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양 전력분석원은 할아버지

입력 2014-07-09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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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양.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어릴적 조부 밑에서 자라 각별한 사이
경기장 못갈땐 전화로 아낌없는 잔소리


‘38. 1. 28.’ 그리고 ‘43. 12. 30.’

한화 오른손 에이스 이태양(24)의 글러브에는 이런 숫자가 나란히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이태양은 이 숫자들이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생신”이라고 했다. 아버지, 어머니도 아니고 여자친구도 아닌 조부모의 생일을 글러브에 새겨놓고 던지는 이유는 어릴 적 맞벌이로 바쁜 부모 대신 할아버지 이옥만(76) 씨와 할머니 임모방(71) 씨가 그를 키웠기 때문이다. 야구장에서 공을 던질 때, 조부모는 늘 관중석에서 손자를 향해 응원과 격려를 보내곤 했다.

이태양은 8일 청주 넥센전에 앞서 “그런 사연이 있으니 아무래도 두 분과 사이가 각별할 수밖에 없다. 아침 저녁으로 할아버지와 통화를 한다”며 “어쩌다 내가 건 전화를 할아버지가 못 받으시면, 안타까운 마음에 받을 때까지 계속 전화를 거신다”며 웃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할아버지와 손자의 대화는 대부분 안부 인사로 이뤄졌다. 그러나 이제는 내용도 달라졌다. 야구선수 손자를 뒷바라지하면서 야구박사가 된 할아버지가 ‘이태양의, 이태양에 의한, 이태양을 위한’ 맞춤형 전력분석원 역할을 자임한 덕분이다. 한화가 지난 주말 4일 휴식기를 보내는 동안, 할아버지는 사흘 내내 넥센의 목동 경기를 봤다고 한다.

이태양은 “내가 다음 등판(9일)에서 맞붙는 상대가 넥센이라는 걸 아시고는 넥센 타자들을 유심히 지켜보셨다”며 “넥센 타자들이 낮게 떨어지는 공도 참 잘 치더라, 높은 볼을 던지니 여지없이 치더라 등의 얘기를 해주셨다. 올해 내가 넥센전에서 잘 못해서 그런지 ‘홈런 자꾸 맞는 투수는 좋은 투수 아니다’라고 잔소리도 하셨다”며 웃어 보였다. 이태양은 올해 넥센전 2경기에서 1패에 방어율 6.75를 기록하고 있다.

청주|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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