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A 김호령.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모두가 끝났다고 생각했다. 지는 팀은 시즌이 끝나버리는 포스트시즌의 첫 관문 KIA와 LG의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11일·잠실). 0-0으로 맞선 9회말 1사 만루. ‘딱!’하는 파열음과 함께 LG 김용의는 좌중간으로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누가 봐도 끝내기 안타 코스였다. 대부분 이 같은 상황에서 외야수들은 질주를 포기한다. 워낙 타구가 깊어 잡아도 끝내기 희생 플라이가 될 확률이 99%였다. 2만5000명의 관중과 TV로 경기를 지켜본 야구팬들도 모두 이대로 경기가 끝났다고 생각했던 순간, 단 한명만은 달랐다. KIA 중견수 김호령(24)은 혼신을 다해 뛰었고 기적적으로 공을 잡았다. 그리고 자신의 모든 것을 담아 공을 내야로 던졌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끝나고 준PO가 시작됐지만 패한 팀 선수에게 연락을 한 건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스포츠가 선물할 수 있는 가장 큰 감동을 팀 패배의 순간에 보여줬기 때문이다.

KIA 김호령.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김호령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공이 외야로 오면 경기가 끝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3루 주자가 태그 업을 빨리 할 수도 있고 어떤 돌발 상황이 올 수도 있었기 때문에 ‘무조건 잡자’, ‘그리고 빨리 빠르게 송구하자’는 마음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외야수로 당연한 수비를 했는데 주위에서 칭찬을 많이 해주신다. 사실 그보다는 팀이 더 올라가야 하는데…. 그게 아쉽다”고 말했다.
2014년에 열린 2015신인드래프트. 앞서 진행된 kt의 특별우선지명과 1차지명을 더해 총 115명이 프로에 지명을 받았다. 가장 마지막에 지명된 전체 드래프트 103순위(특별우선, 1차지명을 더하면 115번째)는 한화가 선택한 서울고 박윤철이었다. 그러나 대학진학을 택했다. 결국 그 해 입단한 신인 중 가장 늦게 이름을 불린 주인공은 동국대 4학년 김호령(24)이 됐다.
프로는 냉혹한 세계다. 7라운드 이하는 내년을 보장받지 못한다. 언제 방출될지 모른다. 그러나 KIA는 김기태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팀 재건을 위한 리빌딩의 깃발을 높이 들고 있었다. 김호령은 수비 하나만큼은 자신 있었다. 김기태 감독은 지명 순위, 이름값 보다는 눈앞에 보이는 팀에 대한 헌신과 노력, 열정을 높이 사는 지도자다. 2015년 데뷔 첫 시즌 김호령은 1군에서 103경기를 뛰었다. 그리고 올 시즌 124경기에 출장해 121안타(타율 0.267) 41타점, 19도루를 기록하며 KIA 리빌딩 성공의 한명이 됐다. 특히 마지막에 보여준 의미 있는 슈퍼 캐치는 KIA의 미래를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야구 역사에는 김용의의 끝내기 희생플라이가 더 크게 기록되겠지만 김호령의 수비도 오래도록 야구팬들의 가슴에 남을 명장면이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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