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러, 최전방 스트라이커 분석… ‘게으른 9번’ 조력자로 전락

입력 2014-07-08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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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브라질월드컵에선 정통 스트라이커들이 보이지 않는다? 잉글랜드의 전설적 스트라이커 앨런 시어러는 뒤바뀐 스트라이커의 역할 변화에 주목했다. 브라질월드컵 준결승에 진출한 나라들의 최전방 스트라이커들은 모두 ‘조력자’ 역할에 그치고 있다. 맨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브라질의 프레드, 네덜란드의 로빈 판 페르시, 독일의 미로슬라프 클로제, 아르헨티나의 곤살로 이과인. ⓒGettyimages멀티비츠

■ BBC해설가인 전설적 스트라이커 시어러, 9번과 10번의 바뀐 패러다임 분석

90년대까진 10번은 스트라이커·9번은 찬스메이커
브라질 월드컵선 9번과 10번의 역할이 완전히 역전
이과인·클로제·프레드·판 페르시 모두 등번호 9번
미드필더보다 활동량 떨어져 저득점…설자리 줄어
메시·로벤·뮐러·로드리게스 등 측면 공격수와 대비

2014브라질월드컵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스타들은 대부분 측면 공격수들이다. 브라질의 네이마르(22),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27·이상 FC바르세로나), 네덜란드의 아르연 로벤(30), 독일의 토마스 뮐러(25·이상 바이에른 뮌헨), 콜롬비아의 하메스 로드리게스(23·AS모나코) 등은 정통 스트라이커는 아니지만 많은 골을 터트리며 득점랭킹 상위권을 점령했다.

잉글랜드의 전설적 스트라이커 앨런 시어러(44)는 이러한 현상에 주목했다. 현재 영국 공영방송 BBC의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시어러는 7일(한국시간) “브라질에선 정통 스트라이커가 설 자리를 잃었다”며 축구의 바뀐 패러다임을 분석했다.


● 뒤바뀐 등번호 9번과 10번의 역할

시어러는 자신이 선수생활을 하던 시기와 이번 월드컵에서 드러난 현상을 비교·분석했다. 그는 “1990년대까지 등번호 10번은 전형적으로 골을 터트릴 수 있는 스트라이커가 주로 달았던 번호고, 9번은 10번을 도와주는 찬스메이커 역할을 하는 선수가 선호하는 번호였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을 보면 9번과 10번의 역할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형적인 스트라이커가 아닌 마라도나와 펠레가 등번호 10번을 달았던 적도 있었지만, 이번 대회에선 그런 현상이 더욱 뚜렷해졌다”고 덧붙였다.

브라질월드컵에서 등번호 ‘9’를 달고 있는 선수 대부분이 전형적 스트라이커다. 아르헨티나의 곤살로 이과인(27·나폴리), 독일의 미로슬라프 클로제(36·라치오), 브라질의 프레드(31·플루미넨세), 네덜란드의 판 페르시(31·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이 대표적이다.


● 조력자 역할에 머무는 최전방 스트라이커들

최전방 스트라이커의 역할은 더 이상 골을 넣는 데 국한되지 않는다. 이런 변화는 2010남아공월드컵 우승팀 스페인에서 비롯됐다. 득점은 당연하고, 많은 움직임으로 공간을 창출하고, 날카로운 패스로 동료들에게 득점 찬스도 만들어줘야 한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에서 각 팀의 최전방 스트라이커들은 조력자 역할에만 머물고 있다. 즉, 남다른 활동량을 요구하는 최근 축구의 흐름에서 미드필더와 같은 활동량을 갖추지 못한 정통 스트라이커들의 설 자리가 줄었다는 지적인 것이다.

“브라질 스트라이커 프레드는 네이마르의 조력자일 뿐”이라고 분석한 시어러는 “스트라이커는 골대 앞에서 ‘킬러 본능’을 뽐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선수가 많다. 아르헨티나-벨기에의 8강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이과인이 ‘킬러 본능’을 과시했는데, 이번 월드컵에선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정통 스트라이커들이 이번 대회 득점왕에게 주어지는 골든 부츠의 주인공은 아니겠지만, 우승을 결정짓는 한 방을 터트릴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후배 스트라이커들의 분발을 기대했다.


Clip 앨런 시어러는?

앨런 시어러(44)는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축구스타로 1992년부터 2000년까지 A매치 63경기에 출전해 30골을 넣었다. 1988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데뷔해 2006년까지 총 559경기에서 283골을 터트리는 등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친 정통 스트라이커였다. 국제축구연맹(FIFA) 창립 100주년이었던 2004년 펠레가 선정한 ‘현존하는 최고의 축구선수 125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gtyong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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