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다저스 수석트레이너 팔소니 “류현진 컨디션, 내가 책임진다”

입력 2012-11-29 11:4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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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팔소니 LA 다저스 수석트레이너. 동아닷컴DB

수 팔소니 LA 다저스 수석트레이너. 동아닷컴DB

[동아닷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구단 중 가장 진보적인 팀을 꼽으라면 단연 LA 다저스일 것이다.

다저스는 1947년 백인들만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메이저리그에 최초로 흑인선수(재키 로빈슨)를 영입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취했다.

그 후 다저스는 메이저리그 최초로 여성 부단장을 영입하더니 작년 10월에는 역시 여성인 수 팔소니 씨(38) 를 수석트레이너로 임명했다.

여성이 수석트레이너가 된 것은 미국 4대 프로스포츠리그인 NFL(미식축구), NBA(농구), MLB(야구), NHL(아이스하키) 역사상 최초의 일. 팔소니는 당연히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다. 실제로 지난 스프링캠프 때 다저스의 간판선수들 보다 팔소니를 만나는 것이 더 어려웠을 정도.

뉴욕 버펄로 지역에서 자란 팔소니는 어려서부터 그 지역 프로미식축구 연고팀인 버펄로 빌스를 좋아했고 장차 그 곳에서 일하고픈 꿈을 가졌다고 한다.

“당시 여성이 프로구단에서 전문 직업을 갖는 게 불가능한 시절이었지만 어머니는 제게 ‘너는 할 수 있으니 도전해 보라’며 늘 격려해 주셨죠.”

모친의 격려와 자신의 꿈을 향한 노력은 비록 종목은 다르지만 결국 그녀를 최초의 여성 수석트레이너 자리에 오르게 했다.

팔소니가 처음 수석트레이너가 됐을 때 ‘과연 연약한 여성이 162경기를 치르는 긴 시즌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이는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그녀는 남자들보다 더 섬세하고 훌륭하게 자신의 임무를 수행했고 시간이 갈수록 그녀를 향한 구단과 선수들의 신뢰는 더 깊어졌다.

특히 대학원에서 스포츠의학을 전공한 그녀의 해박한 지식과 15년이란 긴 시간 동안 현장에서 쌓은 풍부한 임상경험은 많은 이들이 그녀를 ‘업계 최고’라고 인정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동아닷컴은 지난 여름 국내언론 최초로 팔소니를 인터뷰하려 했다. 하지만 그녀는 “선수들 뒷바라지 때문에 시간이 없으니 시즌이 끝난 후에 하자”며 양해를 구했고 최근에 그 약속을 지켰다.

수 팔소니 LA 다저스 수석트레이너. 동아닷컴DB

수 팔소니 LA 다저스 수석트레이너. 동아닷컴DB

다음은 팔소니와의 일문일답.

-오랜만이다. 그 동안 잘 지냈는가?

“우리 팀 주축선수들의 부상과 수술일정 등이 많아 시즌이 끝나도 쉬지 못했다. 그러다 최근에야 짬이 나 지난 1주일 동안 자메이카로 휴가를 다녀왔다. 휴가를 다녀오니 비로소 시즌이 끝난 것을 실감할 수 있을 만큼 그 동안 매우 바쁘게 지냈다.”

-요즘도 다저스 구장에 출근하나?

“아니다. 오프시즌에는 다저스 구장에 갈 일은 거의 없다. 주로 스프링캠프가 있는 애리조나에서 활동한다. 그 곳에서 재활하는 다저스 선수들을 돌보거나 내가 부사장으로 있는 스포츠센터 일을 보기도 한다.”

-당신이 부사장 직을 맡고 있다는 그 스포츠센터는 어떤 곳인가?

“그 곳(Athletes Performance)은 다양한 종목의 운동선수들을 위한 전문기관이다. 그들의 운동능력을 향상 시켜주기 위한 교육뿐만 아니라 부상선수들을 위한 재활 프로그램 등도 제공하는 곳으로 내겐 매우 인연이 깊은 곳이다.”

-인연이 깊다? 무슨 사연이 있을 것 같다.

“하하. 어떻게 알았나? 눈치가 빠르다. 나는 대학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다녔다. 2001년 어느 날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실의에 빠져있는데 고향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심란한 내 처지를 말해주고 돌파구를 찾고 싶다고 했더니 친구가 다음날 바로 노스캐롤라이나로 날아왔다. 그리고는 추운 지방에 있으면 더 심란해지니 따뜻한 곳으로 이주하자는 제안을 했다. 그래서 다음날 바로 친구와 함께 짐을 싸 차를 몰고 애리조나로 떠났다.”

-정말인가?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다. 그래서 어떻게 됐나?

“애리조나에서 피지컬 트레이너 자격증을 취득하고 우연한 기회에 당시 보스턴 레드삭스의 유격수였던 노마 가르시아파라가 현재 내가 부사장으로 있는 그 스포츠센터에서 재활 중인 것을 알게 되어 무작정 그 곳을 찾아갔다. 처음에는 자원봉사 식으로 일을 했고 얼마 후에 실력을 인정받아 정직원이 됐다. 그 곳에서 일하며 당시 대학생이었던 안드레 이디어도 알게 됐고 결국에는 다저스 구단과도 연결이 돼서 지금의 자리에까지 이르게 됐다.”

-다저스 구단과는 언제부터 함께 일을 했나?

“다저스 구단이 먼저 우리 스포츠센터의 각종 운동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고 접촉해 왔다. 그때가 아마 2007년일 것이다. 처음에는 컨설턴트 자격으로 일을 했고 2008년도에는 스프링캠프 때만 그리고 차츰 시즌 중에도 다저스 구단의 일을 봐주다 작년 10월에 수석트레이너가 됐다.”

-미국 메이저 스포츠 역사상 최초의 여성 수석트레이너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여성 수석트레이너라는 직함에는 큰 의미를 두진 않는다.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에 만족하고 감사할 뿐이다. 하지만 나로 인해 스포츠 의학 분야에서 일하고픈 여성들이 늘어났고 특히 많은 여학생들로부터 자신의 롤모델이 돼 줘 고맙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들의 장래를 위해서라도 내가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어려서부터 운동을 좋아하고 잘했나?

“믿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걸음마를 배우기 전부터 수영을 했을 만큼 선천적으로 운동을 좋아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육상과 축구도 해봤지만 (웃으며) 실력은 형편 없었다. 그저 활발한 생활을 즐기는 것으로 만족했다.”

-운동을 잘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이 쪽 방면의 일을 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고등학교 시절 정형외과 의사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다 내 자신이 축구를 하다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치료를 받으러 갔는데 그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 멋져 보였다. 특히 부상당한 운동선수들을 정성껏 돌보며 그들이 다시 경기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헌신하는 모습이 나로 하여금 칼을 든 외과의사 대신 스포츠의학 쪽으로 진로를 잡게 만들었다.”

-야구장 내 클럽하우스에 가면 경기를 전후해 선수들이 알몸으로 다닐 때도 있다. 여성 트레이너이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문제가 되진 않나?

“남자와 여자를 떠나 트레이너와 선수는 상호존중과 신뢰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들과 나 역시 모두 프로다. 그런 사소한 일들은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스프링캠프부터 162경기의 정규시즌까지 장기레이스를 치르려면 트레이너 또한 선수들처럼 체력적인 부담이 클 것 같다.

“그렇다. 특히 트레이너는 선수들의 육체적인 관리뿐만 아니라 때론 그들의 고충과 심리상담도 해줘야 하기 때문에 항상 최고의 심신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본인의 체력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

“시즌 중에 트레이너가 쉴 수 있는 시간은 원정경기를 하기 위해 이동하는 시간이 유일할 만큼 여유가 없다. 그래서 가급적 잘 먹고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틈날 때마다 요가를 하며 체력을 유지한다.”

-시즌 중 트레이너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

“보통 오후 7시 경기라면 낮 12시쯤 야구장에 도착해 서류 정리 등의 일을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오후 1~2시쯤 선수들이 나오기 시작하면 그때부턴 선수들의 몸 상태 등을 관리하며 본격적인 트레이너 업무를 수행한다. 경기가 끝난 후에도 선수들을 체크해야 하기 때문에 주로 제일 마지막에 퇴근하는데 보통 밤 12시쯤 된다. 시즌 중 경기가 없는 날도 선수는 쉴 수 있지만 트레이너는 부상선수들을 돌봐야 하기 때문에 쉴 수 없다.”

수 팔소니(오른쪽) LA 다저스 수석트레이너. 동아닷컴DB

수 팔소니(오른쪽) LA 다저스 수석트레이너. 동아닷컴DB

-바쁜 일정 때문에 연애할 시간도 없을 것 같다.

“(웃으며) 그러게 말이다. 얼마 전 생일이 지나 나도 벌써 38세가 됐다.”

-조금이라도 연애할 시간을 얻으려면 부상선수가 없게 해야 될 것 같다.

“(크게 웃으며) 그렇다. 좋은 지적이다. 또한 그게 내 임무이기도 하다.”

-맷 캠프가 올 시즌 햄스트링 부상으로 고전했다. 덕분에 당신은 햄스트링 전문가가 됐을 것 같은데 캠프의 최근 상태는 어떤가?

“하하. 그렇다. 본의 아니게 캠프 덕에 햄스트링 관련 공부를 많이 했다. 캠프는 현재 어깨수술을 끝내고 1주일에 5일간 꾸준히 재활운동을 하고 있다. 상태도 매우 좋은 편이다.”

-그렇다면 내년 시즌 개막전 때 캠프를 볼 수 있나?

“물론이다. 그러기 위해서 캠프 본인뿐만 아니라 다저스 트레이너들도 함께 최선을 다하고 있다. 현재 상태라면 스프링캠프는 물론 시즌 개막전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본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였던 박찬호 때문에 다저스는 한국 야구팬들에게도 매우 친숙한 구단이다.

“그 점은 나도 잘 안다. 지난 2008년 스프링캠프 때 박찬호를 직접 만났었다.”

-내년에는 한국 최고의 좌완 투수 류현진이 다저스 유니폼을 입을 것 같다.

“다저스가 단독협상권을 획득한 것을 나도 알고 있다.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

-류현진이 다저스 유니폼을 입게 된다면 수석트레이너로서 그가 좋은 피칭을 할 수 있도록 잘 돌봐줄 것인가?

“물론이다. 트레이너는 선수의 연봉이나 인기 등에 연연하지 않고 모든 선수를 잘 돌봐줘야 한다. (웃으며) 류현진이 다저스에 합류하면 한국 팬들을 위해서라도 특히 더 잘 돌봐주겠다. 하하.”

-오늘 이렇게 귀한 시간을 내줘 정말 고맙다.

“아니다. 내가 오히려 더 고맙다. 내년에는 다저스가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한국 팬들도 많이 응원해 줬으면 좋겠다. 고맙다.”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indian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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