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헌기자의 KBL 레이더] 볼수록 매력…‘팀 전자랜드’의 깜짝 파이팅

입력 2014-01-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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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훈 감독. 스포츠동아DB

개막 전 ‘꼴찌 후보’ 예상 뒤엎고 선전
5할 넘는 승률로 6강 PO 진출 희망적
개인 능력 극대화 유도훈 감독의 묘수

지난 시즌을 끝으로 강혁(은퇴)과 문태종(LG 이적)이 빠져나갔다. 반대로 뚜렷한 선수보강은 이뤄지지 않았다. 팀을 대표할 만한 스타플레이어도 마땅치 않다. 게다가 1980년생인 이현호가 최고참일 정도로 선수들의 경험 또한 타 구단들에 비해 보잘 것 없다. ‘2013∼20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개막을 앞두고 ‘하위권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란 어두운 전망이 나온 이유다.

그러나 전자랜드는 이 같은 비관적 전망을 벗어나 거듭 선전하고 있다. 2라운드에서 3승6패로 잠시 주춤했을 뿐, 1·3라운드에선 나란히 5승4패로 5할 이상의 승률을 챙겼다. 9일 SK전 이후 최근 5연승을 달리는 등 4라운드에선 무려 7승2패의 고공비행을 했다.

20일 현재 용병 리카르도 포웰이 경기당 평균 17.86점으로 득점 랭킹 3위에 올라 있지만, 전자랜드 소속으로 부문별 개인성적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뿐 아니다. 팀 평균 득점(8위), 리바운드(7위) 등 각종 지표에서도 하위권에 처져 있다. 그러나 전자랜드는 시즌 성적 20승16패, 승률 0.556으로 5위를 달리며 4위 kt와 함께 당당히 중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시즌 전 ‘꼴찌 후보’라는 평가가 어느덧 플레이오프 티켓이 걸린 6강 싸움에서 안정적 위치에 올라섰다는 희망적 시선으로 바뀌었다.

이 같은 결과는 조직력을 바탕으로 개인의 능력을 극대화해 ‘팀 전자랜드’를 이룬 유도훈 감독(사진) 덕분이다. 유 감독은 선수들에게 평소 준비성, 집중력, 전투력을 강조한다. 게임에 들어가기 전 치열하게 준비하고, 경기에선 집중력과 전투력으로 전쟁을 치르듯 코트를 휘저어야 한다고 지도한다.

9일 SK전을 앞두고 유 감독은 주장 이현호를 플레잉코치로 돌리고, 용병 포웰에게 대신 주장을 맡겼다. 종목을 불문하고, 용병에게 팀의 중심을 맡기는 것은 보기 드문 일. 남자프로농구에서 용병이 주장을 맡은 것은 2006∼2007시즌 동부 자밀 왓킨스가 유일했다. 유 감독이 시즌 도중 이 같은 결단을 내린 것은 포웰의 수비 집중력을 높이면서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팀 전자랜드’로 가기 위한 또 하나의 포석이었다. 이는 최근 5연승이란 달콤한 열매로 이어지고 있다.

유 감독이 인정하듯, ‘팀 전자랜드’는 아직 완성체로 보기 힘들다. 지금도 한창 성장 중에 있다. 정영삼, 박성진, 차바위, 김지완, 김상규 등 ‘젊은 피’들은 때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한발씩 전진하고 있다.

남자프로농구는 21일 모비스-LG전을 끝으로 4라운드를 마감하고 5라운드에 돌입한다. 한 때 모기업의 위기로 팀 존폐 여부를 걱정해야 했던 전자랜드는 유 감독의 지휘 아래 리그의 활력소가 되는 매력적인 팀으로 거듭나고 있다. 종반을 향해 치닫고 있는 남자프로농구에서 ‘팀 전자랜드’가 어떻게 성장해나가는지 지켜보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imdoh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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