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 토픽] 전방 압박 포기한 수비전술 ‘오히려 독’

입력 2016-10-1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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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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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전 문제점은?

슈틸리케 ‘오재석 카드’ 실점 빌미 실패
전체적으로 라인 내려 공격수 고립 자초
유효슈팅 0개…장점이던 득점력 실종


축구국가대표팀은 12일(한국시간) 테헤란 아지디 스타디움에서 끝난 이란과의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4차전 원정경기에서 0-1로 졌다. 사상 첫 이란 원정 승리를 노렸지만 결과로도, 내용으로도 이란에 밀렸다. 슈팅수가 4개에 불과했고, 유효슈팅은 1개도 없었다. 전반에 수비에 비중을 두고도 먼저 실점했고, 후반에 반격을 노리며 꺼내든 김신욱(28·전북현대) 카드도 여의치 않았다. 울리 슈틸리케(62·독일) 대표팀 감독은 패배 후 선수들의 경기력에 아쉬움을 드러냈지만, 전체적인 경기 플랜에서 비롯된 한계도 명확하게 드러났다. 슈틸리케 감독이 어떤 부분을 잘못 판단했는지 짚어본다.


● 홍철 투입으로 실패가 입증된 감독의 1차 선택

슈틸리케 감독은 최종예선 들어 풀백들의 부진 때문에 큰 비판을 받았다. 9월 최종예선 1·2차전에서뿐이 아니었다. 6일 카타르와의 3차전에서도 비슷한 문제점이 노출됐다. 이란을 상대로도 슈틸리케 감독은 오른쪽 풀백으로 장현수(25·광저우 푸리)를 먼저 내세웠다. 왼쪽 풀백만 홍철(26·수원삼성) 대신 오재석(26·감바 오사카)으로 바꿨다. 그러나 전반 25분 왼쪽 풀백 오재석이 이란 공격수를 따라 움직이다가 공간을 내줬고, 이란 오른쪽 풀백의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로 어이없는 선제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전반을 0-1로 마친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왼쪽 풀백으로 홍철을 투입했다. 오재석을 뺀 것이 아니라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았던 한국영(26·카타르SC)을 벤치로 불러들였다. 그러면서 왼쪽 풀백은 홍철, 오른쪽 풀백은 오재석이 맡았다. 장현수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자리를 옮겼다. 이란은 계속적으로 한국의 측면을 파고들었는데, 한국은 전반보다는 나은 대응력을 보여줬다. 원래 익숙했던 오른쪽 풀백으로 돌아간 오재석은 전반보다는 편해보였다. 이란이 수비적으로 나온 이유도 있었지만, 후반보다는 수비적 대응이 잘 이뤄졌다. 결국 킥오프 당시 슈틸리케 감독의 풀백 선택이 잘못됐음이 후반 교체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 결과적으로 잘못된 수비 위주의 전술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최종예선에 돌입한 이후 처음으로 이란전에서 수비적 전술을 펼쳤다. 이란 선수들의 개인기를 고려해서인지, 최전방 압박을 포기하는 대신 전체적으로 라인을 내렸다. 태극전사들은 상대가 하프라인을 넘어선 뒤부터 압박을 가했다. 그러나 이것이 독이 됐다. 수비적으로는 어느 정도 대응력을 높였을지 모르지만, 전반 한국의 공격이 답답했던 가장 큰 원인이 됐다. 라인을 내렸기 때문에 공격 작업을 위해 많은 거리를 이동해야 했고, 수적으로 적절한 인원 확보도 힘들었다. 측면으로 내세운 손흥민(24·토트넘)과 이청용(28·크리스털 팰리스)이 중앙으로 이동해 볼을 연결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최전방의 지동원(25·아우크스부르크)은 자주 고립됐다. 이로 인해 이란을 위협할 수 있는 지역까지 올라가지 못했고, 슈팅도 자주 나오기 힘들었다.

한국은 최종예선 들어 수비보다는 공격에서 강점을 보여왔다. 이란전에 앞선 3경기에서 4골을 잃었지만 6골을 뽑아 2승을 챙겼다. 그랬기에 이란전에서 나타난 슈틸리케 감독의 수비적 선택은 더 아쉬움을 남긴다. 이란 원정이 어렵다는 점에 근거해 수비적으로 나섰지만, 전략적 변화만 있었을 뿐 전술적 변화는 수반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경기 내내 공격은 답답했다. 후반 15분 이후로는 김신욱을 투입해 공중전을 펼쳤지만, 지나치게 롱볼에 집중하다보니 이란이 쉽게 대응했다. 한국의 강점 중 하나인 측면 전개를 전혀 활용하지 못하면서 공격이 지나치게 단순해졌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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