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김성근 감독-롯데 이종운 감독-KIA 김기태 감독(왼쪽부터).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보편타당한 불펜투수 기용법을 생각해낸다면 ‘노벨야구상’감일 것입니다. 우리는 오랜 세월에 걸쳐서 마무리투수가 9회에 나와야 하는지, 좌타자에게는 좌투수를 올려야 하는지 등을 경험적으로 봐왔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불변의 진리여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결국 투수교체에는 감독의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어느 타이밍에 누구를 올리느냐에 나름의 필연성은 있을 테고, 일장일단이 존재합니다. 오직 선명한 것은 감독이 ‘어디에 가치를 두고 있느냐’입니다.
#21일까지 KBO리그에서 세이브를 1개라도 올린 투수는 총 15명입니다. 이 중 한화 투수는 4명입니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팀이 이기기만 하면 누가 세이브를 올리든 상관없다는 입장입니다. 심지어 다음날 선발로 준비된 투수가 마무리를 하러 투입된 적도 있습니다. ‘꼴찌 팀이 남들과 똑같이 싸우면 또 꼴찌일 수밖에 없다’는 문제인식에서 나온 역발상일 것입니다. SK 사령탑 시절부터 김 감독은 선발이 등판 이틀 전 소화하는 불펜피칭을 아예 실전 마무리로 대체한 적이 곧잘 있습니다. 이런 파격들을 두고 ‘저러다 투수 다 망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김 감독이니까 할 수 있는 파격이기도 합니다. 메이저리그 조 매든 감독(현 시카고 컵스)도 탬파베이 시절 선발의 일시적 불펜 투입을 한 적이 있으니 마냥 구닥다리로 볼 일도 아닙니다.
#김성근 감독이 한화의 패배의식을 털기 위해 오늘 이기는 것만 보는 ‘하루살이 야구’를 강행한다면, 롯데 이종운 감독과 KIA 김기태 감독은 전혀 다른 처방으로 팀 체질개선이라는 같은 목적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 감독은 개막 후 채 20경기도 치르지 않았는데 불펜을 갈아엎다시피 했습니다. 당장은 불안하더라도, ‘대강 해도 내 자리는 보장된다’라는 롯데 안의 무사안일 마인드를 근절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반면 김기태 감독은 마무리 윤석민의 자원등판을 만류하면서까지 불펜진의 자존심을 세워주려는 노선을 취하고 있습니다. 김기태 감독은 “윤석민을 8회부터 올리면 당장은 더 이길 수 있겠지만 심동섭, 최영필 등 불펜투수들이 의욕을 잃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김기태 감독은 21일 광주 롯데전에 윤석민을 2이닝 동안 썼지만, 심동섭이 안된 다음에 올렸습니다.
#LG 양상문 감독은 방어율이 24.30인 봉중근을 마무리로 계속 쓰겠다고 공언합니다. 삼성 류중일 감독도 지난해 9블론세이브를 기록한 임창용을 계속 믿고 있습니다. LG에 이동현, 삼성에 안지만이라는 대안이 있음에도 그랬습니다. 베테랑인 두 투수에게 신뢰를 보냄으로써 팀의 결속을 꾀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케미스트리도 무형의 전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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