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상은 SK의 주 투수로 지난 포스트시즌에서 인상적 피칭을 거듭했다. 윤희상이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혼신을 다해 볼을 뿌리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두경기 다 1회 실점…2패 아쉬움
올시즌 생애 첫 10승 자신감 수확
완급조절로 타자와 싸우는 법 터득
내년 목표? 12승·170이닝·20QS!
150km 던지는 변화구 투수 도전
SK 윤희상(27)은 올해 프로야구를 빛낸 선발투수다. 2004년 프로에 입단한 그는 올 시즌 데뷔 8년 만에 10승투수가 됐다. 28경기에 선발로 나가 10승9패, 방어율 3.36을 올렸고 163.1이닝을 던졌다. 국내 선발투수 가운데는 류현진(한화) 다음으로 많은 이닝을 책임졌다. 단 한차례도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SK 마운드를 지켰다. 포스트시즌에서도 듬직했다.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 3경기에 등판해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승운이 따르지 않아 한국시리즈에서 2패를 당했지만 훌륭한 피칭을 했다. 부드럽고 높은 하이킥이 멋진 투수다. 6가지 구종으로 타자를 공략하면서 경기운영도 뛰어나다. 이제부터는 ‘150km를 던지는 변화구 투수’ 윤희상의 시대다.
○한국시리즈와 실투 2개!
-반갑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니?
“오전에 문학구장에서 가볍게 훈련하고 있어요. 오후에는 선린고에 가서 후배들과 시간을 보내고요.”
-한국시리즈에서 두 번 다 잘 던졌는데 2패만 떠안았다.
“제가 한경기만 이겼어도 저희 팀에 우승 기회가 있었을 텐데…. 실투 2개가 많이 아쉬워요.”
-실투 2개?
“1차전 1회 이승엽 선배에게 맞은 투런홈런과 5차전 1회 와일드피칭이죠.”
-승엽이에게는 포크볼을 맞았잖아?
“원스트라이크에서 포크볼을 낮게 잘 던졌는데, 꼼짝 안 하더라고요. 정규시즌 같으면 충분히 헛스윙을 했을 텐데…. ‘아! 이승엽 선배가 포크볼을 생각하고 있구나’ 느꼈죠.”
-그런데?
“조인성 선배는 몸쪽 직구 사인을 냈는데, 제가 싫다고 했어요. 왠지 직구를 노릴 것 같아서 또 한번 포크볼을 던지고 싶더라고요. 제 생각이 틀렸죠.”
-두 번째 실투는?
“5차전 1회 2사 1·3루 때 박한이 선배가 연속 파울을 쳤어요. 2-2에서 7구째 커브 사인이 나왔는데, 스트라이크를 던지면 맞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유인구를 낮게 던졌는데, 그게 와일드피칭이 됐죠. 좀더 집중했어야 했는데…. 두 번 다 1회에 선취점을 내주고 졌어요. 주위에서 잘 던졌다고 격려해주시는데, 저는 팀에 많이 죄송해요.”
○생애 첫 10승! 그리고 163이닝!
-올해 한번도 로테이션을 빼먹지 않았다.
“어깨가 아프지 않았어요. 예전에는 던지고 싶어도 어깨가 아파서 못 던지고, 실력도 모자랐죠.”
-어깨도 안 아프고 자신감도 생겼다는 소리로 들린다.
“지난해부터 어깨가 안 아파요. 던질수록 자신감도 생기고, 싸우는 방법도 배웠죠.”
-싸우는 방법이라면?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가고 한달은 그저 공을 세게만 던지려고 했어요. 직구 세게, 포크볼 예리하게, 슬라이더 빠르게.”
-그런데?
“선발로 4월에 3경기 던지고 나니까 148km 나오던 직구가 143km밖에 안나오는 거예요. 힘도 들고. ‘내가 이렇게 체력이 약한가?’, 그런 생각도 들고. 나갈 때마다 두드려 맞았죠. 그때 성준 코치님이 ‘희상아! 공이 안 가면 타이밍을 빼앗아봐!’ 하시더라고요.”
-타이밍을 빼앗았어?
“잊지 못할 경기가 있어요. 5월 넥센전에서 6.2이닝을 1실점으로 막았어요. 세게 던지지 않고, 70%의 힘으로 완급조절하면서 타이밍을 빼앗으려고 했죠. 그게 되더라고요. ‘이렇게 던지는 방법도 있구나’ 했죠.”
-너는 던질수록 운영능력이 계속 좋아지더라.
“타자의 생각이 조금씩 느껴져요. 어떤 공을 생각하고 있는지, 또 이번 공을 칠 마음이 있는지 없는지. 칠 마음이 없다고 생각되면 편하게 던져요. 노릴 때는 저도 가장 강력하게 던지고요. 선발투수는 위기에서 던질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남겨놓아야 한다고 느꼈어요. 보통 때 145km 던지다가, 위기에서 150km를 던질 수 있는 힘 같은 거죠.”
-상대 타자 분석도 많이 해야겠다.
“저는 분석을 많이 하는 편이예요. 경기 전날에 하고, 또 잊어먹을까봐 등판 전에 한번 더 하고요.”
-어떤 점을 유심히 보니?
“두 가지요. 어떤 구종을 많이 노리는지 보고, 두 번째는 초구에 공격적인지 아닌지를 체크해요.”
-생애 첫 10승을 했을 때 어땠어?
“날아갈 것 같았죠. 형들이 10승투수와 9승투수는 연봉협상 할 때 하늘과 땅차이라며 축하해줬어요.”
○‘150km 던지는 변화구 투수’가 되고 싶어요!
-구종이 많은 편이다. 몇 가지를 던지지?
“6가지요. 직구, 투심패스트볼, 커브, 슬라이더, 서클체인지업, 포크볼이요.”
-많다. 제일 자신 있는 것은 뭐야?
“직구죠. 그 다음이 포크볼. 커브랑, 체인지업도 괜찮아요.”
-원래 구종이 이렇게 많지 않았잖아?
“직구와 커브 정도였죠. 체인지업은 (정)우람이 형한테 배웠고, 슬라이더는 (송)은범이 형, 투심패스트볼은 (박)희수 형한테 한수 배웠죠.”
-같은 공에 스피드 변화를 주잖아?
“저는 일부러 그렇게 던져요. 투수와 타자의 싸움은 타이밍에서 결정되니까요. 구종마다 10km에서 20km 변화를 주죠.”
-지난해까지 윤희상은 보통투수였는데 2년 사이에 갑자기 리그를 대표하는 우완투수가 됐어.
“입단하고부터 계속 어깨가 아팠어요. 2006년 수술하고도 계속 아팠죠. 아프니까 던질 수가 없고, 던지지 못하면 투수가 아니잖아요. 100개 한번 던지면 회복하는데 10일이 걸렸어요.”
-본격적으로 피칭을 하기 시작한 게 지난해부터구나.
“안 아프니까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더라고요. 포크볼도 매일 그물망에 200개씩 던졌어요. 아플 때는 상상도 못할 일이죠.”
-윤희상이 꿈꾸는 투수는 어떤 투수인가?
“150km를 던지는 변화구 투수요.”
-150km를 던지는 강속구 투수가 아니고?
“직구가 우선이죠. 직구가 안 되면, 변화구도 안 되니까요. 커브, 포크볼, 체인지업, 투심, 슬라이더도 저에게는 모두 소중한 공들이니까요.”
○내년에는 170이닝 이상 던져야죠!
-내년 목표는?
“많은 이닝을 던지고 싶어요. 170이닝 이상 던지고 퀄리티스타트도 올해 16번했는데, 내년에는 20번에 도전해보려고요. 선발투수는 역시 많은 이닝을 던질 때 인정받는 것 같아요.”
-승수는?
“12승이요.”
-내년에 좀더 잘 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우타자의 바깥쪽 낮은 직구를 잘 던지고 싶어요. 한국시리즈 때 윤성환(삼성) 선배가 바깥쪽을 기가 막히게 던지더라고요. 나이트(넥센)처럼 우타자 몸쪽 투심도 과감하게 도전해보려고요.”
-내년 시즌 윤희상은 어떤 모습일까?
“저도 제가 어떤 공을 던질지 궁금하고 기대도 돼요. 아프지만 않으면 잘할 자신은 있어요. 한국시리즈 같은 실투는 다시 하지 않아야죠.”
윤희상은?
▲생년월일=1985년 5월 17일
▲키·몸무게=193cm·88kg(우투우타)
▲출신교=구리초∼인창중∼선린인터넷고
▲프로 입단=2004신인드래프트 SK 2차 1번(전체 3순위) 지명·입단
▲2012년 연봉=4500만원
▲2012년 성적=28경기 10승9패 방어율 3.36(163.1이닝 100탈삼진)
스포츠동아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