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 스포츠동아DB
선수들 경험 많아 전술운용폭 커져
울리 슈틸리케(62·독일)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은 부임 이후 주로 4-2-3-1 또는 4-1-4-1 포메이션을 활용하고 있다. 공격력 강화를 위해 간혹 투톱을 내세운 적은 있지만, 수비에는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그랬던 슈틸리케 감독이 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졌던 카타르와의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3차전 홈경기 후반 쓰리백 카드를 꺼내들었다.
한국은 카타르전 후반 21분 중앙수비수 홍정호(27·장쑤 쑤닝)의 경고 2회 누적에 따른 퇴장으로 큰 위기를 맞았다. 슈틸리케 감독을 포함한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한참을 고민한 끝에 곽태휘(35·FC서울)를 교체로 투입했다. 그 뒤 오른쪽 풀백으로 뛰고 있던 장현수(25·광저우 푸리)에게 수비라인 가세를 주문했다. 오른쪽 윙어로 활약했던 지동원(25·아우크스부르크)에게까지 측면 수비 가담을 지시했다. 3-2로 리드한 상황에서 수적 열세에 놓이자, 승리를 지키기 위해 쓰리백으로 수비 시스템을 바꾼 것이다. 전체적으로는 1-3-5 형태를 보였다. 한국은 결국 카타르의 공격을 무사히 막아내고 귀중한 승점 3을 챙겼다.
슈틸리케 감독 취임 이후 대표팀의 쓰리백 가동은 사실상 처음이었지만, 큰 문제는 드러나지 않았다. 대표팀 수비수들이 각급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이미 쓰리백에 익숙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장현수라는 멀티플레이어가 오른쪽 풀백을 맡고 있어 추가 교체 없이도 쓰리백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쓰리백 카드 선택은 한국이 카타르전 승리를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한국은 이번 최종예선에서 가장 어려운 경기가 될 것으로 보이는 이란과의 4차전 원정경기(11일 오후 11시45분·한국시간)를 앞두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이 기본 포메이션에는 큰 변화를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기 상황에 따라선 수비를 강화하기 위한 쓰리백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을 카타르전에서 확인했다. 이번 이란전 구상에 포함시킬 수 있다. 손에 한 장의 카드를 더 쥔 슈틸리케 감독이 2014년 11월 원정 친선경기(0-1 패)에서 이란에 진 빚을 갚아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