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페넌트레이스 일정과 관련해 롯데가 강력 반발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내년 시즌 선수단 주장에 복귀한 조성환도 “말도 안 되는 일정”이라며 구단과 입장을 같이 했다. 스포츠동아DB
삼성 보다 열한번 상대 에이스와 더 만나는 꼴
롯데 “이동거리도 참았는데…불공정한 게임”
KBO “쉴 팀과는 3번 대결 뿐” 일정변경 난색
롯데가 제대로 뿔이 났다. 상황이 바뀌지 않으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 불사할 수 있다는 초강경자세다. 지난달 29일 발표된 2013시즌 경기 일정이 화약고로 떠올랐다. NC 다이노스의 참여로 홀수인 9구단 체제가 성립된 터라 시즌 도중 8개팀이 4경기씩 치르면 1개팀은 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빚어졌는데, 하필이면 롯데가 ‘일정 폭탄’을 맞은 것이다. 사흘 이상 쉬고 경기에 들어가는 팀과의 맞대결이 롯데는 12번이나 된다. 반면 삼성은 1번뿐이다. 한마디로 롯데는 삼성에 비해 상대 에이스급들과 11번을 더 싸워야 되는 셈이다.
○격앙된 롯데 “승부조작이나 다를 바 없다”
롯데 배재후 단장은 29일 2013시즌 일정표를 받아들고 “‘뭐, 이런 게 다 있냐?’고 느꼈다”고 했다. “불쾌하다”는 표현까지 썼다. “스포츠는 공정성이 담보돼야 한다. 쉬고 나온 팀과의 맞대결이 우리가 삼성보다 11경기나 많다. 전체 경기수의 10%에 달한다. 이해할 수 없는 불공정 게임이다.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롯데는 9구단이 생길 때부터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쉬고 나온 팀과의 대결을 공정하게 나누자고 줄곧 제안했다. 그런데 이런 결과가 나오자 더 격앙돼 있다. 롯데 관계자들은 “롯데가 그동안 이동거리에서 불이익을 받아왔지만 참았다. 그러나 지금 일정표는 롯데보고 ‘그냥 10번 지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승부조작이나 다를 바가 뭐냐?”며 분노했다.
롯데는 3일 야구인 골프대회에서 KBO의 설명을 듣고 향후 행동을 결정할 방침이다. 배 단장은 “선수들도 팀 성적에 따라 연봉고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롯데 주장 조성환도 “이건 정말 말이 안 된다”고 선수단 분위기를 전했다. 롯데 김시진 감독 역시 “도대체 어쩌라는 얘기인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나?”라고 반문한 뒤 “KBO에 공식 대응하도록 롯데 프런트에 요청했다”고 결연하게 말했다.
○단호한 KBO “일정 변경 불가” 3가지 이유
KBO는 원래 경기 일정을 절대 사전에 보여주지 않고 구단들에게 일방 통보한다. “안 그러면 도저히 통제가 안 된다”고 했다. KBO 핵심 관계자는 “고심 끝에 짠 일정이다. 다시 짜보는 안도 검토했지만 역시 모든 구단이 만족하게 짜긴 불가능하다는 것이 실무진의 의견이었다”고 밝혔다.
KBO도 롯데의 일정이 힘들다는 사실은 부분적으로 인정은 했다. 그러나 바꿔줄 생각은 없다. 이유는 3가지다. 첫째, 롯데가 ‘쉬고 나오는 팀’과는 많이 붙지만 ‘앞으로 쉴 팀’과는 9개구단 중 최소인 3번밖에 되지 않는다는 논리다. 참고로 삼성은 5번이다. 앞으로 쉴 팀도 총력적으로 임할 것이기에 ‘휴식팀과 12번 대결’의 불리함이 어느 정도 상쇄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둘째, 경기 감각 면에서 쉬고 나온 팀이 꼭 유리할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는 반박이다. 셋째, 롯데의 항의로 일정을 바꿔주면 다른 팀에서 항의하면 또 바꿀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KBO는 “향후 (우천순연 등) 잔여일정이 생기면 롯데의 사정을 고려하는 쪽으로 생각할 순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KBO는 프로야구 출범 후 구단 요구에 따라 이미 발표한 정규시즌 일정을 수정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수원|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