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한 번의 기회 위해 준비하고 또 준비”

볼티모어 김현수.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동료들 친절…리카드와 선의의 경쟁”

무슨 질문을 해도 가혹한 것 같고, 답변하자니 딱히 할말이 없는, 서로 어쩐지 미안한 상황에서 이뤄진 7일(한국시간) 볼티모어 캠든야즈 클럽하우스 인터뷰. 한국 취재진은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서야 실내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김현수(28)를 만날 수 있었다.

어렵지만 묻지 않을 수 없는 질문인 개막전(5일) 홈 관중들의 야유세례의 심경에 대해 말하는 순간, 김현수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만감이 교차한다고 하는데) 왜 내가 만감이 교차해야 하나? 팬들의 반응은 어쩔 수 없다. 내가 못해서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

‘볼티모어의 일부 팀원들이 김현수의 처지를 측은하게 여긴다’는 현지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팀원들은 누구 하나 꼽을 수 없을 정도로 잘해준다. 나머지는 내가 헤쳐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반복해서 강조했다. 실제 김현수가 좌익수 주전 경쟁자인 조이 리카드와 훈련 중에 담소를 나누는 장면도 포착됐다. 공교롭게도 볼티모어 클럽하우스 김현수 바로 왼쪽 옆자리에 리카드가 자리한다. 리카드 역시 “(서로 팀을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팀 승리를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말로 감정 없는 선의의 경쟁을 강조했다.

가장 관심이 가는 사안이지만 정작 김현수 자신도 모를 첫 출전 시점에 대해서도 “(야간경기 이후 주전급의 휴식이 필요한) 낮 경기 때나 한번 나가지 않을까”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7일 볼티모어는 4-2로 이겨 2연승을 달렸지만 김현수는 또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언젠간 꼭 올 그 한 번의 기회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는 의지는 견고했다. “잘 기다리겠다. 인내하겠다. 계속 준비하고 또 준비하고, 또 준비하고 그것밖에 없는 것 같다”고 자기 자신에게 다짐하듯 말했다.

김현수는 5일 개막전 결장 이후 휴식일인 6일 볼티모어가 속한 메릴랜드주 주지사를 만나러 갔다. 벅 쇼월터 감독 이하 선수단이 동참하는 볼티모어 팀 행사였는데, 주최자 격인 래리 호건 주지사의 부인이 한국계인 유미 호건 여사다. 7일 경기 전 만난 김현수는 “유미 호건 여사에게서 좋은 말씀을 들었다”고 짧게 말했다. 유미 호건 여사는 8일 캠든야즈를 방문해 김현수와 박병호를 만나 격려할 예정이다. 그러나 볼티모어 구단의 배려로 행사는 비공개로 열린다. 그만큼 지금 김현수는 야구 자체에만 몰두하고 싶은 심정인 듯하다. 오직 혼자서 풀어갈 수밖에 없는 고독하고 막연한 기다림 속에서 김현수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볼티모어(미국 메릴랜드주)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