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시리즈 MVP 해멀스 “박찬호, 유쾌한 동료였다”

입력 2013-05-15 00: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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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해멀스(30·필라델피아). 동아닷컴DB

[동아닷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메이저리그에는 다양한 기록들이 있다. 이 중 ‘한 해 포스트시즌 최우수선수(MVP) 2회 수상’기록에는 단 5명의 선수 만이 이름을 올렸다.

가장 최근에 이 기록을 달성한 선수는 바로 콜 해멀스(30·필라델피아). 왼손 투수인 해멀스는 2008년 포스트시즌에 다섯 차례 선발 등판해 4승(무패) 평균자책점 1.80의 호투를 펼치며 필라델피아를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 해 해멀스는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MVP는 물론 월드시리즈 MVP까지 연거푸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샌디에이고 출신의 해멀스는 고교시절 야구뿐만 아니라 학업 성적도 뛰어났다. 그는 1600점 만점의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에서 1510점을 받기도 했다.

해멀스는 2002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전체 17번으로 필라델피아에 지명돼 프로에 진출했다. 2003년부터 본격적인 프로생활을 시작한 그는 같은 해 로우 싱글A에서 출발해 하이 싱글 A에서 시즌을 끝내며 필라델피아 산하 마이너리그 최우수 투수상을 받을 만큼 주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프로진출 2년 내 메이저리그 데뷔도 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불행의 그림자가 찾아왔다. 2004년 팔꿈치 부상으로 단 4경기 만에 시즌을 접은 것. 또 2005 시즌을 앞두고서는 술집에서 일어난 싸움에 휘말려 왼쪽 팔이 부러지는 부상을 당해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불의의 사고로 오랜 시간을 쉬었지만 해멀스의 재능과 실력은 녹슬지 않았다. 부상에서 돌아온 그는 2006년 더블 A에서 시즌을 시작해 트리플 A에서 시즌을 끝냈다. 특히 트리플 A에서 뛴 3경기에서 무려 36개의 탈삼진을 솎아내는 괴력을 발휘했다. 해멀스는 마이너리그 통산 14승 4패 탈삼진 273개의 기록을 남긴 채 2006년 5월 신시내티전을 통해 빅리그에 입문했다.

빅리그 첫 해인 2006년 9승 8패의 성적을 올리며 가능성을 보여준 그는 이후 승승장구 했다. 2007년 15승을 시작으로 지난해 자신의 커리어 최다인 17승까지, 6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올리며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로 우뚝 올라섰다.

해멀스는 포스트시즌에서도 강했다. 7승 4패 승률 0.636의 포스트시즌 기록에서 보여주듯 ‘가을의 사나이’이기도 했다. 2009년에는 박찬호(은퇴)와 한솥밥을 먹기도 해 한국 팬들에게도 낯설지 않다.

동아닷컴은 국내 언론 최초로 해멀스를 지난 주말 미국 현지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콜 해멀스(30·필라델피아). 동아닷컴DB


다음은 해멀스와의 일문일답.

-얼굴이 좋아 보인다. 최근 컨디션은 어떤가?

“몸과 마음 다 좋다. 항상 던질 준비를 하고 있으며 가능한 등판한 모든 경기에서 잘 던지고 싶다.”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현재 1승 5패로 성적이 좋지 않다.

“(웃으며) 좋은 지적이다. 하지만 당신이 말했듯 이제 겨우 시즌이 시작된 지 겨우 한 달이 지났을 뿐이다. 앞으로 등판할 경기도 많고 몸 상태도 좋기 때문에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지금처럼 성적이 좋지 않거나 슬럼프가 찾아오면 어떻게 하는가?

“내가 잘 던졌을 때의 경기화면을 반복해 보면서 그 때의 투구 폼이나 감각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보면 좋아진다. 제일 좋은 방법은 슬럼프에 빠지지 않는 것이다. 하하.”

-올 시즌 목표가 있다면?

“건강하게 모든 경기에 등판하는 것이다. 부상 없이 매 5일마다 정상적으로 등판한다고 가정하면 한 시즌 동안 총 34번 정도 등판한다. 가능하다면 34번 모두 등판해 많은 이닝을 던지면서 선발투수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싶다.”

-‘시즌 몇 승’을 올리고 싶다는 등의 구체적인 목표는 없나?

“세부적인 목표를 정해놓은 것은 없지만 굳이 한 가지 정한다면 200이닝 이상을 던지고 싶다. 내가 등판하는 모든 경기에서 7이닝 이상을 던져 팀 승리와 경기운영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

-포스트시즌 MVP 2회, 월드시리즈 우승 등 많은 것을 이뤘다. 성공비결이 있다면?

“내 꿈을 이루기 위해 절대 포기하지 않은 점과 항상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노력했던 점을 꼽을 수 있다. 나도 그랬지만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자신이 정해놓은 일정한 목표에 도달하면 초심을 잃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인간의 능력은 정말이지 무한하고 야구 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가 그렇듯 항상 배울 것이 많다. 하나를 이루면 그 것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목표와 이룰 것이 생긴다. (웃으며) 배우고 도전하는 데에는 끝이 없는 것 같다.”

-야구는 언제 시작했나?

“4~5세 때였던 것 같다. T볼부터 시작해 리틀리그를 거쳐 지금까지 평생 야구를 하고 있다. (웃으며) 어렸을 때는 아쉽게도 리틀리그 월드시리즈는 경험하지 못했다.”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팀과 롤모델은 누구였나?

“샌디에이고 출신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가장 좋아했고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도 좋아했다. 롤모델로는 지금은 은퇴한 토니 그윈, 존 스몰츠, 그리고 그렉 매덕스 등이 있다. 정말 훌륭한 선수들이다.”

콜 해멀스(30·필라델피아). 동아닷컴DB


-샌디에이고 출신에 누구보다 샌디에이고를 좋아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고등학교 2학년 때 겪은 팔 골절 부상 전력 때문에 샌디에이고로부터 지명받지 못했다.

“(웃으며) 어쩌겠는가, 그 것이 운명인 것을. 당시는 조금 서운했지만 지금은 이미 다 지나간 일이다.”

-야구를 시작하고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꼽자면?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했을 때다. 모든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그렇겠지만 다들 시즌이 시작되면 월드시리즈 우승을 향해 뛴다. 그래서 그 것을 이뤘을 때의 기쁨은 꿈이 현실이 된, 정말이지 감동 그 자체다. 특히 월드시리즈 우승은 팀 동료들과의 협력이 있어야만 가능하기에 그 의미와 기쁨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럼 반대로 가장 힘들었을 때는?

“마이너리그에서 부상 때문에 오랜 시간 뛰지 못했을 때도 힘들었고, 내가 등판한 날 부진해 경기를 그르쳤을 때다. 내 몫을 다하지 못해 특히 동료들에게 미안하고 힘들다.”

-메이저리그 타자 가운데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선수를 꼽자면?

“(주저없이) 미겔 카브레라(디트로이트)다. 그가 플로리다(현 마이애미)에서 뛸 때 나를 상대로 무려 7할의 타율을 기록했다. 그를 이겨보려 나름 열심히 분석도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 때문에 내 평균자책점이 많이 올라갔다. 하하.”

-연습이나 경기가 없는 날은 주로 무엇을 하는가?

“골프를 치거나 영화를 본다.”

-골프 핸디는 어느 정도인가?

“지금은 한 15개 정도다. (웃으며) 하지만 더 잘 치려고 노력 중이다.”

-골프 외에 다른 스포츠는?

“어렸을 때 축구선수도 했었다. 그래서 지금도 가끔 아이들과 함께 축구를 하면서 놀아준다.”

-학창시절 공부도 잘했다. 만약 야구선수가 되지 않았다면?

“야구 선수를 하지 않았어도 워낙 스포츠를 좋아해서 그와 관련된 일을 했을 것이다. 어쩌면 스포츠 음료회사 같은 곳에서 일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하.”

콜 해멀스(30·필라델피아). 동아닷컴DB


-당신도 별명이 있나?

“있다. 우리 팀 동료들은 나를 ‘할리우드’라고 부른다. 내가 캘리포니아 출신이라 그렇기도 하고 (쑥스러운 듯 웃으며) 내 외모에서 할리우드 배우의 향기가 난다고 한다. 하하.”

-징크스가 있다면?

“별 다른 것은 없다. 다만, 야구장에 오면 줄넘기나 스트레칭 등 같은 일을 정해진 시간에 하는 정도다.”

-당신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 3가지만 꼽으라면?

“쉽지 않은 질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이라…… (잠시 생각하더니) 물론 야구도 소중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친구나 가족 또는 주위 사람들과의 신뢰와 믿음인 것 같다. 신뢰와 믿음이 없는 인간관계는 생각하기도 싫다. 그래서인지 내 아내도 내 삶에 있어 아내이기 이전에 가장 소중한 친구이다.”

-해멀스 당신에게 ‘야구’란?

“야구는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신체는 물론 정신까지 항상 현재의 나를 바쁘게 움직이게 하고 아울러 내일을 위해 또 다시 준비하고 도전하게 하는 힘이다. 물론 그런 가운데 야구는 나에게 기쁨과 보람도 느끼게 해준다.”

-메이저리거가 꿈인 어린 선수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우선 절대 쉽지 않은 길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메이저리거가 되기 위한 과정에는 예상 밖의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숙지한 상태에서도 자신이 진정 그 길을 가고 싶다면 절대 포기하지 말고 과감히 도전해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그 꿈을 성취했을 때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보상도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끝으로 한국에 있는 팬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과거 팀 동료였던 박찬호 때문에 한국에 대해 알게 됐다. 박찬호는 투수로서의 능력도 뛰어났지만 좋은 동료이기도 했다. 당시 클럽하우스 내에는 재미난 의상이 여러 벌 있었는데 박찬호가 그 것을 입고 동료들에게 많은 웃음을 주기도 했다.

또한 박찬호는 외국인이다 보니 동료들과 영어로 대화를 하다 막히면 갑자기 우리가 알아듣지 못하는 한국말로 말하고는 웃으며 그 자리를 떠나곤 했다. 굉장히 재미있었던 선수로 기억한다.

한국에서 나를 응원해 주는 팬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 올 시즌에도 좋은 투구를 펼치기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많이 응원하고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 한국 팬들을 위해서라도 늘 준비하고 노력해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투수가 되겠다.”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indian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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