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 “너와 동료들이 최고라고 생각해라”
덩치는 크지만 항상 아기 같은 우리 아들 정협아.
요즘 아시안컵에서 열심히 뛰어주는 네 덕에 전화통에서 불이 나는 듯하네. 지금도 계속 (지인들로부터) 축하전화가 들어오고 있다. (화물선 선원인) 아빠도 무척 행복해하신다. 우리 아들이 처음 축구를 시작했을 때가 새삼 떠오르는구나. 초등학교 때 그토록 ‘하지 말라’ 말렸는데도, 축구를 끝내 하고 싶다고 졸라대던 우리 아들이 이렇게 많은 격려와 사랑을 받으며 대표팀 일원이 됐다는 것이 그저 꿈만 같고, 하루하루가 설렌다. 풍족하지 못한 형편에 좋은 축구화 한 켤레 제대로 사주지 못했는데….
작년 11월 29일 경남FC 홈경기였던 걸로 기억해. 이튿날인가, 대표팀이 제주 전지훈련 때 널 소집하겠다는 이야기를 접한 뒤 엄마의 마음도 부산해졌다. 소속팀에서도 아직 확실히 자리 못 잡은 네가 대표팀이라니…. 가슴이 벅차고 뭉클해졌어. K리그 경기를 관전할 때도 그렇지만, 저 멀리 호주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너와 태극전사 선후배들을 보고 있으면 너무 떨리고 그래. K리그 경기를 관전할 때도 항상 떨리고 가슴 졸이는데.
하지만 (울리 슈틸리케) 감독님과 코치 선생님들이 널 뽑은 이유가 있을 거야. 네 능력이 닿는 한, 최고의 힘을 발휘하고 열심히 뛰어서 그 분들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열심히 해야지. 아들이 호주에서 어떻게 먹고 자고 쉬고 운동하고 있는지 궁금했는데, 다행히 형들과 동료들이 다 잘해주고 예뻐해준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감사할 뿐이다. 알고 있지? 동료들의 도움이 있어서, 또 코치 선생님들이 계셔서 네가 그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걸 잊지 않았으면 해.
우리 아들을 다시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주말이 지나고, 다음주가 되면 그리웠던 네 얼굴을 보겠네. 이제 마지막 고비 결승전. 당황하지 말고, 긴장하지 말고. 맘 편히 너와 동료들이 최고라는 생각으로 임했으면 해. 잘할 수 있지? 사랑하고, 고맙다. 부산에서 엄마가
정리|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