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A에서 다시 만난 김기태 감독(왼쪽)과 서동욱. 둘은 6년 전 LG 2군에서 감독과 선수로 연을 맺고 3년 뒤 잠시 떨어졌지만 광주에서 다시 한솥밥을 먹게 됐다. 사진|스포츠동아DB·넥센
■ 김기태 감독과 서동욱 ‘3년만의 재회’
LG 시절 2군 감독 - 선수로 인연
“10년 뒤를 생각해라” 깊은 울림
서동욱 “10년간 뭘 했나 싶었죠”
“(서)동욱아, 벌써 6년 전인가. 그때 내가 해준 말 기억하나?”
KIA 김기태 감독은 6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2010년 LG 2군 감독을 맡아 한국에서 지도자생활을 시작했을 때 처음 만났던 내야수 서동욱(32)이었다. 2013년 LG 1군 감독 시절 아쉬움 속에 넥센으로 트레이드시켰던 그가 ‘무상 트레이드’로 KIA 유니폼을 입으면서 3년 만에 재회하게 됐다.
이날 광주로 운전을 해서 내려온 서동욱은 “감독님, 감사합니다”라는 말부터 꺼냈다. 넥센이 자신의 앞길을 열어줬고, 스승이던 김 감독이 흔쾌히 그를 받아들인데 대한 고마움이었다.
서동욱과 김 감독의 인연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LG 2군이 있던 구리에서 성장한 선수들은 현재 LG 선수단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20대 중반이었던 서동욱도 여전히 꽃망울을 터뜨리지 못한 ‘구리 키즈’ 중 한 명이었다.
● 2군 선수들 향한 동기부여 “5년 뒤, 10년 뒤를 생각해라”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지도자생활을 하다 한국으로 복귀한 첫 해, 김 감독은 부임 직후부터 기존 지도자들과는 다른 면모를 보였다. 김 감독이 LG 2군 선수들에게 해줬던 말은 여전히 그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당시 김 감독의 제자들은 지금도 꾸준히 경기 전 그를 찾아와 인사를 한다.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고,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당시 김 감독의 말이 ‘터닝포인트’가 된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서동욱 역시 마찬가지였다. 서동욱을 반갑게 맞이한 김 감독은 “내가 그때 해준 말 기억하나?”라며 미소를 지었다. 서동욱은 “예, 정확히 기억합니다”라고 화답했다. 무슨 내용이었을까.
김 감독은 당시 2군 선수들에게 필요한 것을 정확히 짚어냈다. 그는 “여러분들이 5년 뒤, 또 10년 뒤에 어떤 선수가 돼있을지 머릿속에 생각을 해봐라”고 항상 말했다. 맹목적으로 운동을 하는 게 아니라, 강한 목표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 김기태 감독 말 떠올린 서동욱 “10년간 뭘 했나 싶었다”
씩씩하게 대답했던 서동욱은 이내 고개를 숙였다. 그는 경기고를 졸업하고 2003년 2차 1라운드 전체 4순위의 ‘상위 순번’으로 KIA에 입단했던 유망주였다. 2005년 말 LG로 트레이드된 뒤, 10년 만에 다시 광주로 돌아왔다.
광주로 돌아오면서 혼자 많은 생각을 했다는 그는 김 감독에게 “안 그래도 운전해서 내려오면서 감독님 말씀이 생각났다. KIA를 떠난 뒤 지난 10년 동안 내가 뭘 했나 싶었다”고 털어놨다. 서동욱은 내야 전 포지션이 가능한 멀티플레이어였다. 여기에 프로 생활을 하면서 외야수에 심지어 포수까지 경험했다. 원래 우타자지만 프로 입단 후 좌우 타석에 모두 설 수 있는 스위치히터로 변신했다. ‘다재다능’했지만, 특출 나진 않았다. 활용도가 높은 선수였어도 이 때문에 확실한 자기 자리를 찾진 못한 것이다. 100경기 이상 출장한 시즌도 2011년(112경기)과 2012년(103경기·이상 LG), 2013년 (104경기·LG∼넥센)뿐이었다.
● 김기태 감독의 따뜻한 말 한 마디 “29살 맞지?”
2014년과 지난해엔 39경기, 55경기로 더욱 출장기회가 제한됐다. 어린 선수들이 치고 올라오는 통에 더 위축되기만 했다. 포수 훈련까지 했으나, 후배들에게 밀리기 시작했다. 김 감독은 그런 서동욱에게 “트레이드할 때 정말 미안했다. 그때 팀에 포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며 격려했다.
자신감이 떨어져 있을 그에게 김 감독은 계속해서 힘을 불어넣어줬다. 김 감독은 “감독 스타일 잘 알지? 당분간 함평에서 훈련 잘 하고, 후배들 잘 이끌어줘라”고 당부했다. 이어 “우리 동욱이 아직 29살이지? 계속 29살이라고 생각해”라며 어깨를 툭툭 쳐줬다.
서동욱은 만 32세다. 김 감독이 그의 나이를 모를 리가 없다. 그동안 힘들었을 그에게 나이 때문에 위축되지 말라는 따뜻한 한 마디였다. 서동욱이 재회한 옛 스승 앞에서 어깨를 활짝 펼 수 있을까.
광주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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