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정우람. 스포츠동아DB
혹사지수를 보면 그 팀의 방향성이 보인다.
‘경기당 피로도’라고도 불리는 혹사지수(Closer Fatigue)는 통계분석의 개척자인 빌 제임스가 고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정투수가 ‘몇 일전 몇 명의 타자를 상대했느냐’에 따라 가중치를 둬서 등판 1일 전부터 5일 전까지의 숫자를 다 합친다. 비교적 단순한 수식인데 연투를 하면 할수록 숫자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스포츠투아이의 집계 결과에 따르면 5월까지 10개 구단 핵심 불펜투수의 혹사지수를 통해서 유의미한 결론을 유추할 수 있다. 주로 마무리를 다뤘는데 한화 정우람이 23.2로 혹사지수에서 10개구단 불펜 에이스 중 1위다. 이어 kt 장시환이 21.8을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5월까지 더 처지면 안 될 상황이었던 두 팀이 핵심 불펜을 아끼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전혀 다른 각도에서 두산 마무리 이현승의 혹사지수 19.7도 설명된다. 두산은 시즌 초반 절정의 페이스를 찍었는데 이 흐름을 타기 위해 이현승의 투입을 아끼지 않았다. 올 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가 되는 이현승도 몸을 아끼지 않은 듯하다. 압도적 1위 팀에서 이런 혹사지수가 나타난다는 것은 두산 불펜진이 두껍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 kt는 장시환을 선발로 전환했다. 미래를 위해 선수를 보호하겠다는 생각이 읽힌다.
LG 임정우(17.9), SK 박희수(17.2), 넥센 김세현(17.1)은 중위권 수준의 혹사지수를 기록했다. 세 팀의 불펜운영이 특정투수에게 편중되어 있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삼성과 NC, KIA 핵심 불펜투수의 혹사지수는 낮은 편이었다. 삼성 심창민이 13.6, NC 임창민이 13.3, KIA 김광수가 13.0으로 나타났다. 5월까지 불펜진에 불확실성이 있었던 세 팀이 불펜의 최적 보직을 맞추는 과정에서 핵심투수 불펜소모가 줄어들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롯데 마무리 손승락의 혹사지수가 9.4에 불과한 점이다. 롯데 조원우 감독이 손승락을 특정한 상황에 한정시켜서 아껴 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화와 대조적인 행보다. 이기는 경기, 지는 경기의 점수 편차가 큰 편인 롯데의 심한 기복에서 일차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겠지만 조 감독이 시즌을 길게 보고 가는 요인도 작용한다.
잠실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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