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프리즘] 염경엽 감독의 ‘매뉴얼 북’ 두 권이 반가운 이유

입력 2013-04-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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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정리한 ‘매뉴얼 북’을 통해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넥센 염경엽 감독. 스포츠동아DB

‘투고타저’일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막상 시즌이 개막하자 볼넷과 실책이 쏟아지며 대량득점 경기가 속출하고 있다. 아직 초반이라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겠지만, 일각에선 전반적인 경기의 수준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는 어느 정도 예정된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신생구단 NC와 전력이 더 약해진 지난해 꼴찌 한화의 탓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9개 구단 사령탑 중 유일한 초보인 넥센 염경엽 감독이 보여주고 있는 ‘매뉴얼 야구’는 신선하다. 스프링캠프부터 ‘생각하는 야구’를 주문한 염 감독 덕분에 넥센의 공수 짜임새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철저한 준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염 감독은 수많은 매뉴얼을 머리와 몸으로 체득한 뒤 상황에 맞게 활용토록 한다. 최근에는 자신이 직접 제작한 ‘매뉴얼 북’을 선수들에게 나눠줬다. 한 권은 수비 포메이션, 한 권은 베이스러닝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프로야구는 올해로 서른두 번째 시즌을 맞았지만, 국내야구만의 특성과 이론을 내세운 제대로 된 교본 한권 없는 게 현실이다.

투수 조련에 일가견을 지닌 한 지도자가 “한국인의 체형에 맞는 투수조련법은 따로 있다. 그러나 우리는 메이저리그에서 쓰는 훈련법을 그대로 갖다 쓰는 게 현실”이라며 안타까워할 정도다. 현역 은퇴 후 지도자를 시작하는 이들에게도 지침서 같은 마땅한 매뉴얼이 없다. “한국야구에 ‘메모’는 있어도, ‘매뉴얼’은 없다”는 자조 섞인 말에 국내프로야구의 열악한 현실이 그대로 담겨 있다.

미국과 일본에 비해 역사는 짧지만 한국프로야구도 이제 서른을 훌쩍 넘겼다. 우리도 한국프로야구만의 노하우와 경험이 담긴 매뉴얼이나 교습서 등을 갖춰나갈 때가 됐다. 언제까지 ‘미국식’ 또는 ‘일본식’ 야구에만 의존할 것인가. 미국, 일본과는 다른 한국만의 야구도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염 감독은 “내 매뉴얼도 아직 100% 완성체는 아니다”고 밝혔다. 앞으로 더 가다듬고 공부하겠다는 얘기다.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겠다는 염 감독의 시도가 신선하면서도 의미 있게 다가온다. 염 감독의 ‘매뉴얼 북’이 반가운 이유도 그래서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imdoh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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