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인 아시아] 바람 잘 날 없는 이라크, 꿈과 희망을 위한 도전

입력 2014-09-22 06:4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이라크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에서 시작된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기원전 4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인류 최대의 고대문명이었다. 수메르-바빌론-아시리아 등 고대국가들의 기원도 이곳이다. 그러나 외세 침입은 끊임없었다. 셀주크투르크, 몽골, 티무르에 이어 1500년대부터 제1차 세계대전까지 400여년간은 오스만투르크의 지배를 받았다.

1920년 영국의 위임통치를 거친 이라크에선 카셈 장군이 주도한 쿠데타가 왕정을 타도한 1958년부터 군부독재가 이뤄졌고, 이는 이슬람사회주의 노선을 따르는 바트당의 마지막 집권자 후세인(1979년 집권) 체제가 종식된 2003년까지 지속됐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점령으로 촉발된 미국과의 제1차 걸프전쟁(1990년), 유엔(UN)의 대랑살상무기와 미사일 시찰 요구에 응하지 않아 이뤄진 후세인 축출 등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인질 억류와 참수 등으로 요즘 국제사회의 화두가 된 IS(이슬람국가)도 이라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러한 이라크의 아시안게임 참가에는 상징성이 크다. ‘화합과 평화’, ‘아름다운 내일을 향한 약속’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14인천아시안게임은 이라크선수단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국내 개최 아시안게임이다. 이라크는 1986서울대회부터 2002부산대회까진 아시안게임에 선수단을 파견하지 못했다. 불안정한 정세 때문이었다.

그렇게 긴 침묵을 깨고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부터 다시 도전장을 내민 이라크는 남자축구에서 굵은 족적을 남겼다. 은메달을 땄다. 4강에서 한국을 꺾고 결승에서 카타르에 0-1로 져 준우승했다. 이라크남자축구의 메달은 당시가 처음은 아니었다. 1982년 뉴델리대회 때 쿠웨이트를 1-0으로 누르고 정상을 밟았다. 이번에도 우승을 노린다. 이라크는 21일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D조) 최종전에서 쿠웨이트를 3-0으로 완파하고 3연승으로 16강에 올랐다.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오만 등 중동권 여러 매체에 스포츠칼럼을 기고하는 유수프 알 와하브 기자는 “이라크는 연령별 대회에서 강했다. 2004아테네올림픽 4위,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U-22(22세 이하)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성인 레벨에 올라서면 부실한 인프라와 환경 때문에 무릎을 꿇었다. 이라크는 성장을 스포츠 자체가 아닌, 다른 문제로 인해 번번이 놓쳤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래도 이라크는 꿈과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그렇게 또 한 번 ‘달라질’ 이라크의 출발선이 인천아시안게임이다.

화성|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