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인의 전사 Road to Brazil] 시련은 그를 더 강하게 단련시켰다

입력 2014-05-14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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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이근호(오른쪽)가 13일 경기도 파주 NFC에서 진행된 훈련 도중 안톤 두 샤트니에 코치와 몸싸움을 펼치고 있다. 이근호는 4년 전 남아공월드컵 출전을 노렸지만 최종엔트리에 들지 못해 전지훈련지에서 중도 귀국하는 아픔을 맛본 바 있다. 파주|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

축구대표팀 이근호(오른쪽)가 13일 경기도 파주 NFC에서 진행된 훈련 도중 안톤 두 샤트니에 코치와 몸싸움을 펼치고 있다. 이근호는 4년 전 남아공월드컵 출전을 노렸지만 최종엔트리에 들지 못해 전지훈련지에서 중도 귀국하는 아픔을 맛본 바 있다. 파주|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

2. 공격수 이근호

4년전 남아공월드컵 보름 앞두고 탈락
아픔 잊고 ‘2012 AFC 올해의 선수상’
작년 상무 입대 15골…상주 승격 주역
부상 악재도 브라질행 의지 꺾지 못해


상주 상무 이근호(29)에게 2010년 6월은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는 4년 전 2010남아공월드컵에 나서는 ‘허정무호’에 승선해 오스트리아 전지훈련 때까지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러나 생애 첫 월드컵 꿈에 부풀어있던 그의 손에 쥐어진 것은 한국행 비행기 티켓이었다. 이근호는 당시 월드컵 지역예선에선 4골을 터트리며 승승장구했지만, 정작 본선을 앞두고는 컨디션 조절에 실패해 최종 전훈지에서 귀국 통보를 받았다. 남아공월드컵 개막을 불과 15일을 앞두고서였다.

상실감은 이루 말할 길이 없었다. 대표팀 트레이닝복을 입고 돌아오는 것이 창피해 비행기 탑승 직전 면세점에서 사복을 구입해 갈아입은 뒤 취재진의 눈을 피해 공항을 빠져나오기도 했다. 남아공에서 허정무호는 목표로 삼았던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하면서 국민적 성원을 받았지만, 이근호에게만큼은 결코 뒤돌아보고 싶지 않은 악몽이 펼쳐졌다.

그러나 이근호는 시련을 극복할 수 있는 강인함을 지닌 선수였다. 월드컵 출전 좌절을 겪은 뒤 그는 2014브라질월드컵을 꿈꾸며 2년간 일본 J리그 감바 오사카에서 실력을 갈고 닦았다. 2012년에는 울산 현대의 주 공격수로 활약하면서 팀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으로 이끌었다. 이와 함께 ‘AFC 올해의선수’까지 수상하는 겹경사를 누렸다.

2013년에는 병역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상무에 입대했다. 상주는 2013시즌 K리그 챌린지(2부리그)로 강등돼 비교적 주목받을 기회도 줄어든 데다, 챌린지와 클래식(1부리그)의 경기력에도 차이가 커 이를 따라가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었다. 이 와중에도 그는 지난 시즌 챌린지에서 15골을 뽑아내며 상주을 클래식으로 승격시켰다. 국가대표로서도 월드컵 예선 12경기에 출전해 5골을 몰아치며 골 감각을 뽐냈다.

올해 3월에는 그리스와의 원정 평가전 이후 무릎 부상을 당해 ‘월드컵 불운’의 그림자가 다시 드리우는 듯했다. 그러나 이미 한 차례 월드컵대표팀 탈락의 큰 시련을 맛본 그에게 이는 장애물이 되지 않았다. 이근호는 오로지 브라질월드컵 출전에만 집중했다. 재활에 온 신경을 기울였고, 개인훈련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월드컵을 향한 이근호의 의지는 브라질월드컵대표팀 홍명보 감독에게도 명확하게 전달됐다. 홍 감독은 8일 월드컵 최종엔트리 발표식에서 이근호의 이름을 불렀다. 12일 대표팀 소집훈련을 위해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들어선 이근호의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 당당했다. 그는 “벌써 4년이 흘렀다. 시간이 금방 지난 것 같다. 4년 전에는 정말 힘들었다. 그 때가 떠오른다. 지금 생각해보면 시련은 나에게 약이었고, 이제는 추억이다”고 말했다. 이어 “4년 전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 이 자리에 오고자 했던 많은 선수들이 떠오른다. 그 선수들을 위해서라도 더욱 열심히 뛰겠다”며 한층 성숙해진 마음가짐을 보였다.


● 이근호(상주 상무)는?

▲생년월일=1985년 4월 11일 ▲키·몸무게=177cm·75kg ▲출신학교=동막초∼부평동중∼부평고∼한중대 ▲클럽 통산 성적=214경기·76골 ▲A매치 데뷔=2007년 6월 29일 이라크전(평가전) ▲A매치 통산 성적=62경기·18골 ▲월드컵 경험=없음 ▲주요 경력=2005년 U-20 월드컵, 2008년 베이징올림픽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topwook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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