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육상 단거리의 간판스타 김국영은 9일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제97회 전국체전 남자일반부 100m에서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생애 첫 올림픽이었던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시며 세계무대의 벽을 절감한 그는 “멘탈은 자신 있다. 상위 랭커들과 부딪히며 경쟁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산|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선진 육상 경험 쌓고 도쿄올림픽 준비”
생애 첫 올림픽 도전은 그리 달콤하지 않았다. 아쉬움과 안타까운 기억으로 남았다. 한국육상 단거리의 간판 김국영(25·광주광역시청)은 “내내 가슴이 들떠 있었고, 결국 멍하게 끝나버렸다”고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떠올렸다.
충남 일원에서 열리고 있는 제97회 전국체육대회에 출전한 김국영은 육상 남자 100m 2연패에 성공했다. 10일 200m는 종아리 통증 때문에 기권했지만, 9일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자신의 주 종목 100m는 10초47로 무사히 마쳤다. 자신이 보유한 한국기록(10초16)에도,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세운 10초32에도 미치지 못했으나 의외로 여유로웠고 담담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대회에서 내 자신의 몸 상태와 경기력을 살피는 데 주력했다. 지금 시점에서 기록 자체는 중요하지 않았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무대를 경험한 터였다. 일찌감치 예선 탈락의 고배를 들며 4년여의 긴 노력이 10여초 만에 끝나긴 했어도, 8월 리우올림픽 현장에서 ‘인간탄환’ 우사인 볼트(자메이카)의 레이스를 지켜보고, ‘2인자’ 저스틴 게이틀린(미국)과 함께 동반훈련을 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당시 게이틀린이 먼저 김국영을 찾아와 “스타트 훈련을 같이 해보지 않겠느냐”고 요청한 사실이 알려져 큰 화제를 낳기도 했다.
김국영은 자신의 현재를 냉정하게 바라봤다. “(세계무대와) 나는 굉장히 거리가 멀다. 한국 최고의 기록도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에선 최하위권에 불과하다.” 기술의 차이가 컸다고 느꼈다. 정신력과 의지는 상대와 견줘도 뒤질 것이 없지만, 팔치기 같은 가장 기본적인 동작에서부터 밀리다보니 뜀걸음이 많아질수록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스타트 반응속도와 가속을 높이는 데 주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육상선진국’ 일본에서 오랜 시간 훈련했음에도 기록은 저조했다. 기초종목인 육상에서 단기간에 경기력을 수직상승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리우올림픽 100m 예선을 마친 뒤 굳은 표정으로 트랙을 한동안 떠나지 못한 그를 지켜보던 일본인 전담 코치가 전화를 걸어왔다.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느냐?” 서로의 생각이 일치했다. “다시 한 번 기회가 오면 훨씬 잘 뛸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경험이었다. 올림픽의 공기는 여느 대회와는 차원이 달랐다. 구간별 시나리오가 예선을 마치고 나서야 떠올랐으니, ‘멍’ 한 기분이 느껴진 것도 당연하다. 이제 김국영은 4년 뒤를 바라본다. 2020도쿄올림픽이다. 올림픽 출전을 위한 기준기록을 통과해봤고, 올림픽 무대를 직접 누벼봤으니 다음 목표는 준결승 이상으로 잡고 있다. 일본 스프린터들이 리우올림픽에서 역주하며 시상대에 오르는 모습을 목격한 것도 큰 자극이 됐다.
내년부터 도쿄올림픽까지 남은 3년의 시간을 알차게 보내야 한다는 과제가 생겼다. 일찌감치 2017년 스케줄을 확정했다. 다양한 육상리그전이 활성화돼 있는 유럽에 최대한 길게 머물며 다양한 선진육상을 경험할 계획이다. 국내대회 출전은 전국체전 정도로 한정했다. 대한육상경기연맹에서도 최대한 지원해주기로 했다.
“나보다 훨씬 좋은 스프린터들과 꾸준히 맞서야 한다. 나와 거의 비슷하거나 기록이 뒤진 이들과 뛰면 순위는 높아질지언정 실력은 퇴보할 수 있다. 멘탈은 자신 있는데, 기술은 또 다른 문제다. 철저히 톱클래스, 상위 랭커들과 부딪히며 경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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