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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16강 조기확정에 자신감 상승
미디어·축구팬 등 최종성적 상향조정
표정에는 자랑스러움이 가득했습니다.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원체 복잡하게 생각하는 기자들의 특성상 좋은 점보다는 나쁜 면에 좀더 초점을 맞추는 듯 보이기도 했지만, 한국의 조별리그 3차전 상대 벨기에 취재진의 모습에선 당당함까지 느껴졌습니다.
경기 전 공식 일정이 진행된 26일(한국시간)과 결전 당일인 27일 상파울루의 아레나 데 상파울루에서 마주친 벨기에 기자들은 여유롭고 자신감도 가득하더군요. 국제대회에서 자신의 신분과 국가경쟁력은 성적에서 나온다는 이야기가 역시 괜한 소리는 아닌가봅니다.
그럴 만도 했습니다. 이상하리만치 이번 대회에서 유럽은 맥을 못 추었습니다. 빅리그를 보유한 스페인, 잉글랜드, 이탈리아가 나란히 몰락의 길을 걸었으니까요. 16강에도 오르지 못한 채 일찌감치 짐을 꾸렸습니다. 세계축구를 양분해온 유럽과 남미국가들은 아시아나 북중미 등 전혀 다른 환경의 제3의 대륙에서 열리는 대회가 아니라면 각자의 터전을 떠났을 때 약해지는 징크스를 겪곤 했는데, 이번 월드컵에서도 마찬가지네요. 하지만 남미, 그것도 유럽의 ‘지옥’이라는 브라질에서도 당당히 이름값을 하고 있으니 벨기에 기자들과 팬들은 얼마나 기쁠까요?
그래도 벨기에 기자들은 만족하지 못한 듯했습니다. 브라질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워낙 승승장구했으니, 기대치가 엄청 높았겠죠. 알제리와 러시아를 상대로 조별리그 2경기 만에 16강행을 조기에 확정해놓고도, 경기 내용은 영 아니었다나요?
헤트 니우스블라트의 누옌스 루디 기자는 “이탈리아, 스페인 등이 빨리 탈락해서 그렇지 우리가 잘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독일과 프랑스도 우리처럼 영건 위주로 팀을 구성했는데, 그들에 비하면 피지컬, 전술 등 모든 면에서 우린 강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자국 대표팀 마르크 빌모츠 감독에게 비판을 가했죠. 레퀴프의 블라이스 라파엘 기자는 “빌모츠 감독은 항상 같은 전략을 고수하는 사람이다. 창의적이지 못하다”고 했죠. 벨기에 기자들 대부분이 이에 동조하는 표정이었습니다.
어찌됐든 벨기에는 H조에서 최강다웠습니다. 늘 비슷한 전술을 운영했다고 해도 항시 최고의 멤버, 든든한 리저브가 버티고 있었고 이는 벨기에의 변하지 않는 힘이었습니다. 전통적인 유럽축구의 판도를 깨뜨린 벨기에가 어디까지 전진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상파울루(브라질)|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