장에 투자하는 돈은 수입의 20% 안팍에 그친다. 야구 인기가 올라가면서 서울시의 돈벌이 수단이 되는 분위기다. 스포츠동아DB

지자체 프로야구장 임대료의 불편한 진실

프로야구는 이제 명실상부한 ‘국민스포츠’로 발돋움했다. 특히 최근 들어 가족단위의 팬들이 늘어나고 있고, 여성팬들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야구장은 단순히 스포츠를 즐기는 장소가 아니라 시민들의 여가선용의 장이자 공원의 개념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인프라는 여전히 열악하기 그지없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들이 야구장을 임대료와 광고권 등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돈줄로만 여기면서 여전히 시설 개선에는 적극적인 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2012시즌 개막에 맞춰 야구장 시설 문제를 집중 점검한 스포츠동아는 이번에 프로야구단의 구장 사용료 문제를 짚어봤다.


잠실구장 사례로 본 구장 사용료의 문제점


‘한국야구의 메카’로 불리는 잠실구장을 비롯해 제9구단 NC 다이노스의 홈구장 마산구장까지 프로야구가 열리는 경기장은 모두 지방자치단체 소유물이다. 그러나 구단이 각 지자체에 내는 사용료는 천차만별이다.


야구인기 상승에 올해 임대료 두배 올려
투자는 제자리…광고권도 서울시 소유



○서울시에 발목 잡힌 두산과 LG

잠실구장의 ‘법적 주인’인 서울시가 올해 잠실구장을 통해 벌어들일 수입은 100억원에 육박한다. 그럼에도 시설개보수 등에 투자하는 돈은 수입의 20% 안팎에 지나지 않는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두산과 LG 구단 관계자들 사이에서 ‘재주는 곰(두산)과 쌍둥이(LG)가 부리고, 돈은 서울시가 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프로야구의 인기가 점점 높아지자 서울시는 올해부터 위수탁사용료, 쉽게 말해 임대료를 대폭 인상했다. 지난해 두 구단은 구장 임대료로 합쳐서 13억8600만원을 냈지만 올해부터 2년간은 매년 25억5800만원을 낸다. 경기장을 전세 내면 당연히 광고권도 보장받아야 함에도 광고권은 오히려 서울시가 갖고 있다. 서울시 조례와 공유재산관리법에 의해 시설과 광고는 따로 분리된다. 지난해 두 구단에 위탁해 광고료로 24억4500만원을 벌었던 서울시는 올해부터 ‘광고사용권 경쟁입찰’ 방식을 적용해 이미 72억2000만원을 챙겼다.

서울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측은 임대료와 광고료의 상당 부분을 야구장 시설 개선에 쓰겠다고 공언했고, 이번 시즌 개막 전 조명타워 조도개선공사 등을 진행했다. 그러나 지난해 시설 개보수에 약 18억원을 썼던 서울시는 올해 20억원 안팎을 집행할 계획을 갖고 있을 뿐이다. 번 돈은 훨씬 많아졌는데, 쓰는 돈은 큰 차이가 없다.

서울시도 나름대로 잠실구장 개보수를 위한 장기 5개년 계획을 세워놓고 있고, 야구 인기를 고려해 좀 더 적극적으로 돈을 쓸 의지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서울시가 잠실구장을 통해 돈벌이에 나서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체육시설관리사업소측은 “잠실구장도 서울 시민들의 재산이다. 시민들의 재산을 제대로 관리해 세외수입을 늘린다면 표창 받아야 할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가 잠실구장을 돈벌이 수단으로 보는 것과 달리 창원시는 NC 다이노스의 홈구장인 마산구장을 무상 임대해주며 시민들을 위한 문화체육시설로 활용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9구단 유치 창원시, NC에 무상 임대
부산시 작년 사직 임대료 2.5배 인상



○다른 구장 상황은?

NC 다이노스는 올 시즌 홈구장인 마산구장을 공짜로 쓰고 있다. 현재까지 매년 1년 계약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올해 사용료는 ‘0원’이다. 마산구장 소유주인 창원시는 9구단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고, 가장 큰 줄기 중 하나가 마산구장 개보수·무상사용 및 신축전용구장 신설 약속이었다. 마산구장 리모델링을 위해 100억원을 이미 쓴 창원시는 약 1200억원을 들여 새 구장을 지을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잠실구장을 소유한 서울시와는 완전히 딴판이다.

야구단이 지자체로부터 야구장 시설을 사용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다. 장기임대, 위수탁, 당일대관이다. 창원시는 새 구장을 지으면 NC에 장기임대를 하고, 구장사용권을 줄 예정이지만 아직까지 국내 구단 중 지차제와 장기임대 계약을 맺은 곳은 없다. 잠실·사직·대전구장은 위수탁 방식이고, 목동과 대구·광주·문학은 당일대관 방식이다.

롯데가 부산시로부터 사직구장을 위탁받은 때는 2008년이다. 2008년 3년 계약을 했고, 임대료로 매년 4억4000만원을 지급했다. 그러다 2011년 재계약을 하면서 임대료가 10억900만원으로 올랐다. 공교롭게도 롯데는 구장 위탁경영을 시작한 2008년부터 성적이 올랐고, 이에 따라 관중이 대폭 상승했다. 그러자 부산시는 수입이 증가했으니 이에 맞춰 임대료를 올리겠다고 나섰다. 잠실구장에 비해 적은 금액이지만 구단을 운영하는 롯데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라고 느끼고 있다. 롯데는 장기투자 차원에서 야구장 리모델링을 해오고 있는데 이것도 전부 구단의 비용으로 이뤄지고 있다.

반면 문학구장을 홈으로 쓰는 SK의 경우, 지자체와 협조가 잘 돼 광고와 매점권리 등은 모두 SK 구단이 갖고 있다. SK는 구장사용비용으로 1일 총 입장료의 15%를 지불한다. 경기가 없는 날, 훈련을 하게 되면 대관료료 35만원 안팎을 낼 뿐이다. 광주·대구·대전 등도 입장수입의 일정액(10∼15% 사이)을 사용료 명목으로 내고 있다. 주목할 점은 한화는 대전시에서 매년 구장 유지보수 비용 명목으로 2억9000만원씩을 오히려 지원받고 있다는 점이다.


돈벌이 수단이냐…시민 문화공간이냐
지자체, 야구장 인식따라 임대료 차이



○결국은 인식차이에서 비롯된다!

아직까지 국내 프로야구단의 경우 모기업 지원에 의지하는 열악한 재정구조가 대부분이다. 잠실구장은 노후화된 시설로 인해 관중 편의 상태가 좋지 못하다. 더욱이 임대료 인상 등은 구단의 재정성 확보를 어렵게 해 팬 서비스의 다양성을 떨어뜨리는 등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임대료를 해결하기 위해 구단이 입장권 가격을 올린다면 부담은 시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잠실구장을 쓰는 LG와 두산이 서울시를 바라보는 시각과 마산구장을 쓰는 NC가 창원시를 바라보는 시각은 천지차이다. 대구구장을 쓰는 삼성과 광주구장을 쓰는 KIA는 임대료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열악한 구장 환경을 고려해 각 지자체가 지나친 요구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화는 오히려 대전시에서 지원도 받고 있다. 즉, 각 지자체의 입장에 따라 팀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차이는 왜 벌어질까. 가장 중요한 것은 야구장을 지자체의 ‘수익을 올리는 소유물’로 보느냐, 아니면 ‘시민들의 문화공간인 공공재’로 보느냐에 달려있다. 서울시 인구는 약 1000만명이다. 잠실구장을 1년간 찾는 관중은 약 250만명에 이른다. 정답은 이미 나와 있는 셈이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imdoh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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