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베이스볼] ‘고척돔 날다람쥐’ 고종욱의 매력

입력 2016-05-1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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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외야수 고종욱은 올해 야구인생 최고의 순간을 보내고 있다. 29경기서 타율 0.351·1홈런·18타점·6도루로 뜨거운 타격감을 보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주포들 떠나보낸 넥센 4위 선전 ‘터보엔진’

풀타임 2년차 0.351·1홈런·18타점·6도루
빠른 발 앞세워 벌써 3루타 6개 ‘신기록 모드’
타격감 타구질도 절정 “야구인생 최고 순간”


“이런 날이 있네. 인터뷰도 다 하고….”

넥센 외야수 고종욱(27)은 싱글벙글 웃었다. 그의 생각대로 야구가 잘되고 있기 때문이다.

넥센은 지난해 강정호(피츠버그), 올해 박병호(미네소타)와 유한준(kt)을 줄줄이 떠나보내 공격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다. 그러나 넥센 염경엽 감독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대신 “고척스카이돔의 넓은 좌·우중간을 충분히 활용해 장타를 생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는 염 감독의 계산대로 되고 있다. 9일까지 4위(17승1무13패)를 달리고 있는 팀 성적이 이를 말해준다. 그 중심에는 고종욱이 있다. 2011년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19번)에서 넥센에 지명된 고종욱은 입단 첫해 54경기에서 타율 0.248·1홈런·9타점의 성적을 거두며 가능성을 보여줬고, 이듬해 상무에 입대했다. 복귀 후 첫 풀타임 시즌이던 지난해 119경기에서 타율 0.310, 10홈런, 51타점, 22도루의 성적으로 한 단계 발전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만족은 없다. 염 감독도 “올해는 고종욱이 확실한 기둥으로 올라서야 하는 시즌”이라고 강조했다. 고종욱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스프링캠프에서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렸다. 그 결과 올 시즌 29경기에서 타율 0.351·1홈런·18타점·6도루를 기록하며 타선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빠른 발을 십분활용해 3루타도 6개(1위)나 쳐냈다. 고종욱이 워낙 뜨거운 타격감을 자랑하고 있어 주전 1루수로 낙점됐던 윤석민의 부상 공백도 느껴지지 않는다. 5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덕아웃에서 고종욱과 나란히 앉아 야구인생 최고의 순간을 보내고 있는 소감을 들어봤다.


● 야구 인생 최고의 순간 “저절로 웃음 짓게 돼”

-시즌을 시작한지 한 달이 지났는데 타격감이 매우 좋다. 그만큼 관심도 높아졌다. 야구 인생 최고의 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 직접 말하기는 그렇지만 지난해보다 중요한 순간에 잘 쳐서 팀이 이기다 보니 뿌듯하기도 하고, 그만큼 기분도 좋아진다. 저절로 웃음 짓게 된다.”


-올해가 사실상 풀타임 2년차 시즌이다. 지난해 성적을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은 없나.

“초반에는 부담이 컸다. 하지만 잘하려고 해서 반드시 잘하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와 같은 준비과정을 거치면서도 좋지 않았을 때 어땠는지 생각하면서 변화를 주고 있다. 지난해보다는 올해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작년에 변화가 많았는데 올 시즌을 통해 확실히 내 것을 만들어가고 있다.”


-상무 제대 후 펀치력이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엇이 달라졌나.

“힘이 좋아졌다기보다 배트 중심에 공을 맞히다 보니 장타가 나오는 것 같다. 이지풍 트레이닝코치님이 웨이트트레이닝을 강조하는데, 꾸준히 한 것이 도움이 됐다. 파워는 단번에 좋아졌다기보다 서서히 향상된 것 같다. 심재학 타격코치님은 잘될 때의 습관을 강조한다. 루틴이 몸에 배면 끝까지 이어가라고 말씀하셨다. 그대로 실천에 옮기니 컨디션이 들쭉날쭉하지 않고 흐름을 유지할 수 있어서 집중도가 높다.”


-상무에서 보낸 2년은 어떤 시간이었나.

“내 야구를 할 수 있었기에 의미가 있었다. 사실 프로 데뷔 첫해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많이 헤맸다. 상무에서 감독, 코치님들이 편안하게 야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스스로도 많이 생각하면서 야구를 했다. 내가 발전한 시간이다. 큰 도움이 됐다.”


마음가짐의 변화 “실패하지 않겠다”

-좌투수를 상대로 약하다는 이미지가 있었다(지난해 좌투수 상대타율 0.277·우투수 상대 0.308). 올해는 좌투수의 공을 밀어 쳐서 안타를 만드는 타격이 자주 나온다.

“지난해에는 실패한 부분이 많다. 올해는 실패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타격에 임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타격감이 좋아서 그대로 밀어붙이다 보니 운이 따르면서 타구 질도 좋아졌다.”


-시즌 시작 전 염 감독이 정한 ‘베스트9’에서 지명타자였다. 수비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오기도 생겼을 텐데.

“자극받아 더 열심히 하려고 했다. 지명타자로 뛰는 것과 수비에 나가는 것은 차이가 있다. 지명타자로 나가면 생각이 많아지는데 그러다 보면 내 꾀에 넘어갈 수도 있다. 수비를 할 때는 수비에 집중하고, 또 타석 들어와서 치면 된다. 개인적으로 수비를 하는 게 더 나은 것 같다.”


-올해 삼진(28개)·볼넷(4개) 비율은 좋지 않다. 볼넷을 고르기보다 적극적으로 쳐서 출루하려는 것인가.


“삼진이 많긴 하다.(웃음) 의식하다 보니 나쁜 공에 손이 나가곤 하는데 경기를 거듭할수록 줄어들 것이다. 의도적으로 볼넷을 고르지 않고 쳐서 출루하려는 건 아니다. 타격감이 좋다 보니 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손이 나가는 것 같다. 공격적인 성향인데, (서)건창이처럼 선구안이 좋은 선수들과 비교해보면 손이 많이 나가는 것 같긴 하더라.”


“3루타 신기록? 아직 생각할 단계 아냐”

-고척돔 시대를 맞아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고척돔에서 경기를 치러 보니 어떤가.


“더 집중이 잘된다. 막혀 있다 보니 집중해서 야구하기에 가장 좋은 환경이다. 또 야구장이 생각보다 크다. 잠실구장과 비슷한 느낌이다. 발이 빠른 선수에게 확실히 유리하긴 하다.”


-우중간을 향하는 타구가 많다. 고척돔에 최적화된 타격을 한다는 평가다.

“의식적으로 우중간으로 치는 건 아니다. 공을 배트 중심에 정확히 맞혀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를 만들어내려 노력하는데 코스가 좋았다. 우연히 잘 맞다 보니 3루타도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지금 페이스면 한 시즌 최다 3루타 신기록(2014년 서건창 17개)도 가능해 보인다.

“일단 3루타 10개를 넘기면 그 이후에는 생각해볼 만하다. 하지만 지금 당장 기록을 생각할 단계는 아니다. 지금 페이스를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야구선수로서 궁극적인 목표가 있다면.


“장기적인 목표는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아프지 않은 게 최고다. 일단 올해는 작년보다 모든 면에서 발전하고 싶고, 또 그렇게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특히 수비 욕심이 많고, 도루도 많이 하고 싶은데 말보다는 직접 보여주는 게 좋지 않겠나.”


● 넥센 고종욱은?


생년월일=1989년 1월 11일

출신교=역삼초∼대치중∼경기고∼한양대

키·몸무게=184cm·83kg(우투좌타)

프로 입단=2011년 넥센(2011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전체 19순위)

2016년 연봉=7700만원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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