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김동수 감독 “1군 선수 만들기 3~5년 장기플랜 진행”

입력 2016-01-2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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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김동수 2군 감독과 이상훈 투수코치는 현역 시절 ‘신바람 야구’를 이끈 전설의 배터리였다. 이 코치의 보직은 신인투수들을 전담 마크하는 피칭아카데미 원장이다. 김 감독은 “이 코치가 잘할 것이라 생각하고 믿고 맡겼다”며 믿음을 보였다.사진제공|LG 트윈스

LG 김동수 2군 감독과 이상훈 투수코치는 현역 시절 ‘신바람 야구’를 이끈 전설의 배터리였다. 이 코치의 보직은 신인투수들을 전담 마크하는 피칭아카데미 원장이다. 김 감독은 “이 코치가 잘할 것이라 생각하고 믿고 맡겼다”며 믿음을 보였다.사진제공|LG 트윈스

가장 중요한것은 탄탄한 기본기와 정신력
20년 야구할 수 있는 선수 만드는게 목표
안익훈 타격·양석환 수비…1군서도 충분
선수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 크다


LG 팜시스템이 꿈틀거리고 있다. LG는 그동안 선수층이 얇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안익훈(20), 양석환(24), 장준원(21), 서상우(27) 등 젊은 선수들이 대거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들을 아직 1군 선수라고 볼 순 없지만, LG도 ‘화수분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큰 수확이다. 오랜 기간 정체돼 있던 ‘쌍둥이군단’의 팜시스템을 일깨운 이는 지난해 친정팀으로 돌아와 2군을 지휘하고 있는 김동수(48) 감독이다. 김 감독은 “이전 코칭스태프가 토대를 잘 마련해주셨고, 이천에 2군 전용 훈련장이 생기면서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공을 돌렸지만 “길게 보고 정신력과 기본기가 탄탄한, 20년씩은 야구를 할 선수들을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1군 코치에서 2군 감독으로 변화

김동수 감독은 2군보다 1군이 익숙한 지도자다. 1990년 LG에 입단하자마자 주전 포수 자리를 꿰찬 그는 신인왕에 올랐고, 이후 ‘전설의 포수’로 이름을 날렸다. 넥센에서 은퇴한 2010년부터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을 때도 그의 보직은 1군 배터리코치였다. 현역 시절부터 ‘붙박이 1군’이었던 김 감독은 지난해 15년 만에 돌아온 친정팀에서 2군 지휘봉을 잡았다. 김 감독은 “아직 감독 생활을 1년밖에 안 했지만 참 어렵다. 감독을 하신, 또 하시는 모든 분들 존경한다”며 웃고는 “생각대로 되는 것도 있지만 안 되는 것도 많더라. 될 수 있다고 생각한 선수가 안 되고, 생각지도 못했던 친구가 갑자기 두각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2군에서 1군 선수 한 명을 키워내는 일이 굉장히 어렵다는 것도 느낀다. 하지만 그만큼 보람도 있다.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익훈-양석환 등 새 인물의 등장

LG는 지난해 10개 구단 중 9위에 그쳤다. 최악의 성적표를 냈지만, 그렇다고 수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가장 고무적인 부분은 두꺼워진 선수층이다. 그 대표주자가 안익훈과 양석환이다. 김동수 감독은 이들을 지난해 초 대만에서 진행된 2군 스프링캠프부터 쭉 지켜봐왔고, 시즌 도중 자신 있게 1군에 추천했다. 김 감독은 “코칭스태프에 물어보니 안익훈과 양석환이 가장 좋다고 했다. 훈련을 가만히 지켜보니 확실히 다른 선수들과는 다른 점이 있었다”며 “(양)석환이는 치는 게 예사롭지 않았고, (안)익훈이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월등히 수비가 좋았다. 수비를 할 수 있는 선수면 1군에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더 흥미로운 부분은 양석환, 안익훈이 시즌 도중 부상과 부진 등으로 한 차례 2군에 내려갔다가 다시 콜업됐을 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김 감독은 “1군과 소통해 선수의 지도방향을 잡았을 뿐”이라며 겸손하게 말했지만 “익훈이는 어깨 부상이 있어서 잠깐 내려왔다가 치료를 완전히 하고 1군에 올라갔는데, 내려오기 전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서 뿌듯했다”며 흐뭇해했다.




● 체계적인 1군 선수 만들기

물론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김동수 감독도 “2군에서 1군 선수 한 명을 만드는 게 굉장히 힘들다”며 “예전 내가 야구할 때와는 다르다. 선수들이 1군에서 한 번 자리를 차지하면 안 놓으려고 한다. 신인왕도 이젠 고졸신인이 사라지고 4∼5년 고생한 중고신인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2군 선수들의 장기 플랜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김 감독은 “3년에서 5년까지는 염두에 두고 준비해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탄탄한 기본기와 강한 정신력이다. 시간을 충분히 갖고 기본부터 차근차근 가르치고 있다. 20년은 야구를 할 수 있는 선수를 만드는 게 목표다”고 밝혔다.

올 시즌 김 감독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144경기 체제에 돌입한 지난 시즌 다양한 포지션에 선수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체감했다. 김 감독은 “2군 감독을 하면서 2군 선수들의 어려움이나 선수들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알게 됐다. 안익훈, 장준원 등이 아직 1군 선수에 올라섰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빠르게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도 크다”며 “2군 선수들이 추운 날씨에 이천구장에서 훈련하면서 ‘과연 효율이 있을까’ 고민도 했지만, ‘2군이니까 여기 있다. 따뜻한 곳에서 야구를 하고 싶으면 잘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준다고 생각한다. 다른 것보다 선수들에게 양상문 감독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야구만 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 나 역시 더 공부하고 연구하는 감독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천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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