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 투수들의 반격…타이밍·강약 조절로 타고투저 아웃

입력 2014-07-08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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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찰리 노히트노런 기록’. 스포츠동아DB

덤비는 타자들에게 투구템포 효율적 활용
허를 찌르는 강약조절…스피드 변화 효과
심판들 스트라이크존 미묘한 변화도 영향

마침내 투수들의 반격이 시작됐다. 극심한 타고투저에 고전하던 투수들이 살 길을 찾았다. 아직은 남들보다 먼저 깨우친 베테랑이나 꿋꿋이 타자들을 압도하던 에이스 등에 제한되는 현상이지만 눈에 띄는 수치상의 변화가 보인다. 개막 이후 리그 전체 방어율 추이를 보면 이 사실 쉽게 드러난다.(표 참조)


● 스피드보다 타이밍 싸움으로 타고투저 넘는다

최근 두 경기에서 완투승과 8이닝 2실점 승리를 거둔 삼성 배영수의 피칭을 보면 눈에 들어오는 포인트가 있다. 바로 타이밍이다. 배영수는 타자와의 대결을 스피드가 아닌 타이밍으로 몰아가고 거기에서 이겼다.

전성기의 불같은 공이 사라진 배영수는 투구템포를 이용해 타자와 싸움을 한다. 6일 두산전에서 와인드업으로, 때로는 세트포지션으로 투구 폼을 바꿔가며 템포를 조절했다. 하나∼둘∼셋의 일정한 패턴으로 공을 던지지 않고 하나∼둘 혹은 하나∼둘반 혹은 셋 반에서 던지는 타이밍에도 타자들은 제대로 배트를 휘두르지 못한다. 컨트롤이 나빠도, 구위가 정상이 아닌 날에도 투수들이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다.

일본프로야구는 이런 피칭기술에 오래 전부터 집중했다. 대표적인 투수가 에나쓰 유타카였다. 1980년 저팬시리즈 7차전에서 9회 무사 만루의 역전위기를 막아낸 ‘공 21개의 전설’ 에나쓰는 타자와의 밀고 당기는 타이밍에서 유리한 위치를 먼저 차지했다. 투수가 들쭉날쭉한 피칭 타이밍으로 덤벼들면 타자는 루틴(규칙적으로 하는 일의 통상적인 순서와 방법)이 흐트러진다.


● 타자의 허를 찌르는 강약 조절로 승부

현역시절 송곳 컨트롤로 유명했던 임호균은 투수 타자대결을 권투와 비교했다. “투수는 스트라이크존이라는 링에서 타자와 싸워야 한다. 훨씬 불리하다. 상대는 방망이를 들었다. 링 밖으로 도망가면 볼이다. 이런 상황에서 타자를 이기려면 상대의 힘을 이용하고 머리를 써야 한다”고 했다.

투수는 빠른 공을 먼저 떠올리지만 느린 공도 무기다. 통산 191세이브를 거둔 진필중 XTM 해설위원은 “요즘 몇몇 투수들이 강약조절을 한다. 빠른 공으로만 타자를 누르려고 하다 힘에서 밀리자 생존의 방법으로 강약조절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것이 최근 드러난 투수들의 반격 가운데 하나다. “스피드에 변화를 주는 것이 강약조절이다.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가볍게 던지는 공일수록 상대 타자들이 쉽게 놓친다”고 진 위원은 말했다.

투수는 자신의 공이 느릴수록 타자에게 쉽게 노출된다고 겁먹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상대가 던지는 최고의 공만 노리는 타자에게는 한가운데 들어오는 예상외의 느린 공에도 쉽게 배트가 나가지 않는다. 6일 삼성전에서 두산 칸투는 몇 번이나 배영수의 느린 공에 멈칫거렸다. 자신의 예측과 다르지만 눈에 빤히 들어오는 스트라이크를 놓친 칸투는 결국 볼에 방망이가 자주 나왔고 배영수는 꽃놀이 피칭을 했다.


● 스트라이크존도 미세하게 넓어졌다

공식적으로 심판들은 부정하지만 현장에선 최근 낮은 쪽 공에서 스트라이크존이 예전보다는 넓어졌다고 말한다. 미묘한 변화지만 선수들은 실감한다. 물론 모든 심판이 그렇지는 않다. 베테랑 심판들이 스트라이크존을 조심스럽게 넓히고 있다. 투수들에게 유리한 부분이다. 야구는 투타가 서로 분리돼 발전하지 않는다. 하나가 앞서가면 다른 쪽에서 반격이 온다. 투타의 균형은 이렇게 유지된다. 야구가 스스로 생명력을 가지는 이유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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