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영의 굿모닝 MLB] 신인왕 경쟁 최후의 승자는?

입력 2016-09-2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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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다저스 코리 시거.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LA다저스 코리 시거.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일생일대 단 한 번밖에 기회가 없는 신인왕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지난해 크리스 브라이언트(시카고컵스)가 만장일치로 신인왕을 차지한 내셔널리그에서 올 시즌은 LA 다저스 신인 유격수 코리 시거(22)와 우완 선발투수 마에다 겐타(28)의 집안싸움으로 펼쳐지고 있다. 25일까지 시거는 151경기에 출장해 타율 0.310(603타수 181안타), 25홈런, 70타점으로 맹활약하고 있고, 마에다는 30경기에 선발등판해 팀 내 최다승인 16승(9패)을 올리며 방어율 3.20을 기록 중이다. 2년 연속 만장일치가 나올 가능성도 매우 크다. 예전과는 달리 일본프로야구(NPB리그)나 한국프로야구(KBO리그) 출신 베테랑들의 신인 자격에 대한 의문부호가 달리기 때문이다. 반면 아메리칸리그는 시즌 막판 돌발 변수가 생겼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마이클 풀머(23)가 시즌 내내 앞서가던 형세에서 8월 이후 경이적인 홈런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뉴욕 양키스의 개리 산체스(23)의 기세가 심상치 않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마이클 풀머.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마이클 풀머.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공동 수상 가능성은?

지금까지 공동 수상자가 나온 것은 각 리그별로 한 차례씩에 불과하다. 내셔널리그에서는 1976년 부티 메츠거(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패트 재크리(신시내티 레즈)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1979년 존 카스티노(미네소타 트윈스)와 알프레도 그리핀(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아메리칸리그 공동 신인왕을 차지했다.

하지만 투표 시스템이 바뀐 1980년 이후로는 사실상 공동 수상자가 나오기 매우 어렵다. 투표권을 가진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 회원이 3명의 선수를 선정해 1위부터 3위까지 순위를 정한다. 1위 3점, 2위 2점, 3위 1점이 주어지는데 전체 점수를 합쳐 최다 점수를 받은 선수가 신인왕에 오르게 된다.

지난 시즌에는 양 리그 모두 유격수가 수상자로 결정됐다.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카를로스 코레아는 타율 0.279, 22홈런, 68타점으로 아메리칸리그 최고 신인으로 등극했다. 타율 0.275, 26홈런, 99타점으로 맹위를 떨쳐 만장일치의 영예를 안았던 브라이언트는 2년 차인 올 시즌에도 기세를 이어가 내셔널리그의 강력한 MVP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뉴욕 양키스 게리 산체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뉴욕 양키스 게리 산체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괴력의 홈런 페이스

25일(한국시간)까지 정규시즌 마감을 8경기 남겨 놓은 상황에서 산체스는 타율 0.330, 19홈런, 38타점을 기록 중이다. 무엇보다 메이저리그 데뷔 후 단 45경기 만에 19홈런을 때렸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게다가 그 중 두 경기는 지난 시즌에 출전한 것이기에 이번 시즌만 따지만 43경기에서 19개를 쏘아 올린 것이다. 데뷔 후 19홈런을 치기까지 종전 최단 기록 보유자는 1930년 보스턴 브레이브스의 월리 버거로 51경기 만에 달성했다. 이 같은 산체스의 눈부신 활약에 힘입은 양키스는 트레이드 마감 때 아롤디스 차프만(현 시카고 컵스), 앤드루 밀러(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카를로스 벨트란(현 텍사스 레인저스) 등 주축 선수들을 모두 넘기는 ‘파이어 세일’을 단행하고도 시즌 막판까지 실낱같은 와일드카드 진출 희망을 이어가고 있다. 또 산체스는 방망이 실력뿐만 아니라 포수로서의 능력도 출중하다. 어린 나이지만 뛰어난 투수 리드 능력, 강한 어깨, 블로킹 능력까지 리그 최정상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으론 출전 경기수가 매우 적다는 것이 산체스의 약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산체스를 지지하는 입장에서는 풀머 역시 24경기 출전에 그치고 있다는 점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풀머가 선발투수여서 특수한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역대급 홈런 페이스를 이어가고 있는 산체스의 임팩트가 워낙 크기 때문에 신인왕으로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페르난도 발렌수엘라.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페르난도 발렌수엘라.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발렌수엘라의 향기

1981년 다저스의 좌완투수 페르난도 발렌수엘라는 25경기에 출전해 13승7패에 리그 1위인 2.48의 방어율로 신인왕과 내셔널리그 MVP를 동시에 거머쥐었다. 올 시즌 풀머의 성적을 보면 발렌수엘라와 매우 흡사하다. 24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전에서 7이닝 1실점으로 시즌 11번째 승리(7패)를 따낸 풀머는 방어율을 2.95로 낮춰 리그 선두로 도약했다.

5월초만 해도 풀머의 방어율은 6.30에 달했다. 당시 아무도 그를 신인왕 후보로 눈여겨보지 않았지만 5월말부터 8월 중순까지 14경기에서 93.2이닝을 던져 방어율 1.14의 놀라운 성적을 올려 ‘괴물 신인’의 탄생을 알렸다. 더욱이 에이스 저스틴 벌랜더와 함께 원투펀치를 이루며 디트로이트를 포스트시즌 진출 후보로 올려놓았다는 점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후반기 페이스가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 받는다. 캔자스시티전 승리 직전까지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11경기에서 1승4패, 방어율 4.00으로 주춤거렸다. 때마침 산체스가 맹위를 떨치면서 풀머의 독주체제가 아닌 2파전 양상이 펼쳐지게 됐다. 그러나 신인왕만이 아니라 발렌수엘라가 그랬던 것처럼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도 바라볼만한 성적을 올리고 있는 풀머가 방어율 1위를 끝까지 수성한다면 신인왕을 받는 게 합당하다게 중론이다.

MBC스포츠플러스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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