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출신으로 러시아 스노보드 대표로 출전한 빅 와일드가 19일(현지시간) 열린 평행대회전에서 새 조국에 금메달을 안겼다. 경기 뒤 와일드는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나를 원했고 미국은 그렇지 않았다”라며 귀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밝혀 팬들의 가슴을 절절하게 했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아내의 나라 러시아서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금메달
“미국서 스노보드 계속 탔다면 평범한 직장인 됐을것”
러, 안현수 포함해 7명의 귀화선수 금메달 4개 획득
소치 출전 3000여명 선수 중 4%가 귀화·외국 출신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카잔차키스가 쓴 ‘그리스인 조르바’의 주인공 조르바는 영원한 자유인이다. 2014소치동계올림픽에서도 ‘운동의 자유’를 찾아, 꿈에 그리던 메달을 찾아 귀화한 ’제2의 조르바‘들의 활약이 눈길을 끌고 있다.
가장 크게 관심을 끈 선수는 단연 빅토르 안(한국이름 안현수)이다. 2006토리노올림픽 쇼트트랙 3관왕 출신인 그는 2011년 러시아로 귀화한 뒤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목에 걸었다. 러시아는 한국 출신 빅토르 안을 포함해 모두 7명의 귀화 또는 외국 태생 선수가 대표로 뛰고 있다. 19일까지 이들이 따낸 금메달은 모두 4개로 러시아가 획득한 6개의 금메달 중 60%를 차지하고 있다.
주목을 끈 또 다른 선수는 미국 출신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대표 빅 와일드. 그는 이번 올림픽에 아내의 나라인 러시아 대표로 출전해 금메달을 선사했다. 아내 인 알레나 자바르지나 역시 여자부 같은 종목에서 동메달을 획득해 ‘부부메달리스트’가 됐다.
금메달을 따낸 뒤 그의 인터뷰가 관심을 끌었다. 와일드는 “러시아는 나를 원했고 미국은 그렇지 않았다. (귀화) 선택은 어렵지 않았다”면서 “내가 미국에서 스노보드를 탔다면 이미 은퇴해 평범한 직장인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았다. 러시아는 그런 나에게 기회를 줬다”라고 말했다
와일드의 어머니 캐럴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들이 귀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사정을 털어놨다.
그는 “미국에서는 평행대회전은 TV중계도 거의 되지 않는 종목이다. 투자도 그만큼 적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2006토리노올림픽에서 스노보드 러시아 대표로 출전했던 유리 포드라드치코프는 이번 소치올림픽에서는 스위스 국기를 달고 뛰었다. 그는 남자 하이파이프 부문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봅슬레이 대표 래셀레스 브라운은 대표적인 귀화 성공선수로 손꼽힌다. 자메이카 태생인 그는 1999년부터 2004년까지 자메이카 국가대표로 뛰었다. 2005년 캐나다로 귀화한 뒤 2006토리노올림픽 2인승 은메달, 2010밴쿠버올림픽에서는 4인승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피겨 스케이팅 아이스댄스 선수 이사벨라 토비아스는 미국 뉴욕 출신이다. 2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 대표 선수로 활약했지만 이번 올림픽에서는 파트너인 데이비다스 스타그뉴나스의 국적인 리투아니아 선수로 출전했다. 또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에 출전한 이사도라 윌리엄스 역시 미국 출신이지만 이번엔 브라질 대표로 뛰고 있다.
19일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소치올림픽에는 88개국에 3000여명의 선수가 참가했는데, 이 가운데 4%에 해당하는 120여명의 선수가 귀화했거나 외국 출신인 것으로 집계됐다. 국가별로는 캐나다가 9명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과 러시아는 각각 7명의 외국 태생 선수가 대표로 뛰고 있다. 이밖에 프랑스 6명, 호주와 독일, 이탈리아 등이 5명으로 많았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