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어로즈 야구단 이장석 대표이사가 시련에 직면했다. 이 대표의 위기는 곧 히어로즈 야구단의 위기다. 스포츠동아DB
# 서울 히어로즈 이장석 대표이사는 야구계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승부사다.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좌초직전 야구단에 개인 돈 100억 원 이상을 투자해 들어왔다. 그 야구단의 가치를 채 10년도 안된 사이에 추정컨대 10배 이상 키웠다. 야구계가 부러워하는 효율적 경영으로 강팀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미래가치도 높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선 홍성은 레이니어그룹 회장이 이 대표를 능가하는 승부사였다. 법대로 얘기하자면 그렇다. 20억원을 베팅해 히어로즈 야구단 지분 40%를 얻어낼 판이니 말이다. 편의적으로 히어로즈 야구단의 추정가치를 500억원으로 잡아도 40%면 200억원이 된다. 대박도 이런 대박이 없다. 단 20억원 투자를 결정한 시점에 야구단의 미래는 불투명했다. 야구단이 파산하면 20억원을 고스란히 날릴 수도 있었고, 계속 지리멸렬한 성적만 냈다면 투자액의 절반도 회수 못할 수도 있었다. 홍 회장은 일종의 헤지펀드처럼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한 거래를 한 것이고 성공을 목전에 두고 있다. 법대로 얘기하자면 그렇다.
# 의문은 왜 이 대표가 이런 납득이 안 가는 계약을 했느냐다. 2008년 당시 상황이 절박했기에 이렇게라도 자금을 조달받았을 것이란 추론은 가능하다. 이 대표는 “원금에 이자만 돌려주는 조건”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은 받아들이지 않은 상태다. 28억원 상환 조건으로 중재를 걸었지만 홍 회장은 거부했다. 게다가 홍 회장 측은 횡령, 배임 혐의로 이 대표를 검찰에 고소했다. 출국금지, 압수수색에 이어 이 대표는 조만간 소환조사까지 앞두고 있다. 한국적 현실에서 횡령·배임 혐의에서 자유로울 경영자는 많지 않다. 이 대표가 히어로즈 야구단을 키우기 위해 바친 노력과 열정의 끝이 이것이라면 딱할 정도로 비극적이다.
# 이장석이라는 수장은 곧 히어로즈 야구단 혁신의 아이콘이었다. 이 말은 뒤집어보면 그만큼 이 대표의 역량에 야구단 조직이 절대적으로 의존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이 대표의 신변에 만약 이상이 생기거나, 40% 지분을 상실하는 일이 벌어지면 히어로즈 야구단 가치에도 직접적 영향을 끼칠지 모른다. 신주를 발행할지, 이 대표 개인 몫에서 떼어주는 것인지, 어떻게 40% 지분을 마련해줘야 할지도 모호하지만 경영권이 위협받을 여지가 발생한다. 무엇보다 히어로즈 야구단의 가치가 계속 올라가도 40%를 떼어내면 이 대표 몫은 제한될 수밖에 없게 된다. ‘왜 온 열성을 다해 야구단 사업에 헌신하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에 부딪힐 수 있다. 히어로즈 야구단의 미래는 곧 KBO리그, 더 나아가 한국프로스포츠경영의 미래와 직결된 사안이다. 히어로즈는 어디로 가는가?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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