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애틀 이대호(오른쪽)가 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코 콜리세움에서 열린 오클랜드와 원정경기에서 7회초 2사 2루에서 역전 2점 홈런을 날린 뒤 홈에서 마중 나온 동료들을 보며 기쁨의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오클랜드전 추격·역전 홈런…34세 ML루키가 전한 꿈과 희망의 메시지
우완 상대 2방…플래툰시스템 극복
현지 언론도 폭발력·입지변화 주목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1982년 출범 이후 34년 동안 이어온 한국프로야구의 변함없는 캐치프레이즈다. 5월 5일 어린이날. 태평양 건너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이대호(34·시애틀)가 결승 2점 홈런 포함 시즌 3∼4호 연타석 홈런을 터트리며 고국의 어린이 팬들에게 큰 선물을 안겼다.
이대호는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코 콜리세움에서 열린 오클랜드와 원정경기에서 8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오클랜드 좌완 선발 숀 마나에아를 겨냥해 주전 1루수인 좌타자 애덤 린드 대신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경기 초반 이대호는 큰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3회초 첫 타석에서는 2루수 실책으로 출루했고, 5회초에는 선두타자로 나섰지만 유격수 땅볼로 아웃됐다.
타석에서 폭발한 건 좌완 마나에아가 강판된 뒤부터다. 4-8로 뒤진 6회초 1사에서 오클랜드 마운드에는 우완 라이언 덜이 올랐지만 이대호는 교체되지 않았다. 이대호는 라이언 덜이 던진 초구 148km 포심 패스트볼을 강타해 우중간을 넘기는 비거리 135m 홈런을 터트렸다. 5-8로 추격을 시작한 의미 있는 한방이었다.

7회초에는 역전 결승 2점 홈런을 날렸다. 7-8로 따라 붙은 7회초 2사 2루, 이대호는 교체된 투수 우완 존 액스포드의 5구째 시속 153km 포심 패스트볼을 때려 왼쪽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을 기록했다. 괴력의 홈런 쇼 앞에 오클랜드 벤치는 이대호가 9회초 무사 2·3루에서 다시 타석에 서자 1점차 상황이었지만 고의사구를 선택해 만루 작전을 펼치기도 했다.
이날 경기로 이대호는 시즌 타율이 0.250에서 0.281(32타수 9안타)로 올랐고, 타점도 6개로 늘어났다. 시애틀은 이대호의 역전 홈런에 힘입어 9-8로 승리하며 오클랜드와 3연전을 모두 이겼고, 16승 11패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1위를 지켰다.
이대호는 여전히 시애틀의 주전 1루수가 아니다. 그러나 일본에서 보장된 수십 억 원의 연봉을 포기하고 도전을 선택한 이대호는 치열한 생존 경쟁 끝에 메이저리그 25인 엔트리에 진입했고, 오른손 대타로 출발해 상대 좌완 선발을 저격하는 플래툰 시스템으로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이제는 우완 투수가 올라와도 교체되지 않는 상황이 됐고, 팀의 역전승을 이끈 연타석 홈런까지 터뜨렸다.
미국 현지 언론은 ‘이대호가 플래툰 시스템을 극복하고 타순도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CBS스포츠를 비롯해 AP통신, MLB닷컴, 지역매체 시애틀 타임즈 등은 모두 이대호의 역전승을 조명했다. 특히 폭발적인 홈런포로 타순 상승 등 팀 내 입지 변화에 주목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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